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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공게도 재밌군요.
게시물ID : panic_52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티타노마키아
추천 : 16
조회수 : 54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2/28 02:37:22
8
공포의 47소초


47소초 인원들이 한꺼번에 겪은 일입니다.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소초 인원들은 매일 이어지는 근무로 녹초가 되서, 
언제나 그렇듯 밤에는 골아떨어져 있었고, 
깨어있는건 근무나간인원과 다음 근무 준비인원, 
그리고 통신실의 통신병, 
그리고 빠질대로 빠져 밤마다 얼마안되는 요리재료로 갖가지 라면을 개발하던 말년병장 한명이었습니다.


통신병은 언제나 2교대 근무였기 때문에 잠도 빠듯하고, 
근무도 빠듯해서 미칠지경에 다다르다가,
결국 경지에 올라 근무중 숙면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한창 숙면을 취하다가 문득 잠이 깨더랍니다.
잠이 깬 통신병은 평소라면 아침까지 잤을테지만,
웬일인지 그날따라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잠이 깨서, 
평소답지 않게 근무를 똑바로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역시 심심해졌는지 초소에 근무들어간 인원들에게 말이나 걸어볼겸,
312로 몇번 연락을 취하고, 
근무일지를 적다가 뭔가 한기를 느껴 고개를 돌려 뒤에있는 입구를 쳐다봤는데, 
웬 여자가 자기를 쳐다보다가 내무실방향으로 스윽 가더랍니다.


통신병은 깜짝놀라 

"민간인! 
민간인은 여기 들어오면 안됩니다! 
나가세요!"

하며 쫒아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게 사람이 걸음을 걷는다는것은 높낮이가 있잖습니까? 
근데 그 여자는 스케이트보드를 탄 마냥 스윽 가는모습이더랍니다.
순간 오싹해서 통신실 입구에서 멈춰섰다가,
내무실쪽에서 앞근무자들의 말소리와 

"으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여자가 다시 나와 주계(식당)로 갔습니다.
한창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던 말년병장은 그여자를 보고 콧구멍으로 라면을 오바이트했습니다.
그 소동은 소초인원을 새벽3시에 모두를 깨우게 만들었고, 
소초장까지 뛰쳐나와 직접 목격하게 만든 대사건이었습니다.


많은 인원들이 깨서 뛰쳐나와(처음에는 민간인인줄알고 내쫒기위해) 잡으려고, 
주계 입구에 있었고,
말년병장은 뒤쪽 입구쪽에 서있어서 나갈만한 구멍은 전혀 없었는데,
모두가(소초장포함 당시 중위를 달았음) 보는자리에서, 
형광등까지 켜져있는상태에서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정말로 눈을 깜빡하니 없어졌던 겁니다.
안개처럼이니 슬로모션처럼이니 뭐 그런게 아니라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겁니다.


그동안 귀신소문을 들었더라도 믿지않던 소초장도, 
직접 눈앞에서 귀신이란놈을 본데다가 얼굴도 정확하게 기억할정도였는데, 
소초장은 한동안 소초장에 틀어박혀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새벽에 비가 오는데 소초인원을 모두 운동장에 집합시킨 후, 
소초에 침입한 '민간인'을 잡지도 못한 기합빠진 놈들이라며 몇시간동안 굴려버렸습니다.
뭐.
소초장도 그걸 귀신으로 인정해야할지 아님 사람으로 해야할지, 
여러가지로 고민을 많이 했다가,
결국 민간인으로 결론내린후 책임을 소초인원들에게 떠넘겨버렸던거죠.
아마도 장기근무를 신청하고,
이라크파병도 신청할 예정이어서 여러가지로 마음에 걸렸었나 보죠.
그래서 대대에는 보고하지 못하게 그냥 무마시키려는 수단으로 그런식으로 넘기려 했지만,
이후 소초장은 직접 초소에 중대장과 함께 근무를 서게 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저도 그 여자를 봐서 얼굴과 신체적 특징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얼굴은 약간 통통하고,
피부는 하얕지만, 
죽은사람의 피부를 보면 약간 파란핏줄이 솟아 파란기운이 도는것처럼 하야면서도 약간 파랬고, 
코는 보통일반코에 입술은 약간 검붉은.
그러니까 죽은피색?
눈은 정면을 응시하지만 사람을 보는거 같지는 않았고 머리는 롱헤어였습니다.
옷차림은 하얀소복이었는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별특징없는 일반귀신모습이네요.
전형적인 한국인 여자 얼굴에 약간 눈주위가 부어있고, 
시선이 없는 일반적인 얼굴이네요.
얼굴이야 머릿속에 있는데 그걸 명확하게 글로나 그림으로 꺼낼수가 없는게 아쉽습니다.  


출처
오유의 ㅇ님 글입니다.
원출처는 짱공유의 바켄뢰더 글입니다.



