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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문학, 욕주의] 장님 나라에선 애꾸눈이 장애인이다.
게시물ID : military_504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명의함정
추천 : 0
조회수 : 77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1/03 19:58:37

장님나라에선 애꾸가 장애인이다 장애장

 

 

그거 알아? 장님나라에선 애꾸눈이 장애인이래.”

 

에이, 한쪽 눈이 보이는데 장애인이라니? 당연히 안 보이는 쪽이 안 좋은 거 아니야?”

 

글쎄, 과연 그럴까?”

 

입대 한 달 전,

여느때와 다름 없이 그녀와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와 함께 해온 그녀

 

 

 

 

 

 

 

대학교 1학년을 마쳤다.

친구들은 다들 군대에 하나 둘 갔지만, 나는 집안 사정이 영 좋지 않아서 아르방 노릇을 좀 더 해야 했다.

그렇게 9월이 되자 집안이 어느정도 안정되어 군대를 갈 여유가 생겼다.

대학기 동기인 녀석들이 있는데, 이녀석들은 같은 공군을 가서인지 페이스북으로 항상 재밌게 노는 거 같아서 항상 부러웠다. 입대 전부터 저기에 끼고 싶어서 일부러 공군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나는 진주를 갔다.

 

진주 교육사령부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거기서 난 소대근무를 맡아 리더십을 길렀고, 가점도 받아 내가 원하는 지랄장비 특기도 받을 수 있었다.

기술학교에서도 역시 난 과정근무를 맡았다. 인원이 적은 지랄장비 특기라 그런지, 과정근무는 거의 영웅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옆동네인 걸레정비 특기를 보니 과정근무만 11명이라 배가 사공으로 가는게 눈에 훤히 보였다.

 

역시 난 옳아.

 

 

즐거웠던 3주간의 교육은 순식간에 끝났고, 자대에 배속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배속되는 그 날은 내 군생활이 666일 남은 날이었다.

숫자가 좀 의미심장했지만 상관 없으리라, 복지가 좋다는 용개기지로 가는 만큼 두려움보단 설렘이 앞장섰다.

 

설마 악마를 만나겠어?

 

 

버스로 행하는 길.

과정장님과 교관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눈물도 보인다.

정든 기술학교야, 내가 떠난다. 조교들아 너희도 잘있어라.

 

 

 

 

언더시티다.

부대 정문에 붙어있는 공군 제 EE비행단이라는 글자들이 열을 맞춰 내 심장에 파고든다.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이 전해져온다.

신병 신고식은 어떨까? 구타는 없겠지? 여군들은 이쁘려나?

수많은 걱정과 설렘 등이 마음속을 들쑤신다.

 

 

이어서 도착한 곳은 대회의실이라는 곳이다.

벽에는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자리별로 마이크가 있어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원사 계급장을 한 분이 들어왔다. 상관이다. 긴장하자

 

 

…..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너무도 긴장해서 기억도 안난다.

병사 두 명이 와서 나를 데려갔다.

나는 너의 선임이야 라는 말에 쫄아서 피씅!!! 을 외쳤다.

 

그들은 나를 슬쩍 보더니, 격납고 같은 곳으로 데려갔다.

가면서 사람들의 면전을 살펴보니 참으로 이상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시체같았다.

썩은 얼굴을 하고 흐리멍덩한 눈빛을 하며 돌아다니다가, 간혹 가다 궁금함이 넘치는 표정으로 뭐라 말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도 대조된 두 얼굴이다.

EE비의 사람들은 얼굴이 두 개 밖에 없었다.

 

 

선임들의 지시에 따라 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또 원사 계급장을 단 분을 뵈었다.

이분은 다른 사람보다는 덜 썩은 표정을 하고 계셨다.

그래. 이분이 주임원사라는 분이겠구나. 그래서 이렇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거구나.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말씀드려야겠다.

 

주임원사님과 몇 마디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나는 신상명세서를 작성했다.

 

그리고나선 다른 선임 인솔하에 교육장이라는 곳에서 하루 종일 짱박혀있었다.

지루하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기어다녀,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17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기지에 울려퍼지고, 선임들은 날 생활관에 데려갔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생활관에 가면 모든 게 결판날 것이다. 꼽창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활관은 묘한 기류가 흘렀다.

아니, 정확히는 용개기지 전체가 그랬다.

 

맞선임이라는 병사가 나에게 물어봤다.

 

넌 무슨대학교 다니다 왔어?”

 

이병 박! ! ! 한국파워대학교 입니다!”

 

?”

 

“…?”

 

뭐지? 이걸 어떻게 대답하지?

 

대답 안하냐 씨발롬아?”

 

!

학교 평판이 좋아서 갔습니다!”

 

?”

 

시발. 이새끼는 또라이인가?

 

 

결국 난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고, 그날 점호가 끝난 후 집합이 잡혀 욕을 바가지로 먹고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다음날 또한 어제 날 인솔했던 선임들이 교육장에 얌전히 있으라 했다.

