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처음 써본 장르문학입니다...
게시물ID : readers_152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4997
추천 : 2
조회수 : 43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8/27 01:59:10
* 여린 감성의 소유자입니다... 조언, 충고, 비판 모두 감사하지만 부드럽게 써주세요 ㅠㅠ 
* 초고입니다. 하루 글을 쓰고 나서 그 분량을 읽으며 약간씩 다듬긴 합니다.



------------------

 

프롤로그

 

 

콰앙!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외성(外城)의 성벽을 믿었는지, 별다른 공성병기나 도구가 없었음에도 내성(內城)의 성문은 너무나 손쉽게 부서졌다. 그러나 이 성의 주인이 믿는 그 튼튼한 성벽도, 결코 뛰어넘을 수 없을만큼 넓은 해자도 오늘만큼은 그 주인에게 힘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은 성 외부에서 온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찾어! 내가 오늘 기필코 그 놈 목을 따버리겠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어온 이들은 거의 백에 가까워 보이는 숫자의 장정들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원래의 목적과 다르게 썼음이 분명한 시뻘겋게 물든 농기구들이 들려 있었다. 또한 몇몇은 이 성의 경비대에게 지급되는 창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사내의 명에 따라 이곳 저곳으로 흩어졌다.

"대장! 여기 스콧이 있소!"

한 사내가 소리치자 다른 이들도 그쪽으로 몰려갔다. 그곳엔 한 늙은 노기사가 과거의 영광이 묻어있는, 몇십년째 함께 하고 있는 검을 뽑아들고 호화로운 문을 등지며 서 있었다.

"네 이놈들! 네놈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사람의 신분은 타고 나는 것이거늘, 평민으로서 영주님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이야말로 네놈들의 천명이다! 개도 그 은혜는 잊지 않는 법이거늘 영주님의 보호를 받아 살아가는 너희들이 어찌..."

"아니오. 스콧영감. 시대가 변하고 있소. 지금은 혁명의 시대요. 비록 내가 배운 것 하나 없는 일개 농부기는 하나, 그들의 말에 정의가 있음은 알 수 있소. 그들이 말하길,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했소. 보시오. 그대의 피도 붉지 않소?"

사내가 노기사의 말을 끊었지만 노기사는 그 사실에 대해 분통을 터트릴 수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도 없었다. 노기사의 가슴팍에선 칼이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사내의 패거리중 하나가 몰래 뒤로 돌아가 뒤에서 칼을 내지른 것이다. 그는 한평생을 같이 살아온 그의 애검과 함께 쓰러졌다. 그는 그렇게 그가 사랑한 그의 검과 함께, 그가 사랑한 성에 묻힐 것이다.

사내는 노기사가 지키던 방으로 들어갔고 그가 나올 때에는 그의 손에 하나의 수급이 들려 있었다. 그렇게 남부의 고위귀족, 에스턴 백작의 성은 단 하루만에 무너졌다. 다음날 그의 수급은 광장에 매달려 그의 죄와 함께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며 그들은 떠나리라. 혁명의 현장, 남부 다섯 왕국을 향해.

 

 

Chapter 1

 

1.

"이 대륙에는 다섯 왕국과 하나의 제국이 있습니다. 다섯 왕국은 각각 슬라이저, 브라칸, ... ... , 키르키스, 로만, 페레스트입니다. 제국은 별다른 명칭 없이 그저 '제국'으로 불리며 왕국은 국왕 또는 여왕이, 제국은 황제폐하께서 다스리십니다. 우리 제국에선 다섯 왕국을 한데 묶어 '남부 다섯 왕국'이라고 특별히 칭하며 제국의 동쪽과 서쪽으로는 바다가, 북쪽으로는 고대의 숲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고대의 숲은 인간의 침입을 허용하고 있지 않으며 대보름날, 1년에 단 372시간 동안만 길이 열립니다. 그때가 유일하게 엘프와 만날 수 있는 기간이며 남부 다섯 왕국은 그들과의 교역을 위해 매년 제국에 막대한 양의 공물을 바칩니다. 엘프들은 뛰어난 장인은 아니나 인간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힘인 마법을 다루어 물건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대의 숲에는 100년 전 인간을 피해 숨었다고 알려진 드워프와 수 많은 이종족이 있을거라고 학자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일어나 발표를 하던 학생은 발표를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그는 기대감이 서린 얼굴로 칠판 앞에 서 있는 중년의 남성을 바라보았다. 중년 남성이 입을 열었다.

"훌륭합니다, 에스턴 공자. 공자께서는 항상 저를 만족시켜 주시는군요. 수업 내용을 아주 잘 요약해 주셨습니다. 공자께서는 이번 시험도 걱정 없을 것 같군요. 하하.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퀘스틴 공께서도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나 중년 남성에게 인사를 했고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교실을 나섰다. 그의 옆에 있던 친구가 그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의 이름은 레오나드 마르스. 마르스 백작과 에스턴 백작은 어릴 때부터 그들의 선친을 따라 친구였으며, 물론 이들도 둘도 없는 친구였다. 이 두 백작가의 인연은 꽤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00년 전 종족전쟁 당시 죽을 위험에 처했었던 마르스 자작을 에스턴 자작이 구해주었다고 한다. 그 인연으로 그 둘은 친구가 되었으며, 그게 자그마치 4세대나 내려오며 이어져 온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 전쟁에서의 공로로 그 둘은 백작위를 임명받았다. 이번 에스턴가의 자제와 마르스가의 자제는 그 나이 또한 열여섯으로 같아 이전 에스턴백작과 마르스백작보다 특별히 더 친했다.

"하하. 프람, 넌 검 좀 못 휘둘러도 돼. 황궁의 관리들이 널 탐낸다는 소문이 자자해. 만약 나중에 재상의 자리까지 올라도, 날 모른척하면 안된다?"

에스턴 공자, 프라멜른 에스턴은 그저 씩 웃고 말았다. 종족전쟁 얘기에서 알 수 있듯 에스턴가()와 마르스가()는 모두 무가였는데, 당시 에스턴 자작이 마르스 자작을 구했다는 말이 무색하도록 프람 에스턴은 검에 대해 자질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문식(文識)에 관해서는 자신있었으니까. 이곳 황립학교에서 공부하다가 황실의 관직을 얻어도 되고, 최악의 경우라도 에스턴 영지로 돌아가 그곳을 관리하면 된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동생은 에스턴가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난 검술솜씨를 갖추고 있었다. 황실로 들어가든 영지로 돌아가든 그는 이미 백작위를 동생에게 맡기기로 결정한 후였다.

