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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선생은 2점짜리 문제가 됐다.
게시물ID : readers_152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ㅂㅎ한
추천 : 12
조회수 : 6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30 19:34:38
이른 저녁, 얼큰하게 막걸리를 한 사발하니 피천득 선생의 이야기가 그리워져 방 곳곳을 살폈습니다. 그러다 결국 이 방을 뒤져 그 책을 찾아낼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포기하고 네이버에 '피천득'이라고 검색하면 그 선생의 글을 볼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검색을 해봤습니다.


수능 언어영역과 얽힌 이야기들이 숱하게 나옵니다. 더러 그렇지 않은 제목들이 나와 들어가보니, 전 본 적도 없던 피천득 씨의 수필집의 표지가, 어떤 여자분의 손에 쥐어진 사진 뿐입니다. 취기는 서서히 절 떠나가는데 아직도 피천득 선생의 수필은 찾지 못했습니다.


찾으려 맘을 먹고 다른 내용들을 보니 '아사코와 만난 첫 번째와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의 의미가 어떻게 다르냐'는 가슴 아픈 질문들만 자꾸 눈을 찌릅니다. 피천득 선생이 요즘을 떠나간 기분입니다. 지난했던 고교 시절, 가난했던 학부 시절, 제게 잠시 산책할 공원 같았던 글들이 고작 3점짜리 2점짜리 1점짜리 문제로 취급되니 참 서글픕니다.


절반은, 그 선생의 글을 좋아했던 제 서글픔일 것이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그 선생의 글을 고작 몇 점짜리 문제로 보게 된 그 어린 친구들에 대한 서글픔입니다. 잔잔한 글은 쓰는 이는 물론하고 읽는 이에게는 더욱 아름다운데.. 훗날 가만히 놔두면 글을 읽을 일을 좋아할 아이들이, 그 글들을 타인들의 강요에 의해서 접하는 바람에 그 글을 아름답게 감상할 방법을 잃는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흰 사기 그릇에 막걸리가 옅게 깔리니, 옅은 월훈마냥 퍽 아름답네요. 하지만 이 아름다운 광경에 막걸리를 좀 더 부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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