하루종일 거기 있었지만, 다른 병사들과 마주치는 것보단 훨씬 편안했다.

다만 괴로운 점은 17시 이후 생활관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너무나도 두려웠다는 것이다.

 

 

그렇게 대기생활을 한 지 3일째, 용개기지를 감싸고 있는 그 묘한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냈다.

용개기지 사람들은 무언가 “~입니다로 끝나는 말만 하면 표정이 확 바뀌며 ?” 라고 물어본다.

 

처음 오던날, 격납고에서 본 그 표정이 이 표정이었다.

항상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다니던 사람들은, “?” 라고 물어볼 타이밍만 되면 눈빛이 바뀌며 전투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모습에는 분노라고 착각할 정도의 호기심이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도 무조건적으로 ?”라고 물어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오늘 점심메뉴가 뭐냐, 돼지갈비입니다. ? 라던가

오늘 무슨 요일이냐, 일요일입니다. ? 이딴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대답을 안했다가는 대답을 안했다는 이유로 심한 질책을 받기 일수였다.

 

그렇게 지옥 같은 일주일이 지났다.

 

 

평소와 같이 교육장에서 대기 중 이었는데, 처음 보는 머리를 빡빡 민 병사가 와서 날 불렀다.

근무지로 간다는 것이었다.

 

 

가는 길에 그가 나에게 물어보았다.

 

상훈아 너 지랄장비 특기니?”

, 그렇습니다.”

?”

이젠 익숙하다. 적당히 얼버무리면 그들은 반복적으로 질문하던 행위를 멈추곤 했다.

 

그렇게 보도블럭을 따라 걷다가 나온 동굴 같은 건물로 들어갔다.

이곳이 네 집이다 라며 빢빢이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근무지에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병사가 있었다.

얼굴에는 오른쪽 위부터 왼쪽 아래까지 사선으로 긴 흉터가 나있는 데다가, 머리에는 화상 자국도 두어 개 있고, 손등에는 총알 자국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그에게 굽신굽신거리는 것을 보고 나는 그가 실세임을 직감했다.

그가 나를 불렀다.

 

야 이 씨발 새끼야.”

! 이병 박! ! !”

니가 신병이냐?”

! 그렇습니다!”

?”

“…”

대답 안하냐, 개새끼야?”

“! 처음왔기 때문에 신병입니다!”

?”

교육을 수료한게 최근이라 지금 자대에 왔습니다!”

?”

시발새끼

입대가 늦어서 그 때 수료했습니다!”

?”

 

이상하다이놈은 뭔가 다르다.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지?

호기심에 나를 지켜보던 주변의 병사들은 이미 자리를 피한 지 오래다.

 

집안 사정상 입대를 늦게 했습니다!”

?”

집에 돈이 없어 아르방 노릇을 해야 돼서 그랬습니다!”

?”

 

그 순간 저 멀리서 누군가 외쳤다.

창헌아, 이리와서 이거좀 들어봐라!”

“YEPP!!”

 

위기의 순간, 그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오창헌 병장은 특이한 사람이었다. 아니, 무서운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은 적당히 얼버무리면 넘어갈 것을 그는 끝까지, 집요하게 물어봤다.

 

다음날이었다.

 

상훈아, 밖에 비 오냐?”

.”

?”

구름에 수분이 가득 차서 그렇습니다.”

?”

지표면에 있는 물이 증발하면 구름으로 올라가는데, 이게 많이져서 비가 내리는 겁니다.”

?”

그것은 물이 증발하면 공기보다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

기체상태의 물의 밀도가 공기보다 작기 때문입니다.”

?”

물 분자간의 인력이 작기 때문입니다.”

?”

분자량의 차이가 그렇게 나기 때문입니다.”

?”

그것은 수소원자의…”

그의 집요한 질문은 끝을 모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물었다.

나는 점점 한계를 느꼈다

 

?”

“….”

왜냐고 묻고 있잖아, 씨발새꺄!!!”

“….”

개같은새끼야, 뒤지고싶냐? 씨발, 신병 새끼가 쳐 돌아가지고 대답을 안 하네?”

죄송합니다.”

?”

대답을 못 해서 죄송합니다.”

?”

제가 모르기 때문입니다.”

? 신병은 모르는게 없어야 된다고 안 배웠냐?”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1글자보다 더 많은 말이 나왔다. 놀랍다.

아닙니다.”

뭐가 아닌데?”

신병은 모르는게 없어야 합니다.”

?”

그게 우리 대대의 규율이기 때문입니다.”

?”

규율이란 집단 구성원들의 약속입니다. 신병은 모르는게 없어야 한다는 것은 대대원들의 약속으로 이루어진 규율입니다.”

?”

대대 운영의 입장에서 그것이 이롭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 뫼비우스의 질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사무실에서 도망쳐 나왔다.

무작정 달리기 시작해 도달한 곳은 대대본부가 있는 격납고였다.

 

아직 정신을 가누지 못해 내 몸은 발가는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눈은 멀쩡한지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썩은 눈동자, 퀭한 시선, 풀린 동공!

