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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밥 한 그릇을 먹이시다니요.
게시물ID : cook_1248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ㅂㅎ한
추천 : 17
조회수 : 81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1/18 00:19:02
처음엔 아마도 국민학교 시절이었을 거다. 엄마한테 무슨 이유로 크게 삐져서는 "엄마가 '우리 아들 어디갔니, 엄마가 잘못했어' 라고 말씀하실 때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 고 굳게 다짐하고선, 난생 처음 혼자서 건넛마을 사촌 집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랑 전에 같이 몇 번 갔던 길이라서, 쉽게 사촌 집까지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는 길로 갈 수록 모르는 길이 나오더니, 심지어는 내 덩치에 몇 배나 되는 사나운 개가, '컹 컹' 소리를 내면서 짖어댔다. 그 중 개 한 마리가 성난 모습으로 날 향해 달려 왔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뒤에는 큰 개가 쫒아오고 있으니 눈물 콧물밖에 나오질 않았던 것 같다. 사촌 형이 '개는 오른쪽 종아리밖에 안문다'고 한 말이 기억나서 '오른쪽 종아리를 감싸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오른쪽이 어느 쪽인지 몰라서, '다음 번에 밥 먹을 때는, 밥 먹는 손이 어느 쪽 손인지 꼭 기억해둬야지' 다짐했었다.


겨우겨우 막다른 골목들을 피해서 도망치다가, 처음 보는 어른이 나왔을 때, 그만큼 맘을 놓은 적이 없었다. 그 아주머니한테, '아줌마, 아줌마, 저기 골목에 개 있는지 봐주세요'라고 부탁했고, 그 아주머니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눈웃음과 함께 '아니, 없는데'라고 하셨다. 


마음이 놓였다. 마음을 놓으니 눈물과 비명에 상한 목이 매웠다. 그 아주머니는 가던 길을 가셨고 나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매운 숨과 침을 뱉고 뱉느라 얼마나 거기에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그 산기슭 골목에서 내려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우리집 뒷편 대나무 밭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우리 집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그제서야 배가 고팠다.


엄마는 텃밭 앞 매화 나무 옆에 쭈그려 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다. 난 엄마를 보자마자 말했다.


"엄마, 저 배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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