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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리뷰] 일루셔니스트 (2006년)
게시물ID : movie_331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약밀매상
추천 : 3
조회수 : 671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9/04 20:30:3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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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 줄거리

 

에드워드(어린시절 아이젠하임)는 소피 공녀 집안의 가구제작자로 일하다가 소피 공녀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신분차이 때문에 만남은 금지되고 슬픔에 빠진 에드워드는 먼 동쪽나라로 15년간 마술수행을 떠납니다. 그 사이 소피 공녀의 집안과 레오폴드 황태자 사이에 혼담이 오고갑니다. 레오폴드 황태자는 소피 공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소피 공녀와의 혼인으로 헝가리의 왕좌를 차지해 자신의 아버지가 다스리고 있는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벌이려는 야심가입니다. 어느날 황태자와 소피는 마술공연을 보러 가는데 거기서 아이젠하임으로 이름을 바꾼 에드워드와 만나게 됩니다. 그 후로 아이젠하임과 소피는 자주 만나며 황태자와의 혼담을 깨고 멀리 도망가기를 계획합니다. 황태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소피 공녀와 크게 말다툼을 하게 되는데 그녀는 다음날 개울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슬픔에 빠진 아이젠하임은 그 후로 마술공연에서 소피의 영혼을 불러냅니다. 그 공연을 보러간 황태자와 울 경감(폴 지아매티)은 소피의 죽음에 관해 의미심장한 진술을 듣습니다. 울 경감은 황태자가 소피 공녀를 살해했다고 의심하고 증거를 모읍니다. 황태자는 끝까지 살인 용의를 부인하지만 울 경감은 황태자의 왕위 즉위를 저지할 수 있는 정적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여 황태자의 야심을 산산히 부숴버립니다. 황태자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며 비극적 결말을 맞습니다.

 

-----------스포일러--------------

  

사실 소피는 황태자와 다툼 후에 일시적으로 죽는 약을 먹고 죽은척 한 것이며 황태자에게 살인 용의가 몰리게 하기 위해 일부러 황태자의 소지품을 살인 현장에 흘려 울 경감이 황태자를 의심하도록 만듭니다. 결국 소피와 아이젠하임의 도피는 성공하고 어느 경치좋은 산골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합니다.

 

 

 


# 왜 마술사(magician)가 아니라 환영술사(illusionist)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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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션과 일루셔니스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사전적으로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매지션은 일종의 테크니션이라는 어감이 강합니다. 과학적 이론을 근거로 반복적 숙련을 통해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프로 공연가 같은 이미지 말입니다. 하지만 일루셔니스트는 좀 더 신비주의적이고 종교적이며 훈련을 통한 습득이 아니라 능력을 통해 환각 또는 착각을 보여주는 능력자라는 느낌이 강하죠. 이 영화는 이렇게 제목에서부터 일종의 허상을 보여준다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허상을 보여주는 행위는 주제의식과도 관련된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아이젠하임은 왜 소피의 영혼을 소환하는가?

 

황태자는 야망이 있고 권력지향성이 강한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왕인 아버지의 눈밖에 나는 바람에 왕위를 상속하는 것이 녹록치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한 도구로써 소피 공녀와의 혼인에 매달리는거죠. 그에게 있어 소피 공녀 = 권력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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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황태자가 열렬히 원하는 소피 공녀는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환영이라는 것이 아이젠하임의 메시지입니다. 황태자가 추구하는 권력은 결국 아무 실체도 없는 허상이라는 것을 소피라는 캐릭터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에 잡힐듯 잡힐듯 하지만 결코 잡히지 않죠. 이런 의도는 아랫쪽 왕궁 공연중 엑스칼리버 전설을 차용한 부분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 아더왕의 엑스칼리버를 모티브로 삼은 장면의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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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공연중 아이젠하임이 직접 가져온 소품 말고 현장에 있는 물건들로만 공연을 할 수 없겠냐고 황태자가 요구하자 아이젠하임은 황태자의 칼을 빌려 바닥에 꽂은 후 누구든 뽑아보라고 합니다. 두 세명의 신하들이 시도해 보지만 칼(=권력)은 요지부동 뽑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황태자가 시도하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쑥 뽑혀나옵니다. 공연은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쳐졌지만 황태자는 아주 심기가 불편해합니다. 황태자는 자신의 차례에 칼이 뽑히지 않아 모욕을 당한 것도 아닌데 왜 이 사건 이후로 아이젠하임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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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엑스칼리버 전설에서 기인합니다. 다른 모든 용맹한 기사들이 뽑을 수 없었던 엑스칼리버를 아더왕이 뽑을 수 있었던 것은 아더왕 자신의 타고난 지혜와 힘 때문이 아니라 멀린이라는 마법사가 부여한 신비한 마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즉, 지금 황태자가 칼(권력)을 뽑을 수 있는 것은 황태자의 타고난 힘 때문이 아니라 아이젠하임(마법사)이 만들어낸 환영술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메시지인거죠. 권력자는 실제로 권력을 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권력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입니다.

 

 

 

# 미디어(영상매체)라는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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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하임이 사기꾼으로 몰려 조사를 받는 경찰서에서 권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민중들의 아이젠하임에 대한 두터운 신망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황태자는 그의 능력을 두려워하고 질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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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아이젠하임은 민중들에게 그들이 지지하고 있던 그의 신비한 능력이 사실 속임수였다며 실체를 폭로하고 사과합니다. 권력의 허상성에 휘둘리는 민중들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하는거죠. 

 

그런 측면에서 볼때 영화야말로 마치 마법과도 흡사한, 일종의 환영을 보여주는 영상매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즉, 이것은 환영술 공연에만 국한되는 논의가 아니라 언론이나 미디어의 허상성과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해석 해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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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만들어준 황우석이라는 허상.

10월에 개봉하는 제보자라는 영화에서 언급할 것 같은데 기대가 많이 되네요.  

 

 

 

# 감독이 관객에게 시전한 환영술...과연 이 영화는 해피엔딩일까?

 

황태자는 진짜 악인이었을까요? 아이젠하임은 선량한 시민입니까? 반전까지 모두 본 관객들은 아마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황태자는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결함있는 품성의 소유자이긴 하지만 당시의 현실이나 여성의 위상을 고려했을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악인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만불손한 태도는 당시 귀족들의 일반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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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왕위를 차지하려는 것도 자기 일신상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능한 아버지가 망쳐놓은 나라를 살려보려는 진심에서 우러난 행동이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물론 소피를 살해했다는 혐의도 모두 아이젠하임이 씌운 누명이었죠.

 

아이젠하임은 어떻습니까? 거의 성사단계에 이른 혼인에 막무가내로 껴들어 예비신부를 유혹합니다. 결국 혼담을 파탄나게 만들고 황태자를 속여 자살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아이젠하임 개인적 욕망의 실현을 위해 준비한 음모였습니다. 그가 과연 선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과연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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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포스터 제작 담당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게 포스터를 만들어 놓았더군요.  '미스터리 로맨스', '영혼을 부르는 마술'. 이런 문구로 아이젠하임과 소피의 사랑이야기와 마술이라는 볼거리에 중점을 둔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고 황태자는 몰락하는 권선징악적 해피엔딩을 보았다고 만족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문판 포스터를 보시면 "Nothing is what it seems" 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대충 해석해 보면 "어떤 것도 보이는 모습 그대로인 것은 없다" 라는 의미입니다.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설명하는데 저 간략한 문구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장애를 극복한 마법사와 공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신 분들은 감독이라는 일루셔니스트가 시전한 영화라는 환영술에 속은 것은 아닌가 음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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