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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발發축제] 만원이 빈다
게시물ID : readers_157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뇨
추천 : 6
조회수 : 2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0 22: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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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편돌이
교대타임이 와서 인수인계를 하는데
만육천원이 빈다.
아 그래 막걸리값!
영수증 찾아보니 육천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제 만원이 빈다.
만원을 쥐어짜낼 껀덕지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이렇게 내 2시간의 시급이 날아가는건가...
아! 환불을 건들여볼까?
고작 만원 따위에 양심을 파려 했다니
마음이 혹했다. 
솔깃했다.
환불버튼을 누른다
만원의 금액을 입력하니
영수증 목록이 나온다.
딱 만원짜리. 
딱 만원짜리 영수증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돈을 센다.
역시 아직
아직 만원이 빈다.
양심을 팔까?
고민하는 사이 교대가 온다.
교대의 얼굴을 보니 내가 참 부끄럽다.
교대가 웃으며 말한다.

만원비죠? 그거 제가 빵꾸낸거에요!

해맑다. 
참 해맑다.
똥씹은 표정이 되어 고민했던 지난 20분의 나완 달리
해맑다.
참 해맑다.
근데 내 표정도 해맑다.
참 해맑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마디

근데 저 돈을 안가져왔어요!

헤헤...해맑다.
참 해맑다. 
해맑은 소년이다.
참 해맑은 소년이다.
나도 저렇게 해맑았던 때가 있었을까.
소년을 빤히 보고 있으니 
해맑은 소년이 말한다.

만원만 빌려주세요. 

해맑게 말한다.
나는 아무 말없이 
가방을 챙기고 편의점을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해맑던 소년이
똥씹은 표정으로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넣는다.
편의점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해맑다.
참 해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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