", 프라멜른 에스턴 공자님. 고든 후작님께서 찾으십니다."

그의 상념은 작은 시동(侍童)에 의해 깨졌다. 그는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여 보이고는 레오에게 말했다.

"너 먼저 가 있는게 좋겠다. 만약 내가 늦으면 선생님께 교장선생님을 만나뵈러 갔다고 말해줘."

"그래, 알았다. 얼른 와라. 나 심심하다."

프람은 아까와 같이 씩 웃어보이고는 교장실 쪽으로 발을 돌렸다.

 

2.

똑똑.

"고든 후작각하. 프라멜른 에스턴입니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 들어오게. 여기 앉게나."

고든 후작은 손수 일어나서 그를 반겼다. 일어나서 학생에게 자리를 권하는 것은, 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프람이 자리에 앉았음에도 고든은 말 없이 팔짱을 낀 채 책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흘렀고, 결국 프람이 예의가 아님에도 먼저 입을 열려고 할 때 쯤 고든 후작이 입을 열었다.

"프람군,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네. 자네의 양친이..."

그 후 고든은 한숨을 내쉬며 편지를 한 장 내밀었다.

"읽어보게. 크담 영지에서 온걸세."

프람은 굳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크담 영지는 에스턴 영지와 맞닿아 있는 영지였다. 에스턴 영지의 소식을, 크담 영지에서 알려온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에스턴 영지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모를 프람이 아니다. 프람은 그저 굳은 채로 편지를 노려볼 뿐이었다. 고든 후작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읽기 어려우면, 내가 대신 읽어주..."

"아닙니다."

프람은 후작의 말을 끊었다. 그러나 그것이 예의가 아님을 신경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편지봉투를 든 프람의 손이 덜덜 떨렸다. 편지봉투에서 편지를 꺼낸 프람은, 차마 펼치지 못하고 그저 떨리는 손으로 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각하. 가져가서, 읽어도 되겠습니까?"

고든 후작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더니 어깨를 두드려주며 그리하라 말했다. 프람은 인사도 없이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고든은 딱히 지적할 마음은 없는 듯 하였다. 그저 안쓰러운 눈으로 프람의 뒷모습을 지켜 볼 뿐이었다. 열여섯이란 나이로 부모를 모두 잃는 다는 것은 확실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테니까.

 

3.

"프람! 어떻게 된거야? 수업도 안들어오고. 프람?"

기숙사 방 문을 열며 레오가 말했다. 프람이 침대에 엎드려 있다가 일어났다.

"... 레오... 어떡하지, ?"

울상지은 프람이 말했다.

"우리 영지가..."

 

4.

"그러니까, 평민들이 영지를 뒤엎고, 에스턴 백작님과 백작부인을... 으음... 병사와 기사들은 뭘 했는데?"

기사들은 다 죽었어. 병사들이야, 이번 폭동을 일으킨게 자기들 아버지, 형인데 거기에 창을 찔러넣을 수 있겠어? 게다가 그들이 떠나며 불을 질렀어. 에스턴 영주성이 잿더미가 됐대. 사실상 에스턴 영지는 망한 셈이지.”

프람은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어조와는 다르게 그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레오는 그저 등을 두드려 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성이야 황제폐하께 아뢰어 다시 지으면 된다. 자비로운 황제폐하께서는 결코 신하의 어려움을 좌시하지 않으실 것이다. 하지만 영지민은? 농사를 지을 사람은? 황제의 직할지인 수도 플라시움에서 착출한다? 말도 안된다. 수도에서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 그들은 농사 짓는 법 조차 모를 것이다. 게다가 에스턴 영지를 원래대로 돌리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한데, 그 인원을 모두 차출하는 것 자체도 말이 안되지만 수도에서 에스턴 영지까지는 제법 멀다. 그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은 크나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괜찮아. 지금 크담 영지에서 병사들이 그들을 쫒고 있대. 평민이 감히 귀족을 건들였으니 그들은 모두 참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노예로서 그들을 쓰면 돼. 기운 내, 프람."

레오가 프람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사실 도망친 영지민들 또한 잡을 길이 막막하다. 이 사실은 프람과 레오 모두 알고 있다. 남부 다섯 왕국이 정상적인 상태 였다면 그들은 결코 도망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다섯 왕국이라 해도 대륙의 허리를 움켜쥔 황제의 명을 거부할 수는 없으니까. 제국과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남부 다섯 왕국은 만들어서라도 도망친 영지민들을 대령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평민들의 폭동이 반란의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아마 에스턴 영지의 일도 그것에 자극을 받아 일어난 일일 것이다. 프람은 눈물을 훔쳐봤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5.

프람은 자신이 매우 이상한 공간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끝이 없는 지평선이었으며 하늘엔 돼지들이 날아다녔다. 발 밑에는 사과들이 굴러다녔고 손수건들은 떼를 지어 이동했다. 하늘엔 태양조차 없었다. 그런 그의 상념을 깬 것은 한 남자였다.

"안녕하십니까?"

", ... 안녕하...세요."

프람은 당황했다. 그가 누구인지는 둘째 치더라도, 분위기가 그를 쉽게 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프람은 그가 대 귀족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상황에 맞지 않음에도, 프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편하게 대해주세요."

그는 프람의 생각을 읽은 듯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프람은 경계를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생각하기로 이 남자는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남자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했다.

"저는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존재입니다. 인간들이 기억하는 첫 번째 태양보다도 오래 되었지요. 인간들은 저를, 우리를 용이라고 부릅니다."

프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용이요? 드래곤, 미르라고 불리는 그... 생명체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인간들 사이에서는 꽤 오래 전에 잊혀진 이름인데, 알고 계시다니 의외군요."

"하지만 믿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엘프보다 훨씬 먼저 인간들 세계에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저도 그 이름을 본 것은 아주 오래된 책에서 단 한번이었단 말입니다!"

자칭 용이라는 그는 별 다른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고 처음과 같은 표정으로, 미소지은 채로 담담히 얘기를 이어나갔다.

