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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게시물ID : phil_101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먹고파
추천 : 3
조회수 : 56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1/07 14:09:39
A는 무인도에 혼자있다.
그는 세상을 모른다.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A의 일과는 단조롭다.
모든 것이 자연에 맞춰져 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달이 뜨면 잔다.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싼다.

A는 외로움을 모른다.

A가 사는 섬에 B가왔다.

B는 무인도를 모른다.
무인도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B는 허약해서 A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A는 B를 도왔다.
A의 일과는 이제 단조롭지가 않다.
모든 것이 B에게 맞춰져 있다.
B가 일어나면 같이 일어나고 B가 자면 같이 잔다.
해와 달에 의지해 생활하는 건 여전하지만 신경은 B에 쏠려있다. 

A는 여전히 외로움을 모른다.

B는 허약했다.
허약해서 죽었다.

A는 B를 보내주었다.
시체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A는 B를 보냈다.
보냈기에 예전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B가 없던 시절과 똑같다.

그러나 있던 것이 없어짐으로서 새로운 것이 생겨났다.
A는 이제 외롭다.

A가 사는 무인도에 C가 왔다.
C는 B처럼 허약했다.
A의 도움 없이는 살 수가 없다.

A는 B때보다 더 세심하게 C를 보살폈다.
이제 자연은 A에게 아무런 지침도 되지 못 했다.
모든 것이 C에게 맞춰졌다.

하지만 C 역시 죽었다.
A는 또 다시 시체를 바다로 돌려보냈다.

A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어느날 D가 무인도로 왔다.
도시에서 살던 D는 B와 C처럼 허약했다.

A는 D를 돌로 때려 죽였다.
D가 죽기 전에 물었다.

"왜 날 죽이는 거죠?"

A가 말했다.

"더 이상 외로운 건 싫어요."

D의 시체가 바다로 밀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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