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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장문] 첼시 FC와 조제 보싱와, 그 숨겨진 이야기
게시물ID : soccer_1257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의식하지마
추천 : 13
조회수 : 10243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4/10/20 00:44:05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drYH1







"미안해 Jose, 아무래도 그건 힘들 것 같아."


Chelsea FC의 부주장 Frank Lampard는 그의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Bosingwa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건 단순히 내 입김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클럽 차원의 운영이 달린 일인 만큼 구단주인 Roman의 허락도 떨어져야 하고...."


말 끝을 흐리는 그의 표정에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데 제 아무리 서툰 사람이라도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의 미안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아니야 프랭크, 나야말로 내 개인적인 일 때문에 너에게 무리한 부탁을 한 거 같아서 미안해. 난 이만 가볼게."


조용히 수긍하며 램파드의 집을 나서는 조세 보싱와의 표정은 다소 착잡해 보였다.


'이번이 아니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없을 텐데...'



보싱와


현재 첼시의 주전 풀백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 조세 보싱와

그는 포르투갈 국적으로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하고 있었지만 태어난곳은 콩고 민주공화국으로 콩고의 음반다카라는 작은도시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어린 시절의 조세는 지금처럼 몸이 강인하지 못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도 작았고 날 때부터 타고난 듯한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거친 아프리카 아이들 틈에서 종종 괴롭힘마저 당하며 자란 아이였다.

그런 조세에게 거의 유일하게 따뜻하게 대해주며 보살펴준 아이가 있었는데 

그는 Jamolo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년이었다.

자몰로는 조세를 괴롭히는 아이들 틈에서 항상 조세를 구해줬다.

아이들이 조세를 흙탕물에 집어 넣고 물장구를 치면 가장 앞에 서서 물장구를 치던 아이에게 돌팔매를 던졌고,

아이들이 조세의 아끼는 공을 멋대로 차며 놀고 있을 때는 아이들의 다리를 걸고 넘어뜨린 뒤 재빠르게 공을 들고 도망쳤다.

그리곤 여느 때처럼 바위 틈에 앉아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던 조세를 찾아 함께 공을 차곤 했는데 


자몰로는 성인들까지 포함해도 마을에서 가장 공을 잘 찰 만큼 축구의 재능이 있었다.

자몰로는 조세와 함께 공을 차며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조세, 난 언젠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뛸 수 있다는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는 축구 선수가 될 거야."

"모두가 바라보는 앞에서 당당히 주인공으로서 트로피를 들고 옆에서 환호하는 동료들과 함께 우승을 축하하는 거. 그게 내 꿈이거든."


축구를 잘몰랐던 조세는 자몰로가 하는 말이 정확히 무슨말인지는 몰랐지만, 설렘으로 가득차있는 자몰로의 눈을보며 그의 꿈을 함께 응원해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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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콩고에선 내전이 일어났다.

마을에 떨어진 폭탄을 코 앞에서 맞은 조세는 기억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유엔 군이 운영하는 수도 병원에 있었다.

다행히도 조세의 몸에는 몇 군데의 경미한 상처만이 남았고 금세 치유 되었지만

조세를 위해 몸을 던져 폭탄을 막아낸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의 이름이 자몰로였다는 사실을 조세는 며칠 뒤에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자몰로. 나 그 이후로 너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축구 선수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진가 봐. 

그 날, 나 대신 네가 살았더라면... 그랬다면 넌 분명 나보다도 훨씬 멋진 모습으로 당당히 트로피를 들 수 있었을 텐데....'


그 날 밤, 조세는 이런 저런 생각에 다음 날 자신이 출전하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 경기가 있음을 암에도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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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숙녀 여러분, 전 세계 최고의 축제! 유에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그 황홀한 축구의 전쟁을 지금 이 곳,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시작합니다!"

장내아나운서의 독일어는 6만 관중들의 함성으로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사실 독일어는 하나도몰라서 함성소리가 없었어도 알아듣진 못했겠지만.


"오늘의 경기는 Drogba 너에게 달렸어. 이렇게 Munchen의 센터백 라인을 최대한 흔들어서..."


대망의 결승전을 앞두고 분주하게 전술을 설명하는 Di Mateo는 유난히 말이 많았다. 두 번 다시 없는 결승전이니 해야 할 말이 차고 넘칠 것이다.


"경기 시작 직전입니다. 선수 여러분 이젠 입장해주세요."


경기장 입장을 안내하는 심판의 말이 들려왔다. 드디어 경기 시간이 다가왔다.


"모두들 잘 들어. 긴장하지 말고 평소 우리가 하던 대로, 작전 대로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틀림 없이 이길 수 있어. 저 우승컵은 우리가 가져간다."


빙 둘러 모인 선수들 틈에서 결장하는 테리 대신 완장을 찬 주장 램파드가 말했다. 


"자, 가자. We go Chelsea, We go Chelsea, We go!"


경기 시작 전 항상 반복하는 구호로 선수들은 모두 다짐을 새겼다. 이제 킥오프가 코 앞이다.


삐익-!!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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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용은 예상대로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뮌헨은 강한 선수들이 모두 조화를 이룬, 너무나 잘 짜여진 팀이었고 첼시 역시 좋은 팀이었지만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첼시 선수들은 끝까지 투지를 불태우며 뮌헨을 물고 늘어졌고, 결국 승부는 120분의 혈투에도 끝나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승부차기, 뮌헨의 첫 번째 키커는 뮌헨의 주장이자 독일의 주장인 Lahm이었다.

람은 역시나 주장답게 침착하게 인사이드로 첼시의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그에 맞서는 첼시의 퍼스트 키커는 팀에서 가장 강하고 정확한 킥의 소유자 Mata

허나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마타는 그답지 않게 첼시의 첫 번째 킥을 골대 가운데의 Neuer에게 힘 없이 안겨주고 만다.