"용들은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 아니, 당신들 인간으로서는 당신의 말마따나 아주 오래전이겠군요. 이 제국이 생길 때 즈음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우리는 대륙의 허리 부분에 둥지를 틀고 거대한 숲을 만들었습니다. 오크와 난쟁이, 트롤과 와이번, 그리고 고블린등, 인간을 위협할 만한 힘이나 지능을 갖춘 이들을 위해서였습니다. 만약 그들이 대륙에서 인간과 같이 살았다면 지금쯤 모두 멸종당했을 것입니다. 인간은 그들을 위협할만한 세력을 결코 좌시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

프람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대의 숲이군요!"라고 외쳤지만, 곧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런데 확실히, 고서에서 본 적 있습니다. 난쟁이, 드워프라 불리는 이들과 작은 악마라고 불리는 고블린의 이름을요. 그런데 난쟁이와 고블린은 없어졌지만, 오크와 트롤, 와이번 따위는 아직도 있습니다. 무언가 이상한데요?"

"모든 이들이 용을 따라 숲으로 들어 온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버릴 수 없던 이들은 남았지요. 난쟁이들과 오크들은 그들 자신의 족장을 맹목적으로 따릅니다. 난쟁이들은 모두 용을 따랐지만, 오크들의 몇몇 족장은 대륙에 남았지요. 그들 외 지능이 이들 만큼 높지 않은 생물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용의 부름을 받들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개체들은 저항하여 대륙에 남았고 인간들은 그들을 몬스터라 부르더군요. 맹수들보다 사납고, 교활한 존재들. 대륙에 남은 고블린은 모두 멸종했지만요. 그리고 인간들은 얼마 전, 엘프들 또한 모두 몰아냈죠. 인간들의 본성을 알려주지요. 다행히 엘프들의 멸종만은 막았습니다만, 만약 우리가 손을 쓰지 않았다면 엘프를 비롯한 다른 모든... '몬스터'들도 같은 꼴이 되었을 겁니다."

프람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 그런데, 당신이 용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여긴 어디고... , 아닙니다. 이런 공간이 현실에 존재할리 없죠. 아마 당신이 만든 공간이겠죠? 제가 궁금한 것은, 저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느냐와 왜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인간의 모습을 빌렸나입니다. 용은 거대한 파충류... .. 하여튼 인간과는 다른 모습을 지녔다고 들었습니다만."

남자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인간은 용의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림책 속 늑대가 그림 책 밖의 사람을 인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래서 부득이하게 이런 모습으로 당신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아는 용의 모습 또한 거짓된 모습입니다. 저는 그저 이런 모습이 대화에 편할 듯 해서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구요.

,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닙니다. 용건을 물으셨죠?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을 멸망시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6.

프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용이 인간을 공격하겠다고요? 왜죠? 인간이 다른 종족들과 화합하지 못하기 때문인가요? 하지만 다른 몬스터들도 싸웁니다. 자기자신들 외의 다른 종족과 친하게 지내는 종족은 없어요! 투쟁은 생존을 위한 본능입니다."

그는 초지일관 담담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쉽게 말해서 인간들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 난쟁이와 요정들, 트롤, 오우거, 거인족등. 그들을 모두 없앤 후 인간들의 칼은 결국 용들에게 향할 것입니다."

프람은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니요. 그건 말이 되지 않아요. 인간들은 아직 고대의 숲조차 정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엘프들은 마법과 자연의 힘을 부리고, 난쟁이들은 그들 모두가 뛰어난 대장장이라 전해집니다. 인간이 어떻게 그들을 몰아냅니까?"

"이미 이종족들은 인간들에게 쫒겨 고대의 숲의 보호 아래로 들어왔습니다. 인간들의 영웅, 제국의 초대 황제에 의해 말입니다. 그 이후 우리는 세계를 지켜보았습니다. 우리는 직접적으로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만 영웅의 탄생이 보이면 막았습니다. 그저 운명을 살짝 바꿔놓을 뿐이죠.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현기증이 났고, 정신을 차리자 그는 수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번화가 한 가운데 있었다. 그곳에는 마차를 천천히 몰아가는 상인도 있었고, 생필품을 구입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보십시오."

프람의 왼편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자, 드래곤은 건물 옆에 쌓아놓은 장작더미 옆에 서 있었다. 그는 그 옆에 서있던 남자를 손으로 가리켰고, 그 남자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장작더미 위 고양이가 도로위로 뛰어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옆에 있던 개가 쫒아가기 시작했고, 고양이는 한 소년의 다리 사이로 잽싸게 빠져나갔다. 개는 고양이를 쫒다 짐을 한아름 끌어안고 있는 그 소년에게 부딪혔다. 소년은 뒤로 넘어졌고 그의 머리 위를 짐마차 바퀴가 밟고 지나갔다. 파삭! 아이의 두개골은 짐이 가득 실린 마차의 무개를 버티기엔 너무 약했다.

프람은 또다시 현기증을 느꼈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아까의 공간이었다. 용이 말했다.

"저것은... 꽤 오래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원래대로라면 그는 성인이 되어 용병이 됩니다. 그리고 그의 용병단을 이끌고 종족전쟁을 일으키며, 모든 국가를 상대로 지원을 이끌어내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새로운 나라를 건국할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대륙에 남은 이종족들을 위해 그를 죽였습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모든 영웅들의 탄생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특별한 영웅이 없음에도 예정된 전쟁은 일어났고, 인간들은 이종족들을 상대로 거대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요정족을 제외한 모든 이종족을 숲의 보호 아래로 몰아냈지요. 인간들은 위험합니다. 요정들과 같은 마법도, 난쟁이들과 같은 손재주도, 오크들과 같은 힘과 번식력도 없지만 그들에겐 강한 탐욕이 있습니다. 영웅의 탄생을 막아도 여러 사람의 탐욕이 모여 결국 힘이 됩니다. "

프람은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결국 모두 근거 없는 예측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용이라고요?! 용이라고 모든 이들의 운명을 아나요? 어떤 이가 영웅이 되고, 어떤 이는 그저 필부에 그칠지 모두 안단 말입니까? 그건 신이잖아요!"

