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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명언96-신에게는 손자가 없다/김경욱<잘 읽히고 깊이있는 소설집>
게시물ID : lovestory_687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1
조회수 : 5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15 20:07:15

출판일 11.09.30
읽은날 14.09.15
300쪽.

10p.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기간제교사인 강지선의 수중에는 채찍이랄 것도 없었다. 강지선에게 허락된 시간은 본래 담임이 출산휴가에서 돌아올 때까지뿐이었다. 아이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르는 게 없었다. 애들이 뭘 알겠어요? 라고 말하는 것은 그애들의 부모다. 모든 죄악의 근원. 아이들은 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다. 저희가 안다는 걸 모르더라도 아는 건 아는 것이다. 아이들은 '강지선땜'이라고 불렀다. '쌤'을 잘못 발음하는 줄 알았다. 아이들은 혀가 덜 여물었으니까. '땜'이 '땜빵'의 약자라는 사실을 강지선은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83p. 99%
다음날 오후 미선이 메씬저로 말을 걸어왔다.
- 밥은 먹고 다니냐?
그것은 주변에 보는 눈이 없는지, 안심하고 메씬저질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우리끼리의 암호였다.
-너도 사흘 굶어봐라.
괜찮다는 신호였다.

113p. 허리케인 조의 파란만장한 삶
나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체중이 얼마냐고 노인이 대뜸 물었다.
"89킬로그램인데요."
사실은 91킬로그램이었다.
"헤비급이구만, 작가 선생."
"아, 네."
'헤비급'이라는 말이 가슴에 묵직하게 얹혔다. 인간으로서의 위엄을 잃은 어떤 부류를 냉정하게 지칭하는 말처럼 들렸다.
"살이 찌는 건 죄악이 아니오. 살에 대한 책임을 게을리하는 게 죄악이지. 헤비급이라는 것은 무하마드 알리나 조지 포먼 같은 상대와 맞붙어야 한다는 뜻이오, 작가 선생."
살에 대한 책임이라. 출렁이는 뱃살에 대한 책임감으로 마음이 몸보다 더 무거워졌다. 무하마드 알리나 조지 포먼의 주먹을 맞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114p. 허리케인 조의 파란만장한 삶
"나약한 소리 마시오. 한번 링에 오른 자는 영원히 내려올 수 없소. 발 딛고 선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링이기 때문이오. 흔히 말하지, 세상은 링과 같다고. 말은 언제나 쉽소. 세상이 링이라면 언제나 링에 오를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소? 세상이 일종의 링이라는 것은 비유가 아니라 진실이오. 링이 왜 사각형인지 아시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머무는 곳이 십중팔구 사각형이기 때문이오. 방, 교실, 사무실, 엘리베이터, 길, 버스 등등. 요람부터 관까지 모두 사각형이니 결코 사각형에서 벗어날 수 없소. 운명은 사각형이오, 작가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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