9
공포의 47소초


지금부터 다시 47소초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소초대원 전부가 여자귀신을 보고 난후에 한명씩 겪은 일이었는데,
제일 처음 막내가 그일을 겪었습니다.
그 막내는 전입한지 3일도 안되서, 
우리소초가 귀신이 나오는 소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겪은 일이라, 
다른사람들도 막내 이야기를 듣고 무척 당황했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냐 하면, 
전입한지 얼마 안되는 신병은 3일동안은 맞선임을 통한 내무실교육과,
군기교육 실무교육등이 이루어지는데, 
실질적으로 근무는 전입한지 3일이후에 들어가게 되어있어서, 
주로 내무실에서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됩니다.
사실 몸은 무척 편한데 선임들이 지나다니면서 시비를 걸거나, 
군기확인을 하거나,
'요즘 사제생활 어떻냐?'등 같은 수많은 질문공세로 마음은 편하지 못했습니다.
선임들 맘에 쏙들게 대답하거나, 
군기를 보여주면 좋긴한데, 
솔직히 이병이야 어딜가나 어리버리 하니까, 
선임들 맘에 쏙 들게 하긴 어려웠으니 당연한겁니다.


그러던 중 초소근무투입 전날밤 새벽3시쯤, 
제가 선임과 근무투입준비를 하던중에,
갑자기 내무실문이 살짝 열리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살짝 났습니다.

"하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런 한숨과 말소리였는데 너무나도 작게 들렸고, 
위치가 소초바깥에 들렸기 때문에 누구인지도 확인도 못했습니다.
귀신이 소초 내로 들어온 이후로는 모두들 신경이 바짝서서 예민해진 이유도 있고해서,
이상한 기운이 소초 전체 내에 감도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기분이라는게 무척 미묘한데 설명을 하자면 한순간 모든게 멈춘거 같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와중에 음산한 기운이 든다고나 할까?
기분나쁜소름이 돋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선임도 그 소리를 들었기에,
저는 선임을 쳐다본후 잠깐 바깥을 확인하고 들어온다는 표시를 한 후,
나가서 소초건물 주위를 한바퀴 돈후에 다시 들어왔지만 아무도 없었고, 
같이 근무를 준비하던 선임도 소초 안에는 깨어 있는 사람이 우리말고는 통신병뿐이었고, 
통신병도 그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통신병과 근무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을 확인해봤지만,
자고있는 인원수도 모두 맞고 해서 근무시간이 다 돼서 그냥 근무를 들어갔습니다.
말뚝근무였기 때문에 저와 선임은 아까 있었던 이상한 일에 대해서 계속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혹시 또 귀신이 들어온게 아닌가 해서말입니다.


아침까지 근무를 선후 소초에 들어오니 웬일인지 막내한테 모여들어 있었습니다.
막내가 자다가 꿈을 꿨는데 꿈 내용이 조금 오싹했던 겁니다.
자는도중에 갑자기 가위에 눌려 옴싹달싹 못하다가 갑자기 몸이 스르륵 일어나졌는데,
가위에서 풀린줄알고 비몽사몽간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주위에 있어야할 선임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통신실에 있어야할 통신병도 없었고, 
시계를 보니 새벽3시15분 쯤이었는데 내무실 침상에 누워있어야할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 봤는데 사방은 깜깜한데다가 선임들은 없고, 
소초 지붕에 쌩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서 있더라는겁니다.
선임들도 없고, 
이상한 사람들이 소초주위를 포위한거 같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너무 절박한 마음에 한숨을 쉬며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러고 계속 주위를 둘러봤는데 소초 옆 수풀쪽에도 웬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겁니다.
모두들 살아있는 사람 같지도 않고 자기만 응시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다 한순간 몸이 내무실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고 일어나보니 모두 꿈이었다는겁니다.
저와 선임은 이야기를 듣다가 기겁을 할뻔 했습니다.
우리가 근무를 준비할때 일어난 이상한 일들과 딱 들어맞는 겁니다.
어디선가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런 말소리가 들렸는데 바로 막내 목소리였던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새벽에 인원확인했을땐 막내는 분명히 침상에서 자고있었기 때문에 더욱 놀랬습니다.
다른선임들과도 꿈이야기와 근무준비할때 겪은 이야기를 얘기했는데 모두들 놀랠뿐이었습니다.
그날은 얘기만 듣고 끝낸후 막내와 다른사람들은 원래의 생활로 돌아왔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다음날은 다른사람 그다음날은 또 다른사람 이렇게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됐고,
3일후에는 저도 또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역시 자다가 가위를 눌렸는데 기분이 무척 이상했습니다.
가위를 풀어보려고 발가락 손가락 끝부터 계속 움직이다가 결국엔 풀렸는데,
너무 이상한 느낌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침상에는 모포만 가지런히 일열로 놓여있었고 시계는 3시10분쯤을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그 상황이 무척 이상했던게 모든게 흐릿하고 명확하지도 않았고,
가슴속에서 넘쳐나는 감정이라고는 '외로워.'뿐이었습니다.
직감적으로 내가 죽었다는것으로 느낀겁니다.
그때는 이 상황이 막내한테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꿈속에서 '이게 꿈이구나'라고 인지하지 못하는것처럼 말입니다.