프람의 필사적인 항변에도 불구하고 용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운명에 대해 물으셨습니까? 운명이란, 사실 별거 아닙니다. 우리는 기다립니다. 영웅이 나타나기를. 영웅이 나타나면 과거로 돌아가 그를 죽입니다. 우리에게 시간이란 그저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는, 또다른 길일 뿐입니다. 단지, 우리도 어느정도 운명의 실의 지배를 받습니다. 우리와 강하게 연결된, 예를 들어 우릴 죽일 무기를 발명하는 인간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서, 과거로 돌아가 죽이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그래서 우린 애초에 인간들의 기술이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간들의 기술이 발전한다면,"

용은 미소 지으며 주머니에서 이상한 물체를 꺼냈다. 그것은 마치 낫과 비슷한 형태에 각이 져 있으며,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진 용도를 알 수 없는 물체였다. 그는 그것을 손에 쥐더니 하늘을 날고있는 돼지를 향했다. 그리고 그것이 불을 뿜었고 돼지는 비명을 지르며 추락했다. 그 물체는, 총이라 불렸으며 총이라 불릴 물건이었다.

", 마법입니까?"

"아닙니다. 이건 인간들이 만들었던, 그리고 만들 물건입니다. 과거 인간들의 기술력은 매우 뛰어났습니다. 결국 그들은 모든 이종족을 멸종에 가깝게 몰아붙였습니다. 그때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결국 우리도 그들의 희생양이 되겠구나. 그래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왔습니다. , 우리는 미래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고대의 숲을 만들어 이종족을 보호했습니다. 이종족들은 인간과의 싸움에서 우리의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인간들은 또다시 그들을 제외한 모든 것을 파괴시킬 것입니다. 모든 이종족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인간을 멸종시킬 것입니다."

프람은 새파래진 얼굴로 다시 물었다.

"지금껏 영웅을 제거했듯이, 과거로 돌아가 발전의 핵심인물만 제거하면 되지 않습니까? 왜 인간을 모두 없애려고 하시나요?"

"아니요, 이미 늦었습니다. 시민들이 왕정을 폐지하는 것은 우리가 정한 한계선입니다. 현 시점에서, 인간들은 또다시 그 한계선을 넘고 있습니다. 이 이후로 기술은 급격히 발전합니다. 그 모든 이들을 제거했다가는 시간의 흐름이 꼬일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세계를 다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부수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이 세계입니다."

프람은 더듬거리며 소리쳤다.

", 하지만! 세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 죄송합니다. 전달을 잘못했습니다. 아까 그림책의 늑대얘기 기억 하십니까? 그 그림책에서 늑대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 나오는 모든 늑대마다 까맣게 먹으로 칠하면 될까요? 아니요, 그럼 얘기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늑대를 없애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책을 찢는 것입니다. 모두 갈기갈기 찢어서 태우는 것 말입니다! 이 세상은 우리에게 그림책과 같습니다. 언제든지 찢어서 불태운 후, 빈 책을 사 페이지를 채울 수 있는, 그런 그림책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책의 내용을 수정 할 수는 없지요."

프람은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용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프람의 생각을 읽었는지,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프람은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어요... 믿을 수 없어..."

"믿으시든 믿지 않으시든 상관은 없습니다. 저는 그저 얘기를 할 뿐이고, 모든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그는 외쳤다.

"이런 제기랄! 그래요! 당신이 용이든 아니든, 시간까지 지배할 강대할 힘을 가진 건 알겠습니다! 선택이요? 이런 힘을 갖고 있는 존재를 상대로, 인간들이 무슨 선택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당신들은, 당신들은! 그저, 그림책을 찢듯이 간단히 인간들을 멸망시킬 것 아닙니까! 왜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합니까?!"

용은 미소지은채로 고개를 저었다.

"멸망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린 당신이 필요합니다. 이번... 혁명, 혁명이라 불릴 사건은 원래는 아직 일어나선 안됩니다. 못해도 50년에서 백년 정도는 시간이 흘렀어야 했죠. 만약 평소와 같았다면 우리는 또다시 과거로 가 이번 일의 주동자를 없애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의 주동자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입니다. 과거에서 왔는지, 미래에서 왔는지, 그도 아니면 아예 다른 세계에서 왔는지는 모릅니다. 그는, 그러니까 운명이 없습니다. 운명이 없는 이는 우리가 건들일 수 없습니다. 마치... 이번에도 그림책으로 비유를 하자면, 작가가 만들지도 않은 캐릭터가 책 안에서 날뛰는 꼴이랄까요? 그를 죽일 수 있는 것은 그와 직접적으로 엮인 사람들 뿐입니다. 운명이 없어도 그가 한 행동으로 인해 운명의 실은 그를 엮습니다. , 당신은 그를 죽일 수 있습니다."

"제가 필요하다고요? 아까와 같은 식으로 영웅을 죽이듯 그를 죽이면 되잖아요! 아니면, 그 물건으로 돼지를 죽였듯이 죽이던가요!"

"그럴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물 속에서 숨 쉴 수 없는 것처럼, 당연한 겁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요."

프람은 포기한 듯이 말했다.

"그래서... 저보고 인간들을 멸망시키는데에... 손을 보태라, 이 말입니까?"

용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가 죽고 난 후, 우리는 또다시 그림책을 찢겠지요. 인간, 엘프, 드워프등의 남녀 13명과 동물들 한 쌍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들이 다시 문명을 일으킬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그를 죽이는데 성공한다면, 이 예정된 멸망을 백년 후로 하겠습니다. 그때면 당신이 아는, 당신과 인연이 이어진 이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을 겁니다. 또한 당신이 살아생전 누릴 수 있는 모든 부귀와 영화를 보장하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인간의 한계선 안에서."

프람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었다. 한참만에 고개를 든 그가 물었다.

"당신들은... 왜 아예 인간들을 지워버리지 않는 거죠? 13명의 남녀요? 당신들의 목숨이 걱정된다면 그냥 모두 없애버리면 되잖아요?"

용은 처음부터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담담하게 미소지으며 대답을 해줄 뿐이었다.

"우린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맨몸으로 하늘을 날 수 없듯이요.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인간들이 물 속에서 숨쉬지 못하듯이, 우리는 모든 인간들을 없앨 수 없다는 말이니까요."

프람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만약 할 수 있었다면 모두 죽였을 거란 말이군요."

