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작가로서 큰 뜻을 품고 절대로 유저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입사한 첫 회사였습니다.
주로 작업했던 동화틱하고 다정다감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인간군상과 더러운 면을 다뤄야 하는 게임 회사였기에 글을 쓰기는 힘들었고
하루하루가 정말 지옥같은 생활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지옥같은 생활에 어째서인지 햇살이 조금씩 들어오더라구요.
익숙해진 덕분인지 시나리오의 평가는 날이 갈 수록 좋아졌고, 저도 차츰 회사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서비스 하는 나라에서 평가가 좋아서 스스로 만족스러운 나날이었어요.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마음속에서 거절하는 글을 언제까지 잘 써나갈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리고 차기작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불안감은 현실이 됐습니다.
1년 6개월에 가까운 까임과 재작업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이 되고 자신감이란 단어는 제 머리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무렵부터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습니다. 남은 건 어떻게든 컨펌만 받자는 생각 뿐이었죠.
이대로는 안되겠더라구요. 유저를, 그리고 저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은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어떻게든 컨펌만 받자니...
이 무렵 회사에 더 남아봐야 죽도 밥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직서를 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5년 2개월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지금의 전 백수입니다^^;; 크루므[31세, 백수])
오랜만에 느끼는 두근거림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 날이라 예전에 함께 일하면서 고생했던 사람들과 만나 술을 한잔 하니 별별 생각이 다 드네요^^;;
고민게에 올릴까 했지만, 앞으로의 일이 그리 고민만 되는 일은 아니기에 자유게시판에 올려봅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시는 분들...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처럼 재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으니 같이 힘내봐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