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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나오라고 해"
게시물ID : sisa_5579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yginus
추천 : 6
조회수 : 62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0/23 18:53:36
사제 수난의 시대다. 프란치스코 교종 때문이다. 
“고통받는 형제들 앞에서 중립은 없다”는 말 때문이다. 결국 복음 때문이다. 얼마 전 세월호 특별법 관련 천주교선언 서명운동을 하던 어느 본당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서명 데스크 앞으로 할머니 한 분이 오시더니, 성당에서 왜 정치적인 서명을 받느냐고 항의했다. 서명을 받던 이들에겐 당혹스런 일이었다. 할머니에게 이 서명은 주교님들이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소용 없었다. 주교회의와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 공식기구에서 추진하는 일도 할머니에게는 당치 않은 일이었던 모양이다. ‘교황이고 나발이고 다 소용없다’는 게 할머니의 지론이다. 이윽고 성당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모셔다 드리려고 손을 내미는 찰나에 할머니 입에서 한 마디 튀어 나왔다. 

“신부, 나오라고 해!”

평신도가, 그것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이렇게 당차게 발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선 놀랍다. 시골성당에서는 어림없는 일이고, 신도시 아파트촌에 자리잡은 성당이니까 이런 말도 나오는 것 같다. 어찌보면 아들내미 같은 본당 사제에게 찬찬히 제 생각을 전해도 될 일일 텐데, 할머니는 성당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신 분처럼 거칠게 행동했다. 본당의 젊은 사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곤욕을 치렀을까, 황당하다. 어쩌면 신부님 면전이라면 이런 말은 대놓고 하지 않았겠지,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략...

수없이 많은 사제들과 신학자들과 평신도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이야기해 왔던 것이 하나 있다. 예비자 교리에 ‘사회교리’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천주교에 입문할 때 한 마디도 배우지 못한 사회교리를 나중에 배워서 실천하라는 것은 부당하다. 교황청에서 정한 공식교리서의 제3편에 분명히 ‘그리스도인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사회교리가 명시되어 있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예비자교리서에 이 부분을 십계명 열 가지를 외우는 것으로 대체해 버렸다. 삶이 없는 신앙이란 얼마나 무모하고 한심한 신념 체계인가. 신자들이 너무도 쉽게 자신의 정치논리를 신앙에 적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의 신앙적 확신을 정치에 적용할 줄 알아야 그리스도인이다. <조선일보>의 시각으로 성경을 읽는 사람은 얼마나 무지한가? 교회전통은 언제나 복음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으라고 권하고 있다. 교회가 교회 전통을 배신한다면 누가 교도권을 따를 것인가? 이미 사회교리조차 ‘불온문서’처럼 여기는 신자들 앞에서 우리 교회가 분명한 답변을 내어 놓아야 할 차례다.  

전문: http://m.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413

저도 천주교 신자이지만, 이런 신자분들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요즘 다시 세월호 관련 서명을 받았는데, 저렇게 대놓고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불편해 하던 신자들이 많더군요.

가슴아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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