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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며
게시물ID : star_2604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길을걸었지
추천 : 13
조회수 : 93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10/30 10:11:38
(별게엔 처음 글 써보네요.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기분으로 써서 반말입니다.. 그냥 그렇게 봐 주세요.)





어이, 동갑내기!!

자네는 내가 누군지 모를테지만 내겐 오랜 친구!


지난 주에 들은 위독하다는 소식에도
뭐 얼마 지나면 툭툭 일어나서 [나 그때 진~짜 죽을 뻔 했잖아] 하면서 낄낄 웃는 목소리를 듣겠지 싶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어.


그런데 이게 뭐야.
친척 상갓집에 다녀오는 차안에서 자네가 세상을 등졌다는 뉴스가 나오다니.
진짜야? 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구.


그러기를 며칠.. 어쩐지 거짓말 같고 
진짜라고 믿기엔 쓸쓸하다 싶은데

포탈에선 연일 자네 이름이 상위에서 내려가질 않더라......




간밤에.. 잘 오지 않은 잠을 청하며 누워 있다가 생각이 나서 집 구석을 뒤져 꺼내봤어.

PA300013.JPG

이런,
스스로 팬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꺼내 놓고 보니, 팬이 아니었다고 하기엔 힘들구나 싶네. ㅎㅎ


자네가 보면 쪽팔리다고 할 만한 디자인과 컨셉의 베스트앨범 (타로 카드는 뭐야~~ 초딩같이 ㅋㅋㅋ)
영화보다 음반이 더 팔렸다는 정글스토리, 라젠카, 하도 많이 들어서 늘어난 넥스트 월드, 따로 들으려고 추려 녹음한 테잎,
내 마음속의 너- 들어있는 신해철 테잎. ㅎㅎㅎ
그래. 8~90년대엔 가난한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일 때라 돈이 없어서 테잎밖에 못 샀어.

아, 노땐스 음반은 씨디였는데 친구놈이 먹어버렸네..ㅋㅋ



그런데 친구에게 얻은 넥스트 부크릿 안에는 콘서트 티켓도 저장(?)돼 있더라.
날짜를 보니 1995년 12월 30일 (토)
그날 펜싱경기장 밖에 몇시간 줄 서 있다가 들어갔는데.. 더럽게 추웠던거 알아?
안에서는 리허설하는 음악소리가 쿵쿵 울리는데 한겨울 추위는 얼마나 매섭던지. ㅎㅎ

이게 벌써 20년 전이네...






이봐 친구.
세월이 그렇게 흘렀네.

음악 한 곡도 안 틀고 오직 자네의 수다로만 때워지는 라디오 들으며 같이 낄낄거리고,
노래방 가면 언제나 인형의 기사 찾아서 번호 찍어놓고.
노짱 장례식에서 함께 울고...

팬이라는 생각도 해 본 적 없고, 가깝다고 느껴 본 적도 없었지만..
그렇게 같은 시대를 같은 것을 느끼며 살아왔다는 걸
자네를 회상하다 보니 깊이 느끼고 있어.
단지 나이가 같아서가 아니고,
자네가 만든 음악을 듣고 자네가 보는 세상을 같이 답답해 하면서 말야.
그렇게 47년을 살았군.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지만, 끝내기엔 너무 아쉬운 나이인데..
그래도 이럴 순 없잖아.
정말 이러기야?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그 사람의 장례식을 보면 안다는데
자네는 참 잘 살았던 거 같아.
바른소리 많이 해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자네를 아껴 왔던 걸 새삼 느끼며 
마음이 묵직 해 지네.



물론, 아직도 현실감은 전~~혀 없어. 자네가 세상을 등졌다는 거 말야. 앞으로도 그럴 것 같구.
그냥 금방이라도 낄낄 웃으며 [속았지?] 했으면 좋겠구만...



며칠동안 뭔가 글을 쓰고 추모의 말, 추모의 댓글이라도 달고 싶었지만 달 수가 없었지. 현실감이 없어서 말야.
단 한 글자도 쓰질 못했어.







실은... 떠나 보내고 싶지 않아서 말이지.






그래도

자네 이 세상과 영영 작별하러 떠나기 전에 숙제 하듯이 이렇게 쓰고 싶었어.
이 말만은 하고 싶어서.








정말 고마웠어 친구. 내 오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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