"글쎄요, '만약'이라는 것은 참 가치가 없는 것이긴 하지만, 아마 그렇겠지요? 당신이 말했듯이, 투쟁은 생존본능이니까요."

그는 그저, 처음처럼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프람은 한참 그를 노려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그 제안을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처음에 선택이라고 하셨지요? 제게 거절할 권리는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사실 당신이 거절하셔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그를 죽이러 가는 길은 당신 혼자만이 떠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백년 전 종족전쟁 또한 그 이계인이 일으킨 것입니다. 모든 엘프들과 그는 이미 엮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이 성공할 확률을 더 높이고 싶어 이런 제의를 하는 겁니다. 우리는 인간들의 탐욕, 그 잠재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가 백년 전에도 존재했다고요?"

"그는 운명이 없는 존재로, 그에게 엮인 운명의 실이 그를 죽음으로 인도하지 않는 한 영생을 사니까요."

프람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의 눈 앞에 있는 존재는, 말하자면 사악한존재다. 지금껏 인간들의 발전을 억누르고 영웅들을 없애 왔으며 결국에는 모든 인간을 멸종시키려한다. 그러나 그가 직접 프람 자신에게 해를 끼친 것은 없으므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프람에겐 선택권이 3가지 있다. 하나는 이대로 그의 권유를 받아들여, 그 이계인을 죽이는 것이다. 만약 성공하면 프람은 용의 말대로 부귀와 영화를 누릴 것이며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는 인생을 살다 조용히 눈을 감을 것이다. 또한 용이 계획한 일이니 만큼 실패할 확률도 그렇게 높지 않다. 게다가 이 길은, 그의 가족들을 죽이고 영지를 파괴한 이들에게 복수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다른 길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살길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용은 이계인을 죽이기 위해 엘프들을, 이종족들을 보낼 것이다. 용이 이기면 세계는 곧바로 멸망할 것이다. 만약 용이 진다면, 이계인을 없애지 못한다면, 용이 말하길 이 평민들의 폭동은 "혁명"이라고 불린다고 했으니 아마 귀족들은 이를 막지 못할 것이다. 제국도 이를 막지는 못하리라. 그 후에는 그간의 특권을 포기하고 평민이 되거나 모두 죽는 길 뿐이다.

마지막 길은 이계인에게 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길을 택할 수 없다. 죽음이 두려워 원수의 편에 서다니! 이 방법을 택하느니 두 번째 방법을 택하겠다. 그러나 이 길은 가장 '인간'이라는 종족을 위한 길이기도 했다.

프람은, 고민끝에 결정을 내렸다.

7.

'우선 고대의 숲으로 가십시오. 그곳에서 이종족들을 만나, 다시 남부 다섯 왕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엘프들의 마법을 이용하면 인간들에게 주목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을 겁니다. 그 후엔 그 이계인을 찾아 죽이십시오. 아마 남부 다섯 왕국 귀족들을 이용하거나, 협조를 구해 그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항상 용들이 그대를 지켜보며 도움을 내려줄 겁니다. 때로는 행운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말입니다. 명심하십시오. 이미 이계인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시간을 돌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죽으면 끝입니다. 이제 일어나는 대로 떠나십...'

"...! 프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프람은 레오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어제 용의 마지막 말을 생각하느라고 레오의 부름을 못들은 모양이었다.

어제, 용과의 대화가 끝나고 그는 마치 물속에서 떠오르듯 정신을 차렸었다. 그는 기숙사 침대였다. 레오와 얘기를 하다 울며 잠든 듯 했다. 밖에선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꿈이자 동시에 현실임을 알아챘다. 그의 머리맡에 손바닥만한 번쩍거리는 황금색 비늘이 한 장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 종이 울리기 전까지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짐을 싸놓은 상태였다. 그가 지금 고민하는 것은, 레오에게 이 일을 어떻게 말하느냐였다.

"밥먹으러 안갈거야?"

"어어, 가자."

'레오와 함께 가야할까? 그의 성격이라면, 분명히 나를 도와줄 거야. 그러나 과연 그래도 될까?' 프람은 걸으면서도 끊임없는 고민에 잠겼다.

 

8.

"...네가 어떤 선택을 해도 원망하지 않을게. 남쪽으로 내려가 혁명군에 가담한다 해도 이해할거야."

프람은 긴 얘기를 끝마치고 마치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긴장된 눈빛으로 레오를 쳐다봤다. 레오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프람, 학교를 떠나려 하는게 학비때문이면, 내가 아버지께 말씀드려..."

"그런게 아냐, 레오. 난 이 일을 해야만해."

레오는 굳은 표정으로 프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진담이냐? 아니, 진심이냐?”

프람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잠시동안 있었다. 레오는 곧 피식 웃더니, 프람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짜식, 난 언제나 네 편이야, 프람. 뭘 그렇게 긴장을 하냐? 내가 널 버리기라도 할까봐? 그래서, 언제 떠날건데?"

프람은 밝아진 안색으로 물었다.

", 그럼 같이 가주는 거야?"

"당연하지. 칼도 못쓰는 어린 아이를 혼자 세상에 내보낼 수는 없잖아?"

레오가 피식 웃으며 한 말에, 프람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지금 당장 떠나야해. 옷가지 몇 벌만 챙겨서 나와! 나머지 부싯돌이라던가 취사도구 따위는 내가 챙길테니."

 

8.

",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나오면 뒷감당이... 편지를 남겨놓긴 했지만..."

"거참, 이미 나왔잖아. 돌이킬 수 없는데 뭘 그렇게 꿍시렁대? 남자답지 못하게. ."

"? 짜식이 같이 나와준 것에 감사하진 못할망정!"

레오는 프람의 목에 팔을 둘러 조이기 시작했고 프람은 레오의 등을 두드리며 연신 항복을 외쳐댔다.

"항복! 항복! 비겁하다! 문관에게 무력을 쓰다니!"

"네가 무슨 문관이냐? 아직까진 무관집안 자제지! 그건 그렇고, 우리 목적지는 어디야?"

레오는 자신이 한 말에, 혹시나 프람이 영지에서의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어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 프람은 그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레오에게 감사했을 뿐이다.

", 우리는 고대의 숲으로 갈거야. 나머지는 그 곳에 가서 말해줄게."