이어진 뮌헨과 첼시의 2번째, 3번째 킥

4명의 선수는 모두 나란히 성공했고, 스코어는 3-2 다시 뮌헨의 4번째 키커 Olic로부터의 시작이었다.

이 골을 넣으면 뮌헨의 우승은 확실시되는 상황

하지만 올리치는 실축하고 만다.

첼시의 골키퍼 Cech에게 완전히 방향을 읽히고 만 것이다.

뒤를 이어 첼시의 키커로 나선 Cole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고,

이어진 뮌헨의 5번째 키커는 Schweinsteiger

미드필더의 킥은 거짓말 같이도 골대 오른쪽 포스트를 맞춘다.


스코어는 3-3


첼시의 5번째 키커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키커, 디디에 드록바

드록바는 침착하게 공을 들어 페널티 스폿에 놓았다.

이 골을 넣으면 첼시의 우승은 확정된다.

첼시에서만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노장 드록바, 그가 가장 갈망하던 순간

그리 길지 않은 도움닫기

공은 그의 발을 떠났고

첼시의 전 일동은 동시에 그라운드로 뛰쳐 나왔다.

우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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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같이 그라운드에서 환호했고 보싱와 역시 기뻤다.

.

.

.


경기장 안에서의 우승 세레모니는 대충 거의 끝났고, 이제 관중석 한가운데서 우승의 증거로 챔피언 트로피를 치켜드는 일만이 남아있었다.

보싱와는 동료들과 함께 관중석을 올라가며 생각했다.


'아쉽지만.. 이걸로 된거야. 나 따위가 첼시의 첫 챔스 트로피를 드는것보단 드록바와 램파드, 테리가 함께 드는 걸 모두가 바라고 있을테니까... 

그래. 이거면 된 거야. 이 정도면 충분해. 난.'


보싱와는 동료들 뒤에 멀찍이 서 트로피를 들어올릴 첼시 레전드들의 모습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때였다.


"헤이 조세! 뭐 하는 거야? 모두 널 기다리고 있어."


유니폼 대신 양복을 입은 존 테리가 그를 불렀다.


"테리? 너야말로 뭐 하는 거야? 첼시의 주장인 네가 얼른 앞으로 가서 램파드, 드록바와 함께 트로피를 들어야지..."


보싱와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하하, 잔말 말고 따라와. 이젠 들어올릴 시간이 됐다고 진행요원이 계속 재촉한다고. 어서! 따라와 조세!"


존 테리는 보싱와의 손을 붙잡고 함께 트로피가 있는 곳으로 달려 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조세? 모두 널 기다리다가 지쳐 버렸다구."


특유의 그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드록바가 말했다.


"조세, 이 트로피는 우리 모두가 널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이야."


등 뒤에서 누군가 보싱와의 한 쪽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주장 램파드였다.


"램파드..? 아니, 어떻게... 어제 이야기 할 때는 분명 클럽 차원의 일인 만큼 곤란한 일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 했..."

"하하, 그랬지. 어제까진 분명 로만도 우리 세 노장들이 트로피를 드는 모습이 보기 좋을 것 같다고 반대했어. 

하지만 오늘 내가 경기 직전 로만과 만나 담판을 지었지. 

만약 오늘 첼시가 우승한다면 조세가 트로피를 들게 해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시즌이 끝나는대로 미국으로 가버리겠다고. 

그 자리에서 그렇게 생떼를 쓰니 로만도 어쩔 수 없었나 보더라고. 결국 허락하더라. 하하."


"램파드... 당신....."


조세는 너무 감복해 차마 말을 끝까지 할 수가 없었다.



"어이, 조세! 뭐 하는 거야? 우리 모두 네가 트로피를 드는 순간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오늘 날 샐 셈이냐!"


뒤에서 Meireles가 소리를 질렀다. 옆에 있던 동료들 역시 그의 말의 폭소를 터뜨렸다.


"그런.. 모두 이미...."

"그래, 내가 여기 올라오기 직전에 이미 모두에게 설명했어. 자, 이젠 들어올려야 해 조세. 다들 네가 트로피를 드는 걸 기다리고 있다구."



램파드가 조세의 양 손에 챔피언 트로피를 들려주며 말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램파드...."

"하하, 그런 말은 모든 게 끝난 후, 뒷풀이 파티에서 따로 해도 돼. 그 때는 시간이 넘치니 몇 시간이고 들어줄 테니깐."

"자, 여러분! 하나, 둘, 셋 하면 이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주세요!"


그의 앞에서 진행요원이 말했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
.
.


"어이 조세, 네가 손에 힘이 빠져서 트로피를 떨어뜨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옆에서 우리도 다 같이 들어줄 테니깐,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말라구."

Torres가 말했다. 무슨 소리냐, 긴장 같은 거 안했다구 난


하나!


"그건 그렇고 조세 오늘 네 경기력, 정말 형편 없었던 거 알아? 만약 첼시가 우승 못했다면 틀림 없이 방출이었다구 너~ㅋㅋ."

Kalou가 말했다.

쳇, 넌 네 앞가림이나 잘 하지 그래.


둘!


"고맙다. 조세. 정말 고마워. 드디어 이렇게, 이뤄줘서."

자몰로가 말했다.

하하, 분명 환청일 테지만... 그래, 고맙지 자몰로? 이젠... 거기서 편히 쉬어. 하늘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누구보다 즐겁게 공을 차라고 자몰로...


셋!

 

자 이제

들어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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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9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 Jose Bosingwa





Jose Bosingwa 자서전, 챕터 3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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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erieamania.com/xe/?mid=freeboard2&page=1&document_srl=32496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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