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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명언81-살인자의 기억법/김영하<치매걸린 살인자의 일기>
게시물ID : lovestory_683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1
조회수 : 9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26 18:00:43

출판일 13.07.25
읽은날 14.08.26

10p.
나는 시가 뭔지 몰랐기 때문에 내 살인의 과정을 정직하게 썼다. 첫 시의 제목이 '칼과 뼈'였던가? 강사는 내 시어가 참신하다고 했다. 날것의 언어와 죽음의 상상력으로 생의 무상함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거듭하여 내 '메타포'를 고평했다.
"메타포라는 게 뭐요?"
강사는 씩 웃더니 - 그 웃음, 마음에 안 들었다 - 메타포에 대해 설명했다. 듣고 보니 메타포는 비유였다.

아하.

미안하지만 그것들은 비유가 아니었네, 사람아.

14p.
몽테뉴의 '수상록'. 누렇게 바랜 문고판을 다시 읽는다. 이런 구절, 늙어서 읽으니 새삼 좋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근심으로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삶에 대한 걱정 때문에 죽음을 망쳐버린다."

19p.
두부를 굽는다. 아침에도 두부, 점심에도 두부, 저녁에도 두부를 먹는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두부를 올린다. 적당히 익으면 뒤집어 굽는다. 김치와 곁들여 먹는다. 아무리 치매가 심해져도 이건 혼자 해낼 수 있으리라. 두부구이 백반.

55p.
은희가 중학생일 때 남자애들 몇이 집 근처를 얼쩡거렸다. 녀석들은 젊고 나는 그때도 이미 늙어 있었지만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놈들이 없었다. 욕을 하거나 겁을 준 것도 아니고 조용히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왠일인지 다들 기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꽁무니를 뺐다. 제아무리 사나운 개도 동물병원에 오면 꼬리를 말고 낑낑거려 주인들을 놀라게 한다. 십대 남자아이들도 개와 다르지 않다. 첫 대면의 눈빛이 관계를 결정한다.

63p.
"박주태는 어떻게 만났니?"
아침을 먹다 은희에게 물었다.
"우연히요. 정말 우연히요."
은희가 말했다.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114p.
나는 잘하는게 하나도 없었다. 오직 딱 한 가지에만 능했는데 아무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긍심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것일까.

144p.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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