레오는 당황하며 소리쳤고, 프람은 담담히 대답했다.

"고대의 숲? 거긴 걸어서 한달도 넘게 걸리는 거리잖아?"

"괜찮아. 리옹 영지에서 상단과 같이 이동하면 돼. 대보름이 멀지 않았으니 꽤 많은 상단이 이동할 거야."

 

 

Chapter 2

 

1.

"허허, 천천히 드십시오. 그런데 귀족의 자제분들이 어찌...?"

프람과 레오는 고대의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도가 잘못 되었는지, 아니면 그들이 지도를 잘못 읽었는지 지도상 하루 거리였던 마을을 아무리 가도 찾지 못했다아무래도 도서관에서 구해온 지도가 꽤 옛날 지도였나 보다식량과 물은 도로 한 가운데서 모두 소모한지 오래였다. 그들이 배고픔에 허덕일 때 즈음, 다행히도 지나가는 상단을 발견했고 그들에게 구조 받을 수 있었다. 대보름이 멀지 않아 엘프들과의 교역을 위해 고대의 숲으로 가는 상단인 듯 했다. 프람은 스튜를 먹으며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귀족이라니요? . , 뜨거. 저희는 그냥 여행자입니다. 저는 프람이라고 하고, 저 친구는 레오라고 합니다."

"이 친구가 물과 식량을 제대로 안챙기는 바람에... 조난 당하고 말았죠."

레오는 프람을 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프람은 그 말이 실제로 원망하는 게 아님에도 속으로 툴툴거렸다.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도보 여행인데 짐을 그렇게 많이 챙길 수는 없잖아? 챙긴다 해도 속도가 늦어져 금방 잡히고 말았을 거야.'

그리고 그 시각, 학교에서는 경비병들이 채비를 갖추고 프람과는 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떠났다. 그들은 당연히 프람이 복수를 위해 떠났다고 생각했다. , 프람의 걱정은 쓸 데 없는 것이었다.

"? 그렇습니까? 귀족이 아니시라고요? 그런데 저 분의 허리춤의 저건 꽤 비싸 보이는데요?"

레오는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거짓말을 해본 적도 없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레오의 집안과 학교에서는 그를 찾고 있을테니. 어쩌면 황실에서도 병사들을 풀어 그를 찾고 있을 지도 몰랐다. 확실히 그의 신분이 낮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하, 저희 집안의 가보입니다. 선조분이 '드라슬러리우스'라고 꽤 유명한 모험가였죠. 들어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들어본 적 없을 것이다. 방금 지어낸 말이니까. 상인은 미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 그러니까, 두분 다 귀족은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하긴, 귀족이 이런 곳에 호위도 없이 올리 없지요. 그나저나 어디로 가십니까?"

"저희는 북쪽의 리옹 영지로 가고 있습니다. , 저희를 다음 마을까지 태워다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대가는 충분히 지불하겠습니다!"

프람은 다급히 말했다. 이 상단을 그냥 보내면 다음 마을까지 갈 수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을뿐더러 사실 그에겐 걷는 것도 매우 힘든 노동이었다. 상단주는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저희도 그곳을 경유해 가니 태워드리겠습니다. 어차피 가는 길이기도 하고, 이것도 인연이니까요. 만약 저희를 만나지 못하셨으면 큰일날 뻔 하셨군요. 다음 영지까지 걸어서 가려면 3일이나 걸립니다. 일단 오늘은 푹 쉬시는게 좋겠습니다. 허허. 다행히 빈 마차가 몇 대 있으니, 거기서 주무시지요. 사람을 시켜 잠자리를 준비하겠습니다."

프람은 그가 참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리옹 영지를 경유해 간다니, 아마 대보름을 맞이하여 고대의 숲으로 향하는게 맞는 것 같았다프람은 리옹 영지에 도착해서 새로운 상단을 구할 게 아니라 이 상단과 함께 고대의 숲까지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 그러나 그 생각은, 다음 날 여지없이 깨졌다.

 

2.

"으으..."

프람은 눈을 떴다. 마차는 이동 중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프람은 곧 자신이 묶여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람? 프람!"

그의 신음소리를 들었는지 레오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레오? 너 어딨어?"

"모르겠어. 우리 아마 납치당한 것 같지?"

벌컥! 그들의 말소리를 들었는지, 마차가 멈추더니 곧 문이 열렸다. 그들은 갑자기 들이친 빛에 눈이 부셔 잠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일어났군. 허허. 미리 말해두는데 도망칠 생각은 말게. 이런 선물까지 해준 손님을 다치게 하고싶진 않으니까."

검은 실루엣은 길쭉한 검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 내 검!"

레오가 소리쳤다.

"아니지, 이젠 내 검이야."

검은 인형이 히죽대며 말했다. 목소리로 보건데 어제의 그 상단주 같았다. 프람은 침착하게 말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대륙법은 같은 계층 간 납치와 강도질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초대 황제와 국왕들이 만든 법을 어길 생각입니까? 아니면, 당신이 귀족이라도 됩니까?"

조금씩 빛에 적응한 눈은 그에게 상단주의 표정이 굳어있음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평범한 평민은 아니군. 거대 상단주의 자제인가? , 이젠 상관 없지. 잘 들어라. 우린 다음 마을까지 가긴 할거야. , 약속은 소중한 법이거든. 기꺼이 거기까지 태워주지. 대가는 너희 소지품과, 몸으로 받겠다. 허허허허. 거기서 용무를 보고 다시 남쪽으로 갈 거란다. 물론 너희도 함께. 알지 모르겠지만 곧 키르키스에서 대보름 축제가 열린다. 그땐 아주 특별한 상품을 팔지. 노예 말이야. 너흰 특등품으로 거기 출품될거야. 너희가 제국에서 무슨 생활을 했는지는 몰라도, 거기 가면 아주 호화로운..."

프람은 그의 말을 끊고 외쳤다. 레오는 '너의 소지품과...' 부분부터 넋이 나갔다.

"미쳤군! 자유민을 노예로 거래한자는 즉각 사형이다!"