아무튼 전 계속 너무 외로운 마음에 선임들을 찾아 소초내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도 찾을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초바깥에 나왔는데 여기저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돌아다니고 있던겁니다.
그중에 소초안으로 들어와 소동을 일으켰던 여자귀신이 소초건물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너무 외롭고 내가 죽었다는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른사람을 찾아 나섰습니다.
가장 가까운 초소에 올라가 초소 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었고,
이전에 가글귀신을 봤던 초소에도 가서 문을 열어 제꼈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초소를 달려가면서 느꼈던건 
'내몸이 이렇게 가벼웠나? 저 초소가 이렇게 가까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걸어서 5분정도 걸리는 진입거리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던겁니다.
그래서 다시 소초에 가서 건물 바깥에서 
'난 정말 죽은건가.'하면서 절벽근처에 앉아서 그동안 있었던일들과, 
죽기전에 여친한테 한마디라도 더 '사랑해'라고 말하지 못한게 너무 한스럽고, 
가족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연락하지 못한게 후회되어,
절벽에 앉아 바다를 보며 계속 생각에 잠기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 그 생각 밖에 안들더군요.
사랑하는 여친과 가족이 제일 보고 싶다는것.
바로 뒤에 소초건물이 있었는데 저번에 여자귀신은 무심코 계속 건물 주위를 돌고 있었습니다.
그순간 갑자기 몸이 내무실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나더니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이때까지 있었던일이 모두 선명했지만 꿈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벌떡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일들은 모두 거짓말처럼 모두들 침상에서 잘자고 있었고,
근무교대 인원들은 무장을 풀고있었던 겁니다.
정말로 너무 반가웠습니다.
무장을 풀던 선임이 깜짝놀래 

"이 시밤바야.
놀랬잖아."

이러면서 

"너도 이상한 꿈꿨냐?"

이렇게 물어봤는데 욕을 들어도 이 모든게 너무 반가운 느낌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눈물나더군요.
쪽팔렸지만.

"새꺄.
질질짜냐?"

이렇게 욕하는 선임이 얼마나 반가운지.
헐헐.
그 선임이 무장을 풀고 잘준비를 하던차에 다른 소초에서 근무교대를 한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그사람들이 들어와서 무장을 풀면서 잘준비를 하던 선임이랑 얘기를 나누면서 저를 불렀습니다. 
이상하게 그 선임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를 하고 있었고,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잘준비를 하던 선임한테 근무하다가 이상한일 없었냐고 물어봅니다.
자기 초소에서 근무서다가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는데 니네초소는 안그랬냐고.
잘준비를 하던 선임이 그소리를 듣고 

"어? 
우리초소도 그랬어. 
니네도 그랬냐?"(동기입니다)

저는 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랬습니다.
가글귀신이 나오던 초소에서 근무를 스던 선임은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길래 놀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는데 혹시나 해서 가글을 쓰고 주위를 둘러보니, 
제가 문고리를 잡고 초소앞에 서 있더라는겁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너무 이상해서 들어오자 마자 저를 불러서 얘기를 한겁니다.
저두 너무 놀래 아까 있었던 꿈 이야기를 하니 왠지 시간도 얼추 들어맞고,
이제까지 있었던 이야기들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모두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그때까지 20명정도의 인원중에 저포함 5명이 똑같은 내용의 꿈을 꿨고,
저는 귀신이나 할법한 짓을 했던겁니다.
살아서 귀신이 된거죠.
유체이탈이었던것 같기도 하고.
이후로 나머지 소초인원들이 모두 똑같은 경험을 했고,
그때마다 근무준비하던 인원들은 깜짝깜짝놀랬고,
한번씩 그 꿈을 꾼이후로는 아무도 꾸지 않게 되었습니다.


공통된것은 새벽3시쯤되면 가위에 눌리고,
그순간에는 근무준비하던 인원들도 이상한걸 느끼고,
소초에는 아무도 없고, 
외로움을 느껴서 나가보면, 
전혀모르는 사람들이 소초주위를 에워싸고 있는것과 그 인원수가 소초지붕에는 4명, 
소초건물주위를 돌던 여자1명,
수풀쪽에 5~6명,
그쪽은 어두워서 정확한 인원을 헤아리기가 힘들었습니다.
초소주변등 도합 20명정도가 군데군데 있었다는 것이 공통되는 점입니다.
소초장도 똑같은 꿈을 꾸게 되었는데, 
소초장도 너무 외로워서 삐질삐질 울었답니다.


정말 그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네요.
정말로 죽어서 느끼는 감정이 외로움 뿐이라면.
그 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서 알게된 사실인데, 
소초장이 소초내에 귀신이 나타난 이후로 소초건물내 이곳저곳에 몰래 부적을 붙였다고 합니다. 
비싼거라고 하더군요.
어디다가 붙였는지는 절대로 말안해주더군요.
다른사람이 보게되면 부적기운이 떨어진다고.
그리고 대대장이나 중대장이 알게되면 욕 바가지로 얻어먹고 부적 다떼게 될테니.
그래서 그 여자귀신이 소초건물내에 못들어오고, 
건물주위만 빙글빙글 돌고 있었는지도.


출처
오유의 ㅇ님 글입니다.
원출처는 짱공유의 바켄뢰더 글입니다.
저도 포항사람이라 47소초에 관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10
내 친구가 겪은 실화.


전 대학때문에 자취를 하고있고, 
내 친구도 저희집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있습니다.
어느날 친구가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많이 괴로워했었는데 자취 혼자 하면서 많이 힘들었나봐요.
하루는 밤에 늦게까지 게임을 했는데 그때 워크래프트3를 하고있었다고 합니다.
하고있다가 너무 힘들고 그래서 

'아 나 어떻게 살아야되나.' 

이렇게 채팅창에 썼다고 하는데
그다음 어떤 사람이 

'자살.' 

이렇게 글이 올라오더랍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면서 없어졌다고 하네요.
친구가 너무 놀래서 바로 우리집으로 뛰어왔는데, 
왜 그러냐고 하니까 들어보니 저도 무서웠습니다.
그날 친구는 싱글플레이를 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출처
오유의 asdfy님의 글입니다.



