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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순간에서 영원으로, 하나에서 전체로 : 루시
게시물ID : movie_33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명의함정
추천 : 1
조회수 : 9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14 16:12:42

 

-Spoiler Alert-  

 

 

 

 

이 번 주 금요일 강의시간에 교수님이 상당히 인상깊게 본 영화라며 '루씨'를 언급했다.  간단한 시나리오를 언급했는데 이런 류의 소재를 선호하는 나로썬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래서 오늘 아침 첫영화로 보고 왔다. 주변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딱히 호의적이진 않았다. 중간부분부턴 별로였다거나 엔딩이 영 좋지 않다거나 그냥 전체적으로 맘에 안든다거나... 다양한 의견이 있었으나 그래도  

소재가 너무 마음에 들어 결국 보고왔다.  

결론은 완벽히 만족했다. 또 볼 예정이다. 연출은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였다. 오는 길 내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일반적인 사람은 평생에 걸쳐 전체 뇌의 10% 정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만일 100% 전부 활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잉여 자원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나 그 자원이 현대 인간문명의 핵심인 두뇌라면 더욱 더 안타까울 것이다.

더 군다나 더욱 사용하고 싶다고 해서 사용할 수도 없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환상은 점점 커지고 이러한 내용을 다룬 작품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초월적인 것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 본디 우리와 같이 평범한 인간이 그로 거듭난다면 '혹시 나도?' 하는 희망인지 아니면 단순히 강한 힘에 대한 동경인지, 그에 대해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히어로물과 같이.  

 

그렇다면 이 영화도 다른 히어로물이나 초능력자물처럼 엄청난 능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세상을 때려부수거나 악에서 구한다거나 하는 영화일까?  

 

필자의 감상은 정 반대였다. 나는 이 영화를 이 두 단어로 표현하겠다. 초월, 그리고 확장. 

 

 

처음 개략적인 시놉시스를 들었을 때, 나는 예전에 봤던 영화인 '리미트리스(Limitless)'가 떠올랐다.  

이 영화도 루씨와 마찬가지로 약물을 통해 인간의 두뇌를 100% 활용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는데, 여기서는 두뇌를 극한으로 사용하더라도 그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 육체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리미트리스'에서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그 즉시 두뇌의 전부를 활용 가능하게 된다. 지각능력과  

패턴인식, 추론능력, 연산능력이 극도로 활성화가 되어 일반 사람들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들을 순식간에 끝내버린다. 하지만 새로운 능력이 생긴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이 강화된것 뿐이다.(강화의 폭이 좀 넓긴 하다)  

 

 

 

 

'루씨'에서 '리미트리스'에서의 능력은 주인공 루씨가 뇌의 20%정도를 활성화 시킬때 모두 발현된다.  

작중에서 루씨는 약이 처음 흡수될 때부터 비범한 모습을 보여준다. 약물이 몸안을 휘젓고 다니면서 몸이 중력을 거부하고 이리저리 떠다니게 된다. (마치 무협지에서의 '환골탈태'과정에서 몸이  

부양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여튼, 20%정도가 활성화 된 루씨의 두뇌는 주변의 거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공기의 흐름, 지면의 흔들림, 멀리 떨어진 사람의 대화... 즉 지각능력이  

극대화되었다는 것이다. 내면으로는 태어난 순간부터의 모든 기억을 떠올릴 수 있으며 언어능력도  

강화되어 중국어로 쓰여진 표지판을 보자 영어로 보이게 된다. 그리고 학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오던 그녀가 환자의 CT사진을 보고  

증세 판단과 생존 확률까지 알 수 있게 된다. 고통을 느끼지도 않게 된다.  이미 여기서 '리미트리스'의 에디를 뛰어넘게 된다.  

병원을 나선 루씨는 나무를 보고 지면 아래의 뿌리까지 본다. 보통 인간과 다른 파장의 빛까지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녀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신제국치국평천하라 했던가, 자신의 몸을 극한으로 강화하고, 심지어 신진대사마저 조절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젠 자신이 아니라 주변 사람, 환경까지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기억을 읽고, 사물을 조종하고 심지어 나중엔

중력마저 마음대로 다루게 된다. 겉껍데기만 인간인 수준이다.  