그리고 그 망할 한마디!

 

! !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주임원사실에 있었다.

내 앞엔 김이 올라오는 따끈한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이 있었고, 주임원사님이 마주 앉아계셨다.

아마도 처음 온 날 느꼈던 피상적인 믿음직함이 내 무의식 속에 남아 내 발걸음을 이끌게 한 것 같다.

그래. 주임원사님이라면 나를 원래대로 돌려줄 수 있으실 거야. 내 정신을 고쳐주실 수 있을 거야.

그래 상훈아, 어쩐 일로 왔니?”

오창헌 병장 때문에 못살겠습니다.”

저런, 무슨 일이니? 창헌이는 착실한 앤데.. 생긴 것만 무서울 뿐이란다.”

계속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예를 들자면 오늘 야비 있냐? . ?같은거 말입니다.”

창헌이가? 이상하네…”

그러게 말입니다.. 미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이 주임원사가 혹시 도와줄 거라도 있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무의식 중에 이곳을 찾아온 것이라…”

 

 

순간 주임원사님의 눈빛이 바뀌었다.

 

 

 

?”

 

 

!!

 

순간 척수를 타고 대뇌의 전두엽 깊숙한 곳까지 소름이 돋았다. 뭔가 잘못되었다.

자리를 박차고 주임원사실을 뛰쳐나왔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눈물이 앞을 가렸다.

미친 듯이 달려가는 앞에 간부들이 보인다. 경례따윈 잊은 지 오래다. 그들 또한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날 바라볼 뿐이다.

 

그 눈빛은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

 

 

관용차가 지나간다.

번호판을 흘깃 보았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있어야 할 번호는 없고 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전대장님이 창문을 열고 무어라 말을 한다. 입모양으로 보건대 그 망할 한마디임에 틀림없다.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점점 미쳐간다. 용개기지는 미친놈들의 소굴이다.

여전히 나는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달리는 것이지?

 

눈물이 눈구멍을 가득 채웠다.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태양빛은, 그 눈물에 산란되어 일정한 모양을 이루었다.

 

 

 

?

 

 

여긴 미쳤다. 군대는 미쳤어. 용개는 씨발새끼야. 그 때 토륨주괴를 상회입찰하지 말았어야 했어.

 

라인게이트를 지나쳤다. 초병은 날 제지하지 않았다.

이제는 얼굴도 사라졌다. 눈코입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문장부호 하나만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난 부대정문을 향해 달려갔다.

 

달리는 와중에 주변 소나무도,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내리쬐는 태양빛도 나에게 말하고 있다.

 

 

 

-?-

 

 

 

 

 

정신의 끈이 끊어지려는 무렵, 정문 초병이 눈에 들어왔다.

 

초병은 다른이들과는 달랐다. 정문 초병이라 그런지 다른 용개기지의 인원들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컸다. 말쑥한 전투복 차림에, 윤이나는 하이바. 무엇보다도, 그 눈빛. 눈빛이 살아 있었다.

 

정지. 무슨 용무십니까?”

닥쳐! 난 여기서 나갈거야! 씨발! 여기 미쳤어! 미쳤다고!!!”

전우님, 정당한 사유가 없으시면 영외로 나가는 것은 허가되지 않습니다.”

 

초병은 침착했다. 반면에 나는 점점 조급해질 뿐이었다. 마치 악귀가 나를 쫓아오는듯한 느낌이었다.

씨발! 여기있으면 돌아버릴것만 같아! 나 빼고 다 정상이 아니란 말이야!!!”

전우님.”

! 시발 이 개같은새끼야! 날 당장 내보내줘!!!”

 

전우님, 진정하시고 무슨일인지 말씀해 보시겠습니까?”

초병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얘기했다.

그는 초소로 날 데려가더니 따뜻한 자스민 차 한 잔을 내왔다.

 

푸근한 초소의 공기와, 향기로운 자스민 차의 향에 긴장은 봄 눈 녹듯이 녹아내려 초병에게 그간 있던 일을 털어놓았다.

초병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이해한다는 말을 해줬고, 나는 잠시나마 용개기지가 괜찮다는 생각을 가졌다.

 

….

 

전우님, 정말 힘드셨겠네요.”

“….”

 

난 그저 말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목이 메어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전우님,”

 

뭐지? 그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전우님을 뺀 나머지가 다 미쳤다고 느끼셨다며, 혹시 전우님이 잘못된 건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은 다 정상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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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장님나라에선 애꾸눈이 장애인이래.”

 

에이, 한쪽 눈이 보이는데 장애인이라니? 당연히 안 보이는 쪽이 안 좋은 거 아니야?”

 

글쎄,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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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버렸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듯,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초병을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표정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 의식은 어둠 속으로 잠겼다.


 

 

 

 

 

 

 

 

 

 

 

 












 

 

 

 

 

 

 

 

 

 


 

상훈아, 신병좀 데려와라.”

, 알겠습니다.”

 

 

 

니가 신병이냐?”

이병 이! ! ! , 그렇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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