11
등산.


담임선생님은 밀양고등학교 3학년 2반을 맡고 계시는 '이기회' 선생님입니다.
이기회 선생님은 대학다닐때부터 산악동아리에서 동아리장을 맡으실정도로 산에 애정이 깊었고, 
'산'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시는 분이라서,
제가 '산기회' 라는 별명까지 붙혀준 선생님입니다.


선생님께서 저희학교로 오시기전 다른학교에 있을때 이야기랍니다.
유난히 산을 좋아하시는 선생님은 다른 동료선생님 두분과 설악산에 가기로 하셨다고 합니다.
설악산에 오르기전 날씨체크도 다 하고, 
장비도 체크하고는 정상을 향해 올라갔는데,
분명 맑은날씨가 예상된다던 기상예보와달리 비가 추적추적 내렸답니다.
동료친구들이 그만 내려가자고 했지만, 
유난히 산을좋아하시는 선생님은 무조껀 정상을 밟아야 산에 오른맛이 난다며, 
끝까지 내려가기를 거부하여, 
동료 친구들만 먼저 내려가고 선생님은 정상을 밟기로 했지요.


정상 가까이 있는 조그마한 원두막같은곳에서 비를 피하며, 
잠시 잠을 청했었는데 깨어나보니 저녁 여섯시가 좀 넘었고, 
날씨탓인지 주위는 벌써 아둠이 내린뒤였다고 합니다.
야간산행은 생각지도 않았던 선생님은, 
열쇠고리에 달려있는 동전만한 후레쉬에 의지해서 어리석게도 정상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지금생각해도 참 아둔한 행동이었다네요.
비는 쏟아지고 가지고있는것은 먹다남은 유부초밥과 동전만한 후레쉬.
열쇠고리 용도로 나온 후뢰시는 오래갈리가 없었고, 
정상에 도착해서 심각성은 모르고,
'야호'라고 소리까지 쳤다고 합니다. 
메아리소리도 안들릴 정도의 빗소리와 천둥소리.


당시 휴대혼대신 삐삐를 가지고 있었던 선생님은, 
열쇠고리 후레쉬의 수명이 끝나자 손목시계가 안보여 삐삐로 시간을 확인하니, 
밤 아홉시를 넘기고 있었답니다.
아무리 산사나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날 야간산행이 있을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기에, 
간간히 번개가 치는 불빛에 의지하여 겨우겨우 보이는 길을따라 산을 내려오던 선생님.
내려오다가 나중에는 길조차 잘 보이질않자, 
그냥 흑탕물이 흘러내려 가는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는데, 
수 백걸음 밖에서 불빛이 하나 보여서 필사적으로 불빛을 향해 달렸다고 합니다.


도착해보니 불빛은 온데간데없고, 
그앞에는 교실 크기만한 별장이 하나 있었데요.
별장으로 노크도 없이 무작정 들어간선생님이 

"계세요."

라고 소리쳐도 불빛 하나없는 별장안에서는 인기척조차 없었고, 
선생님은 배낭 안쪽에 있던 성냥불 하나를 켜서 둘러보니, 
바닥에는 몇달 동안은 사람이 안들어왔다 싶을 정도로 뿌연 먼지가 쌓여 있었답니다.
순간 번개가 번쩍하더니, 
그 짧은시간동안 별장안이 환해지면서 선생님이 문뜩 봤는데
별장 벽으로 무엇인가가 엄청 많았다고 했습니다.


약 십분.
한번더 번개가 번쩍.
선생님은 별장 벽을 쭉 둘러가면서 액자같은게 여러게 걸려있는게 보였다고 했는데,
너무 궁금한 나머지 성냥불 켜고 벽주위를 천천히 둘러가면서 그림을 하나씩 봤답니다.
그런데 그 십여개나 되는 액자에는 전부 똑같은 그림만 그려져 있었고,
그림 실력도 별로 좋지 못하고, 
왠지 기분 나쁘게 생긴 여자 그림이었다고 하더군요.
괜히 그 여자 그림들이 자신을 째려보는것 같은 오싹한 상상을 하고는 
다시 입구쪽으로가서 털썩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곤 잠을 청했다고 합니다.


다음날 오전시간이 다 되서야 잠에서 깬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려다가, 
그 그림들을 다시한번 보고 그냥 하나 때어서 자신이 들고갔으면 좋켔다 싶어 그림을 봤더니.
그 똑같이생긴 얼굴의 초상화가 있던 액자들이 액자가 아닌 모두 창문이었다고 합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선생님은 부리나케 산을 내려와서 한동안 산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네요.


출처
오유의 활어회님의 글입니다.



12
은둔(隱遁).


두꺼운 커튼이 창문을 가려 밤인지 낮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언제부터인가 멎어 버린 시계 밑으로 몇 가닥의 먼지 묻은 거미줄이,
노인의 머리카락처럼 늘어져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흔들 나부낀다.
멈춰 버린 시계와, 
길고 어두운 터널에 갇혀버린 내 삶이 삼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작은 방에 도사리고 앉아 죄책감에 쪼그라들어 간다.


