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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파피용
게시물ID : readers_173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카엘의노래
추천 : 1
조회수 : 2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27 18:26:18
제목 : 파피용

                                 김종래

 
 

내 나이 열 아홉에 집을 나섰지

돌이켜보면 참 치열한 삶이었어


무미건조한 학창시절과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가정사


열 아홉 이전의 삶은 누에고치 속

나비와도 같은 모습이었어


애송이 번데기 시절 내 머리 속엔

오직 한 단어만이 존재 했었지


탈출

이 곳을 탈출 하리라


나를 감싸고 있는 이 껍데기를

찢어발기리라


허나 그때의 난 유리턱을 가진

한낱 애송이에 불과했지


얇디 얇은 실오라기 하나 자르지

못 할 만큼 여린 유리턱이었어


몇 해가 흘렀고 때가 됐음을 직감한 난

과감히 첫 가위질을 시작했어


수십 번의 가위질 끝에 난

세상을 보게 됐어


그때의 메스꺼움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해

구토와 비음 두통과 소음


세상은 번데기 시절 나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


공기중에 흩날리며 사라지는

내 상상 속 세상을 바라보며


난 다시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됐지


내가 바꾸리라


내가 바꾸지 못하면 난 다시 이 세상이라는

고치 속에 갇힐 것만 같았어


세상은 마치 러시아인형처럼 겹겹히

쌓여 있는 무한루프가 아닐까 의심했어


사실 난 그게 사실일까봐 두려웠어


다시 그 어둠과 적막이 찾아 온다 생각하니

구토와 두통이 또 생길 것만 같았거든


무심코 찾아온 오한에 몸서리쳤어

한껏 솟아오른 닭살을 차분히 면도하고


두려움을 아침이슬 한방울에 꿀꺽 삼켰어

기지개를 켜니 날개가 어느새 말라 있었어


그리고 잿빛하늘을 향해 날아 올랐어

주위를 보니 수백 수천 마리의 나비가


날아오르고 있었어


이곳이 그저 조금 더 큰 고치 속인줄도 모른채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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