 

 

작중에서 루씨는 새뮤얼 교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언어, 숫자.. 이런 것은 모두 의미없는 것이다. 모두 인위적인 것이다. 인간이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가늠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인간의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시간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시간의 장벽 앞에선 어떠한 생물도 무생물도 버틸 수가 없다.


"사물은 시간과 함께 스러진다. 시간의 힘 아래 만물이 늙어가고 잊혀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이런 시간의 장벽 앞에서 생물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새뮤얼 교수는 말한다.

불멸immortality와 번식reproduction.  

죽 지 않도록 하거나 아니면 죽더라도 이전 세대의 지식을 전수해 사실상 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것이다. 루씨는 자신의 인간성이 점점 사라지면서 앞으로의 길에 대해 혼란을 느낄 때 교수로부터 '당신의 지식을 남기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듣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밧데리가 다 되어 몸이 붕괴되던 때에 교수가 강의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살아남으려 노력한것도 그렇고 샴페인을 마시며 지식을 위해 건배

이런 말을 한 것도 그렇고 아마 전승이야말로 루씨의 레종데토르가 아닐까 생각된다.   

 

 

 

 

 

' 리미트리스'와 가장 큰 차이는 앞서 서술했지만 인간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점점 확장되는 감각은 말이 눈과 귀지 사실상 레이더, 안테나나 다름이 없다. 전자기파를 볼 수 있고(신호 해석도 가능하다) 조종할수도 있다. 벽 너머의 상황을 아는건 숨쉬는것과 난이도가 비슷할 것이다. 단순히 뇌를 활용하는것보다는 아마 뇌에 맞춰서 육체도 단기간에 진화한것이라 보는게 설득력있겠다.  

 

루씨는 마지막 장면에서 남은 약물을 모두 투입해 뇌의 한계를 보고 이를 인류에게 남겨주려고 한다. 뇌기능의 90%를 사용할 때 쯤에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실험실 의자에 앉아있는 상태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아마 의식이 여행하는것같다),  

세상을 정지화면처럼 보고, 과거로 돌아가기도 한다. 현대, 근대의 브로드웨이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올라간다.

 

영화 첫장면은 최초의 인류인 '루시'가 물을 떠먹는 장면이다. 루씨는 루시를 만난다. 물을 떠먹던 그 자리에서 루씨는 루시에게 손가락을

뻗는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보는듯 하다. 같은 이름을 가진, 최초의 인간과 최초로 신의 영역에 다다른 인간의 만남.

두 사람의 손가락이 맞닿은 순간, 루씨의 의식은 지구를 넘어서게 된다. 지구와 달의 탄생을 지켜보고 더욱 확장된 의식은 우주 곳곳을 누비며 (아마도)우주의 탄생까지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100%에 도달하는 순간엔 몸이 사라지게 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졌는데 몸이 남아있는게 이상할 것이다.  

그녀를 찾는 경찰에게 그녀는 핸드폰 메시지로 "나는 어디에나 있어" 라고 말한다. 

루시와의 장면도 그렇고 어디에나 있다는 말도 그렇고, "나는 알파요 오메가니라"라는 그리스도의 말이 떠오르며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

신의 영역에 루씨가 도달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시간이라는 장엄한 개념 앞에서 인간은 물론이고 그 어떠한 존재조차 초라해질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한한 공간 저 너머의 우주 안에서

작디작은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루씨는 그러한 제약들을 넘어섰다. 찰나를 살다가는 인간에서 영원을 사는 존재로,  

한 명의 사람에서 이 세상 모든 것으로. 하나에서 전체로 말이다. 그녀는 세상 그 자체가 되었다. 

 

 

 

 

어쩌면 루씨의 말대로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문자나 숫자를 만듦으로 인해 지식의 한계를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일수도 있고, 아니면 시간으로 인해 발목이 잡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필 자는 이런 생각이 든다. 아직은 때가 아닌게 아닐까. 우리가 좀더 지식의 경계를 넓혀나가고,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지게 된다면 아직 보여주지 못한 놀라운 능력들을 마음껏 쓰지 않을까. 순간에서 영원으로, 하나에서 전체로 나아갈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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