끼이익.
밖에서 마루를 걸어가는 누나의 힘없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낡고 들뜬 마루판은 누나의 얼마 되지 않는 체중에도 쉽게 비명을 토해 낸다.
정신을 놓은 엄마가 발자국 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듯, 
화장실 변기통에 머리를 찧으며 죽은 형을 부른다.

"민재야. 
민재야. 
내 새끼 민재야. 
어디있니? 
제발 이 에미한테 돌아오렴."

아마도 그 옆방에선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가 산송장처럼 누워 피눈물을 삼키고 있겠지.
형이 죽은 건 3년 전이다. 
엄마가 미치고 아버지가 쓰러지고 내가 이 방에 틀어박힌 것도 모두 3년 전이다.


형이 죽은 그날은 유독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새파랗게 날이 선 매미의 울음소리가 전날 술을 잔뜩 마셔 숙취에 시달리는 내 머릿속을 후벼 팠다.
여름 휴가를 낸 누나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난 후,
혼자서 출근 준비를 하던 형은 그런 나를 보고 평소처럼 잔소리를 시작했다.

"넌 이자식아! 
젊은 놈이 언제까지 그렇게 빈둥거리며 술만 퍼마시고 다닐래? 
늙은 부모님이 불쌍하지도 않냐?"

유달리 시끄러운 매미 소리 탓이었을까. 
아니면 끔찍한 숙취 탓이었을까.
나는 평소와 달리 형에게 대들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형의 목소리가 너무 짜증스럽게 들려 왔다.
형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가 나를 경멸하는 뜻을 품고 있는 듯 싶었다.


단순한 형제 싸움이었다. 
하지만 가볍게 서로 당기고 밀치고 하다가 넘어진 형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처음에는 생전 하지 않던 장난을 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반쯤 열린 눈꺼풀 사이로 눈동자가 바짝 오그라든 채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고서야 
나는 형이 죽었다는 걸 알았다.
3박4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부모님과 누나를 기다린건 
폭염 탓에 부패하기 시작한 형의 사체와 토할 것 같은 악취였다.


그날 이후 내게 세상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들이밀었다.
와장창 깨져 버린 행복의 파편 속에 엄마가 미쳐 갔고, 
아버지가 쓰러지고, 
누나는 웃음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어둡고 습한 이 방구석으로 숨어들었다.
고개 숙인 내 모습 위로 꽂혀오던 아버지의 눈빛을 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눈빛 앞에서 차마 용서를 빌 수도 없었다.
내 작은 방은 그런 칼날 같은 시선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다.
겨우 침대 하나 들어가는 방에는 마찬가지로 운신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화장실 하나가 붙어 있다.
3년간 내가 한 운동이라고는 이 화장실을 들락거린게 다였다.
하루하루 말라가는 몸과 오그라드는 뼈가 내 키를 5센티미터는 줄여 놓은 듯 하다.
작은 세면대에 물을 받아 수건을 적셔 겨우 목욕을 하고,
누나가 가끔 넣어주는 생필품으로 3년을 버텨 왔다.

"민재야. 
민재야. 
어디 있니? 
제발 민재야."

엄마가 다시 형을 부른다.

"엄마, 
이러지 마요. 
나 좀 봐 봐.
이런다고 죽어 버린 민재가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 
엄마 제발 정신 좀 차려."

엄마를 달래는 누나의 낮은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집안은 조금씩 조용해져 간다.
형을 찾는 엄마의 애절한 부름이 잦아지자 누나의 목소리도 잦아든다.
대신 누나의 힘없는 발자국 소리만 하루 종일 방 밖에서 왔다 갔다 한다.
누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일까.
나는 그런 누나의 발소리를 들으며 방문 아래 작은 구멍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언제부터인가 누나가 더 이상 그곳으로 밥을 넣어주지 않는다.
배고픔보다 더 두려운 건, 
어쩌면 가족들이 내 존재를 완전히 잊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난 그들의 시선이 두려워 차마 방문조차 열어보지 못한다.
3년 전 내가 방에 틀어박힐 때도 가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하는 듯 했다.
형은 아직도 내 방 한 구석에 썩어 가고 있다.
분명히 3년 전 형의 죽은 몸뚱이는 뜨거운 화장터 불길 속에서 한줌의 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은 여전히 내 방에 남아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썩어 문드러진 그 눈동자로 집요하게 날 쳐다보며 웃고 있다.


나를 봐라. 
내가 썩어가고 있다. 
이것 봐라.
이렇게 조금만 건드려도 내 썩은 살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뭉개진다.
네가 원한게 이런 거였니. 
이리 와서 내 옆에 누워 봐라.
형은 그렇게 썩은 입과 눈으로 쉼 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떤 때는 지독한 독설로. 
또 어떤 때는 상냥한 유혹으로 나에게 죽음을 공유하자고 속삭인다.


오늘은 정말로 배고픔을 견딜 수가 없다.
밥을 주지 않는 것은 밖으로 나오라는 뜻일까. 
아니면 죽으라는 뜻일까. 
벌써 며칠이나 굶었을까.
엄마가 다시 형을 부르기 시작한다. 
엄마는 죽은 형을 무덤에서 불러내기로 작정이라도 한듯하다.

"민재야. 
민재야. 
내 새끼 민재야. 
어디냐. 
어디 있는 거냐. 
민재야. 
민재야."

난 방문 앞으로 바짝 다가 앉는다.
한줌의 기운도 들어 있지 않은 듯한 엄마의 음성.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 주지 않은 엄마.