", 물론 그렇지.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아니겠나? 대보름 축제의 노예시장은 공공연한 비밀이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키르키스의 쿠반 카네르 공작께서 그 후원자시거든. 허허, , 사실상 국왕도 묵인해주고 있다고 봐야겠지? 카네르 공작은 현 국왕의 동생이니까. 국왕이 모를리 없지. 국왕의 권력이면 막으려 들면 막을 수도 있었을 거고. 국왕이 묵인하는데 이제 누가 감히 키르키스의 공작을 사형에 처하겠나? 어쨌든, 거기 가면 너희는 아주 높으신 분들에게 팔릴 것이다. 너희가 상상하는 무엇보다 아주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단다."

넋이 나가있던 레오는 이 말에 정신을 차렸다. 피식. 노예의 생활이 호화로워봤자 백작가 자제의 생활보다 호화로울 것인가. , 상단주 자제의 생활보다는 호화로울지 모르겠다.

"그러니 말썽부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그러라고 얘기해주는 거니까. 만약 조용히 지내면 삼시세끼 식사는 잘 챙겨주마. , 봐서는 묶인 줄도 풀어줄 수 있어. 그러나 말썽을 부렸다간 팔다리의 힘줄을 모두 끊어놓겠다. 상품 가치는 조금 떨어지지만 큰 문제는 없거든. 알겠지?"

사실 프람과 레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귀족들은 매우 잘생긴 편이었다. 그들의 정실이야 정략혼으로 맺어진다고 해도 첩실은 대부분 미모로 뽑는다. 그렇게 낳은 자식이 또다시 귀족이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필시 귀족은 잘생겨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프람과 레오 또한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프람은 금색이라기 보단 레몬빛에 가까운 머리색과 순진해 보이는 커다란 옥빛 눈을 가졌다. 그 희귀한 색만으로도 분명 충분히 특등품으로 출품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자신은 그다지 반갑지 않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외모, 이 부분엔 얼굴 뿐만 아니라 가녀린 몸도 한 기여 했다. 프람은 잘 생기긴 했지만, 일반적인 미남과는 거리가 약간 있는, 귀엽다는 말이 가까운 이었다. 그에 비해 레오는 갈색과 붉은색 사이의 머리색에 녹색 눈을 가진, 전형적은 미남 스타일의 남자였다. 그는 프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으며 몸 또한 잘 단련돼 있어 몸만 보면 결코 열여섯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앳된 얼굴을 본다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프람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야 착한 아이지. 허허. 애들 잘 감시하게."

그의 마지막 말은 그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뒤쪽에서 칼을 차고 가죽옷을 입은 사람이 다가와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대머리에 콧잔등을 가로지르는 큰 상처가 있는데다가 눈꼬리가 위로 솟구쳐있어 매우 험상궂어 보였다. 그는 마차에 오르더니 창을 막고 있던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문을 닫았다.

"..."

프람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 용병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프람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저기요...?"

그리고 마차는 침묵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3.

'제길, 어떡하지?'

프람은 자신의 경솔함을 원망했다. 그는 분명 수재였지만, 이 세상에 대한 경험은 전무했다. 그는 좀 더 조심해야 했다. 그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감시자라니. 그에겐 최악의 상대였다. 그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인 레오조차 무기가 모두 뺏기고, 온 몸이 결박당한 채로 누워있다. 이는 모두 자신의 탓이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돌아 보는게 아니었다. 그것은 탈출하고 난 뒤 해도 늦지 않다.

"그람, 교대다. 별 일 없었냐?"

마차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실쭉 웃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길쭉한 얼굴의 전형적인 말상의 사내였다. 노란 머리는 가지런히 말총머리로 묶여 있었다. 그람이라 불린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 없이 일어나 나갔다. 노란 머리의 사내는 실실 웃으며 마차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러고선 혼자 중얼거렸다.

"하여튼 재미없는 녀석. 이쪽이 이렇게 살갑게 대하면 좀 반응을 보여야 하는거 아닌가? 무슨 말을 해도 끄덕끄덕, 절레절레. 하이고."

프람의 눈이 번뜩였다. 이번 감시자는 말이 많은 타입인 듯 했다. 하지만 프람은 입을 여는 대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경솔한 실수는 한번이면 족했다.

 

4.

"저기... 저 화장실이 급한데 이것좀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프람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 화장실? , 움직이는 마차에서 쌀 수 있겠어? 문에 튀기면 안된다? 키킥."

용병은 킬킬대며 프람에게 다가와 줄을 풀기 시작했다. 줄이 모두 풀린 순간 프람은 용병의 허리춤에서 칼을 뽑더니 그대로 그의 목에 박아 넣었다. 힘이 모자랐는지 완벽히 관통하여 자르진 못했지만 반 이상 잘린 그의 목에서는 피분수가 솟구쳤다. 이럴 때에는 어릴적 잠시 배운 검술이 고마웠다. 아무리 잠깐 배우고 말았다고는 하지만, 에스턴 가의 검술은 몇백 년이나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일반 장정 수준의 용병이 온 정신을 집중해도 막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데, 이처럼 방심한 상태로는 결코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프람이 검술에 재능이 없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귀족의 기준. 평민들과는 그 세계가 다르다. 물론 무엇보다 용병의 방심이 크게 작용했지만 말이다. 만약 이 용병이 방심만 하지 않았다면, 혹은 전장에서 몇 년 굴러먹다 온 용병이었다면 그의 목을 스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 그르륵..."

그 용병은 놀란 눈빛으로 프람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입에서는 대신 피거품만 쏟아졌다. 프람은 그를 냉정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다가 목을 완전히 잘랐다. 그리고 레오에게 다가가 줄을 끊고서는 칼을 그에게 넘겼다. 레오가 놀란 눈빛으로 뭔가 말하려고 하자, 프람은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는 말했다.

"쉬잇, 조용히 해. 만약 들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야. 창문으로 몰래 바깥을 보다가 마차의 말을 뺏어서 달아나자. 다행히 타이밍만 잘 잡으면 마차를 지키는 한 놈만 처리하면 될 거야. 단칼에 처리 할 수 있어? 최대한 빠르게."

레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5.

"호오... 이건 뭐지?"

상단주는 탐욕스러운 눈빛을 하고선 중얼거렸다. 그의 손에는 용의 비늘이 들려있었다.

"황금인가? 아니야... 도통 무슨 금속인지 모르겠군. 금속이 맞긴 한가? 이렇게 빛이 나는 걸 보면 귀금속인 것 같은데. 연금술사들에게 팔면 비싸겠어."