그때였다.
숨소리.
아주 가까운 곳에서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문틈으로 얼굴을 바짝 갖다 댄다.
그러자 문틈 사이로 숨을 쉬는 듯한 미세한 바람이 규칙적으로 흘러들어 오는 게 느껴졌다.

"누구야. 
엄마야? 
아니면 누나?"

숨소리가 '히히히' 하고 웃는다.
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앉는다.
누가 내 방문 틈으로 코를 들이대로 웃는 것이었다.
누굴까. 
전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히히히."

너무나도 음산하고 기이한 웃음소리였다.
웃음 뒤에 빠드득 하고 문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가 뒤따라왔다.
그 소리에 흠칫 소름이 돋는다.
대체 누굴까. 
엄마인가? 
아니면 누나인가?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문손잡이 아래의 열쇠 구멍으로 얼굴을 들이댔다.
열쇠 구멍을 통해 보이는 바깥은 너무 어두웠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 지려 하자 열쇠 구멍 너머에서 어렴풋이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열쇠 구멍 저편에서 또 다른 눈동자가 날 보고 있었던 것이다.
형의 썩어가던 눈동자처럼 탁한 눈동자가 문 건너편에서 열쇠 구멍을 통해 방 안을 훔쳐 보고 있었다.

"누....... 누구야!"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던 내 목에서 갈라지는 탁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 목소리에 놀랐는지 누군가 마루를 가로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반대편 문이 쾅 하고 닫힌다.
나느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나, 
방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앉아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마루 괘종시계의 규칙적인 초침 소리와 무거운 적막이 묵직하게 집안을 내리 누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조용해졌다.
형을 부르던 엄마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금 방 안을 들여다 보던 그 탁한 눈동자의 주인공은 엄마였을까.
다시 방문 앞을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나는 바싹 방문 앞으로 가 소리쳤다.

"누나! 
누나지? 
저기, 
방금 내 방 들여다 본 사람이 엄마였어?"

누나의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누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힘없이 마루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누...... 누나!"

내 떨리는 목소리에 누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루에서 소리를 내며 걷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누나였다.
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누나가 왜 나를 무시하는 거지?
혹시 누나는 내가 죽길 바라는 건가. 
그래서 밥도 주지 않는 건가.
넋이 나간 없마도 죽어가는 내 모습을 확인하려고 내 방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건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견딜 수 없이 배가 고팠는데, 
이젠 감각조차 없다.
스르르 졸음이 몰려온다.
나는 규칙적인 시계 조침소리를 들으며, 
온 가족이 나를 향해 함박웃음을 웃으며 손을 내미는 꿈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얼마나 잔 것일까. 
자고 일어나니 이전보다 더한 허기가 밀려온다.
빈 속으로부터 꾸역꾸역 헛구역질이 넘어온다.
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방에 붙어 있는 작은 화장실로 들어가 수도를 틀어 물을 마신다.
세면대 거울에 비춰진 내 얼굴의 검게 변한 눈두덩이 속에서 퀭한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는게 보인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누나의 힘없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방문 앞으로 다가가 간신히 누나를 소리쳐 부른다.

"누나. 
내 말 들려? 
누나?"

누나를 보기 위해 열쇠 구멍을 들여다 보려던 나는 다시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나 앉는다.
또 그 섬뜩한 눈동자가 열쇠 구멍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누구야! 
엄마예요? 
엄마야?"

순간 누가 쾅 하고 방문을 부술 것처럼 두들긴다.
쾅쾅쾅.
문이 안 열리자 이번에는 방문의 손잡이를 잡고 격렬하게 흔든다.
금방이라도 문이 왈칵 열리고, 
끔찍한 뭔가가 들이닥칠 것 같아 나는 방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숨을 다잡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미친 듯이 요동치던 문이 조용해 지더니 거짓말처럼 정적이 찾아들었다.
도대체 누구지. 
누가 3년간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저 문을 열려고 하는 거지?
그때 방문 아래 구멍으로 뭔가가 꿈틀거리며 기어든다.
손가락이었다.
검게 죽은 손톱이 붙어 있는 손가락 네 개가 구멍으로 들어와 방바닥을 더듬는 것처럼 긁기 시작했다.
파닥 파닥 파닥. 
끼리릭. 
끼리릭. 
끼리릭.
검은 손가락이 손톱을 바짝 세워 점점 신경질적으로 방바닥을 긁어댄다.

"누구야! 
저리가! 
저리 가란 말이야!"

그 소리에 손가락이 문틈 저쪽으로 사라진다.
문득 누군가 이 안으로 들어와 날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이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삶에 대한 애착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3년간 숨어 있던 이 방에서 처음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을 빠져나가 나를 모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 
이 방을 나가자. 
이 집을 나가자.
죽은 형이 웅크리고 앉아 있고, 
미친 엄마와, 
병든 아버지와, 
넋이 나간 누나가 있는 이 집에서 도망 나가자.
나는 배고픔으로 지친 몸에 기운을 불어넣고 바깥 동정을 살핀다.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 숨소리와 괘종시계의 초침소리.
방문 앞에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
나가야 한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이 방을 나가야 한다.
형을 죽인 건 내 의지가 아니였어.
사고였단 말이야. 
사고! 
이제는 나도 용서받고 싶어.
나는 떨리는 손을 문고리에 걸어놓은 자물쇠로 가져갔다.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을까.
늘 소리로만 상상하고 짐작하던 바깥세상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난 3년간 가족과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 숨어든 방의 문을 열기 위해 난 스스로 자물쇠를 벗긴다.
서늘한 한기가 아랫배를 스친다. 
자물쇠를 벗기고 방문을 천천히 연다.


아! 
문이 열리지 않는다.
방문 앞에 뭔가 무거운 것이 가로 막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열리지 않는 문을 있는 힘껏 밀어 억지로 열어 젖혔다.
찌익 하고 바닥에 들어붙어 있던 뭔가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마루는 뜻밖에도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 농밀한 어둠 사이로 코를 찌르는 썩은 냄새가 폐 속으로 스며든다.
3년 전부터 죽은 형의 환영과 함께 집안을 감돌던 그 냄새와, 
또 다른 악취가 뒤 섞여 마루에서 진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기절할 것 같은 악취 속에 간신히 버티고 서서 어둠이 눈에 익을 때 까지 숨을 죽였다.
너무 조용했다. 
어렴풋이 사물의 윤곽이 드러나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발을 밖으로 내밀었다.
방 밖으로 나오는게 3년 만이었다.

"끼이익."

나는 마루를 밟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발을 쳐든다.
마루가 토해내는 비명소리였다.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마루를 밟는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신경을 극도로 자극하는 그 소리에 쫓기듯, 
3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초조하게 형광등의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켠다.
순간 미백색 불빛이 눈이 아프도록 밝에 실내를 비춘다.
꼼짝도 않고 눈을 감았다가 뜨자 비로소 마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분비물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고,
온갖 생활 도구들이 제멋대로 흩어져 잇었다.
싱크대에는 더러운 그릇들이 하나 가득 쌓여 있었다.
오랫동안 씻지 않은 것처럼 그릇에 음식 찌꺼기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마루 저편으로 무심코 닿은 시선 끝에 화장실이 보인다.
그 열린 문틈으로 손 하나가 삐져나와 있었다.
검게 썩어 있는 손. 
허기와 두려움에 휘청거리는 다리를 끌고 화장실로 다가간다.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시커먼 손을 바라보며 주저하다가 마침내 화장실 문을 열자 쓰러져 있는 엄마가 보였다.
나는 순간 입을 틀어막고는 아무것도 섞여 있지 않는 위액을 토해냈다.
엄마의 몸은 칼로 난자를 당했는지 갈기갈기 찢어진 옷을 겨우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옷 사이로 썩어 부풀어 오른 살이 삐져나와있다.
문을 여는 서슬에 살 속에서 고기를 파먹고 있던 구더기들이 투두둑 떨어진다.

"어...... 엄마. 
이게.
엄마."

죽은 엄마를 향해 내밀었던 손이 차마 썩은 살을 만지지 못하고 허공을 휘젓는다.
그 참혹한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뒷걸음질쳐 그곳을 빠져나온 난 
다시 숨을 멎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떤 여자가 내 열린 방문에 매달려 열쇠 구멍으로 내가 없는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인형처럼 바짝 바르고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 여자는 문에 못질이라도 된 것처럼 
단단하게 매달려 있었다.
나는 문을 열 때 눌러 붙어 있던 뭔가가 쩍 하고 떨어졌던 순간을,
열쇠 구멍으로 보이던 탁한 눈동자를 기억해 낸다.

"누...... 누나?"

정말 누나인가.
하지만 여자는 대답이 없다.
방 열쇠 구멍을 들여다보는 자세도 너무나 기이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않고 만다.
비명을 지르려 하지만 소리가 성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목에서만 맴돈다.
대신 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목소리가 되지 못한 비명이 신음으로 변해 비실비실 입술 사이로 새 나온다.
누나다. 
누나가 맞다. 
집안에 다른 여자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누나는 열쇠 구멍으로 날 바라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누나는 내 방문 손잡이에 목을 매달고 죽어 있었다.
바짝 매단 끈 때문에 메마른 목뼈가 부러졌는지,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머리가 열쇠구멍 앞에서 힘없이 늘어져 있다.
문을 열때 그 쩍 하던 소리였단 생각을 하자 숨쉬기가 괴로워진다.
갑자기 공기 중에 산소가 사라진 것처럼 아무리 숨을 들이쉬어도 호흡이 곤란했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죽은 누나는 그렇게 문에 달라붙어 열쇠 구멍으로 날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난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를 움직여 안방까지 기어간다.
하지만 미처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문지방에 가로누운 아버지의 시신이 시야에 들어온다.
살려고 몸부림을 친 건지 거기까지 나와 죽어 있었다.
경악에 휩싸인 얼굴.
부릅뜬 눈.
벌어진 입.
그리고 목줄기에 깊이 박혀 있는 식칼.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거의 반사적으로 내 방에매달린 누나를 돌아 보았다.
누나가. 
누나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아버지와 미친 어머니를 죽이고, 
내 방문에 목을 매달고 자살을 한 것인가.
어떻게 이럴 수가.
그렇다면 그건 뭐였지.
바로 얼마 전까지 들렸던 가족의 소리.
엄마의 목소리.
누나의 발자국 소리.
이미 오래전부터 썩기 시작한 가족의 시신.
밥이 들어오지 않은 게 언제부터였지.
노래를 부르고 속삭이고 울부짖고 내 방문을 두들긴 건 대체 뭐였지.