"크악!"

비명소리에 상단주는 벌떡 일어섰다. 그는 마차 문을 벌컥 열어 젖혔다. 상단의 행렬을 지키던 용병들도 당황한 듯 눈을 돌렸다. 그곳엔 마차에 묶인 말의 줄을 끊고 있는 프람과 레오가 있었다. 그들은 말을 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말이 없는 용병들로서는 쫒을 수 없었다.

"이런, 제기랄! 어떻게 된거냐?"

상단주의 물음에 한 용병이 다가와 대답했다. 그가 책임자인 모양이다.

"놈들이 알렉을 죽이고 그의 칼을 탈취해 크롤을 죽였소. 그리고 보다시피 말을 탈취해 달아났지."

"이 놈!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네 놈들에게 부은 돈이 얼마인데, 꼬맹이 두 놈 조차 관리를 못해? 이런 쓸모없는 것들!"

분노한 상단주의 말에, 보고하던 용병 역시 눈썹을 꿈틀댔다.

"상단주, 잊은 모양인데, 우리 계약은 처음부터 상단의 호위였소. 노예의 관리는 없던 사항이오."

"크큭, 이 노옴! 한낱 용병주제에 기고만장 하구나! 노예 또한 상단의 물품이다. 너희는 물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지! 이는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을 이유로 충분하다!"

그 용병도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목소리가 커졌다.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구려. 상단주께서는 아시오? 용병길드에서 매 년, 매 달마다 이탈자가 나온다는 것을? 상단의 호위를 맡기로 하고 떠난 그들은 종적을 감추지. 물론 상단도 함께. 무슨 뜻인지 아시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로서도 큰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소."

그는 말을 마치고 칼에 손을 얹었다. 상단주는 마차에 쓰러지듯이 앉더니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엔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래, 내 말이 심했소, 라울단주. 내가 어찌 용병길드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드는 라울 용병단을 적으로 돌리겠소? 하지만 그대도 그 꼬맹이들을 잡아야 할 것이오. 아아, 칼 손잡이에서 손 좀 떼시오.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니. 그 녀석들이 어떻게 떠났는지 잊으셨소? 그 놈들은 말을 타고 갔단 말이오, 말을! 그 꼬맹이들이 말을 탈 줄 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진정 모르오? 그들은 귀족이요! 호위무사가 없는 걸로 봐서는 가출한 꼬맹이들 같소. 당장 잡아야 하오. 물론 사로잡는 게 좋겠지만, 죽여도 좋소. 목숨이 걸린 일이니."

 

6.

프람과 레오는 말을 타고 계속 달렸다. 레오는 그 와중에도 프람에게 말을 걸었다.

"프람, 굉장히 의외인데? 네가 그렇게 사람을 쉽게 죽이다니."

프람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어차피 평민이었어. 게다가 우릴 잡아다 팔려고 했잖아. 모르고 했다지만 귀족모독죄로 즉결처분해도 상관없는 일이지."

레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목에다 칼을 박아 넣는 솜씨는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던데?"

"어쩔 수 없었어. 그 녀석이 소리를 지르면 모든 게 말짱 꽝이니까. 그보다, 정말 미안하다. 내가 너까지 위험에 끌어들였어."

레오는 씩 웃으며 말했다.

"아니, 뭘 그런 걸 가지고. 이 정도 고난쯤이야, 널 따라왔을 때부터 예상하고 있었어. 게다가 거기서 상단을 만나고 아무리 조심했더라도 바뀌는 건 없었을 거야. , 그렇게 무방비로 잠들지 않았으면 용병 몇 놈들의 목은 칠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 이후 탈출하긴 더 어려웠을 걸?"

프람은 굳은 얼굴을 풀지 않고 말했다.

"아니, 더 조심했었어야 했어. 차라리 상단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말걸. 평민들은 나무 껍질을 끓여먹기도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 우리도 그렇게 최소한 굶어 죽진 않았을 거야. 게다가 난 이번 일만 말하는 게 아니야. 나 같이 칼도 못 쓰는 놈이 무슨 염치로 너에게 같이 가자고 했지? 차라리 죽더라도 혼자 죽는 게..."

레오는 말을 세우며 인상을 썼다. 하지만 그의 입은 웃고 있었다.

"프람, 나의 친구 프람. 넌 내 유일한 친구야. 친구가 힘들 때 돕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게다가, 난 칼을 휘두르는 것 뿐 할 줄 모르지만, 넌 훨씬 대단한 걸 할 줄 알지. 그 상황에서 나 혼자였다면 결코 탈출하지 못했을 거야. 너의 기지야 말로 나의 칼솜씨보다 훨씬 대단한 거라는 걸 알아. 자신감을 가져, 프람. 넌 대단한 녀석이야."

레오는 프람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의 등을 두드렸다. 프람은 한숨을 폭 내쉬고는 말했다.

"미안해.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말이야. 그리고 고마워. 네가 없었다면..."

프람은 씨익 웃었다.

"...정말 곤란했을 거야. 그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분명 그들은 우릴 쫒아올 거야."

"? 우리의 소지품과 꽤 많은 양의 돈을 얻었어. 게다가 내가 용병을 죽인 걸 보았으면 우리가 칼에 대해 문외한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을 거야. 용병들에게 말을 지급하면 상단이 늦어져. 그가 그런 손해를 감수 하고 우리를 잡으려 들까?"

프람은 말을 출발시키며 말했다.

"일단 노예는 비쌀 거야, 아마. 목이 걸린 일이니 우리 상상보다 훨씬. 게다가, 꼭 그런 게 아니어도 우리가 말을 타고 도망친 이상 반드시 쫒아올 거야. 노련한 모험가도 아닌 녀석이 말을 탔다는 것은 귀족이라는 것을 의미하니까. 죽지 않으려면 우릴 죽여야 겠지. 이랴!"


----------------



일단 여기까지 썻구요... 내용이 너무 살이 없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어떠신가요?

끝까지 읽으실 분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비판과 조언은 부드러운 어조로...ㅠㅠ 가슴에 스크래치 납니다.



* 구름이님의 조언으로 내용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그'라는 대명사가 많다는 부분은 아직 못했습니다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