그때였다.
등 뒤에서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찌이이익.
뒤를 돌아보자 내 방 문고리에 매달려 있던 누나가 움직이고 있었다.
누나가 썩어 짓무른 살을 바닥에서 억지로 떼어 내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검게 썩어 있던 손가락으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 힘에 못 이겨 손등의 마디마디가 갈라지는 게 보였다.
누나가 아직 살아 있었단 말인가.
손잡이에 매달려 있던 부러진 목을 끌어당기고 있는 누나를 바라보며, 
나는 몸을 질질 끌고, 
현관 문 쪽으로 기어갔다.


그때 현관문 구석에 무심코 뻗은 손에 차가운 무언가가 만져졌다.
다리였다. 
다른 시체들과 마찬가지로 검게 썩어가고 있는 누군가가 현관문 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검은 얼룩 사이로 보이는 밝은 하늘색, 
하늘색 원피스.
누나가 좋아하던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시체.
누나?
나는 떨리는 손으로 엎어져 있는 시체를 뒤집어 본다.
눈구멍에 가득 찬 구더기가 꿈틀거리며 마치 살아 있는 눈동자처럼 나를 바라본다.
땅에 눌린 채로 굳어서 삐뚤어진 얼굴에는 더 이상 예쁜 미소를 짓던 누나의 얼굴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쥐에게 뜯어 먹혀 없어진 입술 안 쪽에 보이는 검은 치아의 금으르 때운 자국만이 
이 시체가 누나라는 사실을 공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누나가, 
누나의 시체가 여기 있다면 저 문에 매달려 있는 건 누구지.
누나가 아니라면 누가 우리 가족을 이렇게 비참하게 죽인 거지.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마루를 밟는 익숙한 소리가 들려 온다.
뒤를 돌아보자 문에 매달려 있던 시체가 어느새 몸을 떼어 내 앞에 바짝 다가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누...... 누구야? 
누구냐구!"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괴기스럽게 웃고 있는 입이 보였다.
그것이 부러진 목에 매달린 머리통을 내 앞으로 스윽 들이민다.
그 입에서 내뿜은 썩은 숨결을 들이마시며 코앞으로 바짝 다가온 시체의 얼굴을 바라본다.
놀랍게도 그 곳에는 좀 전에 거울로 보았던 내 공허하고 휑한 눈동자가 있다. 


나였다.
살짝 삐뚤어진 입술이 그랬고 한번 부러졌던 콧대도 나랑 똑같았다.
내가 부러진 목을 겨우 매달고 바로 코앞에서 웃고 있었다.
산발한 긴 머리카락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내 손을 간질인다.
그래. 
나 3년동안 한번도 머리카락을 자른 적이 없어.
그때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오는게 느껴졌다.
따뜻한 무언가가 손을 적시며 흥건하게 배어 나왔다.
손을 들어올리자 내 손은 어느새 선홍색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손으로부터 너무나도 또렷한 살육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새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절대 밖에서는 들리지 않을 아주 큰 비명을.


출처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中.
오유의 은둔님의 글입니다.



13
살생부.


저희 어머니가 언젠가 한번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하시면서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어머니가 처녀 때 일이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 부터 몸이 건강해서 잔병치레 한번 없었던 어머니가 그날 따라 몹시 열이 심했다고 합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누워 끙끙 앓기를 이틀, 
어머니가 지쳐서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자기 머리 옆에 누군가 앉아있었다고 하더군요.
이야기 하시는데 어머니도 그게 꿈이었는지 아니면 현실이었는지 구분이 안간다고 하셨어요.


외할머니가 아닌가 싶어 고개를 들었는데,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이 새하얗고, 
입술이 새빨간 남자가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온 몸에 검은 천을 두르고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대요. 
어머니가 깜짝 놀라 누구냐고 소리를 쳤답니다. 
그 남자는 그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어머니를 계속 쳐다보더니 이내 품속에서 기다란 두루말이 종이를 꺼냈답니다. 
그리곤 무표정한 얼굴로 종이를 쳐다보더니 어머니께 물었답니다. 

"아가씨, 
이름이 뭔가?"

어머니가 그 순간 그 남자가 저승사자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대로 이름을 부르면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오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모른다고 절대 가르쳐 줄수 없다고 발버둥 쳤대요.
그래도 남자는 무심히 종이를 쳐다보며 계속 물었다고 합니다.

"아가씨, 
이름이 뭔가? 
이름을 알아야 데려가지. 
아가씨, 
이름이 뭔가? 
이름을 알아야 데려가지."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발악하며 이름을 안가르쳐주려 들자. 
그 남자가 한손에는 두루말이 종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어머니의 왼쪽팔을 잡아 눌렀대요.
그러고선 다시 물었답니다.

"아가씨, 
이름이 뭔가? 
이름을 알아야 데려가지."

몹시 무서웠지만, 
이름을 가르쳐주면 안된다고 맘속으로 되새기며, 
눈을 감고,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귓가에 맴돌던 그 남자의 물음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일어나서 봤더니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남자가 짓누른 왼쪽팔은 아프다기 보다는 몹시 시렸대요. 
마치 얼음이 닿인 것 처럼 차가웠답니다.


저도 어머니께 듣고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았지만, 
어머니가 원체 거짓말을 안하시는 분이라.
그때 어머니가 이름을 가르쳐주셨다면.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출처
오유의 MorbidDesire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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