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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맛 김밥
게시물ID : cook_1269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두부버섯전골
추천 : 17
조회수 : 1122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4/11/30 22:02:31
고게로 갈까 요게로 갈까 하다가 음식얘기니까 요게로 왔습니다
갑자기 비가와서 감성 터짐으로 쓴 글인점 양해바랍니다

어느날 동네의 허름한 분식집에서  김밥을 사먹었습니다 싼맛에 자주 애용하던 김밥집이었는데 첨음으로 김밥을 시켰던 거였어요
저는 그 김밥을 먹자마자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살면서 다시는 먹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엄마 맛이나는 거에요.
한젓가락 뜨자마자 안에있는 내용물이 우수수 떨어지는 완성도. 전체적으로 부족한 맛  
좋은 김은 아니었는지 질기고 비릿한맛의 김
고소한 참기름향과 함께 퍼지는 살짝 떡진 밥의 식감
엉성하게 볶은 재료들
누군가가 먹었을 때 별로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날만큼 부족한 맛이었습니다.

그걸먹고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엄마를...
엄마는 맛벌이였기 때문에 초등학교 소풍날 운동회날 도시락을 싸주는 일이 드믈었습니다
주로 친구한테 얻어먹거나 집근처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사고 갔죠.
그런데 어린맘에 그게 너무 서러운 거에요
다른애들 엄마는 다 김밥 싸주고 과일도 챙겨준다는데 엄마는 제가 저학년때부터 챙겨주는 날이 드믈었거든요.
그래서 엄마한테 이번에도 도시락 안싸주면 엄마를 평생 미워할 거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엄마 딸 안할거라고...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 칠 정도의 협박이지만 정말 어렸던거 같습니다 아직도 사무칠정도로 후회가 될 정도로

다음날 엄마는 잠도 못주무고 김밥을 싸주셨어요
남은 밥을 동글동글 하게 뭉쳐만든 주먹밥과 김치로 아침먹고 김밥을 싸들고 나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분이었습니다
평소 은박지에 싸가던 김밥이아닌 락엔락 도시락 통에 담긴 김밥이았으니까 그게 정말 좋았어요

점심시간이 되었고 친구들이랑 저는 도시락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영 마무리가 엉성했던 엄마 김밥은 제가 움직이는 동안 풀리고 섞였는지 난리였습니다 친구들은 비웃고 맛없어보인다고 놀려대기 시작했구요 
저는 그게 너무 서럽고 창피해서 눈물마저 고였었어요 
아무도 제 김밥이랑은 교환해먹으려고 안했거든요  저는 맛있었는데...

아무튼 그 이후로 엄마께 김밥 싸달라는 말은 안했어요 천원 이천원으로 김밥을 산 후에 도시락 통에 담아갔기때문에 엄마김밥을 맛볼 기회는 점점줄었어요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맛이었는데 이런곳에서 먹게될줄은 몰랐네요

정말 맛있지는 않지만 나한텐 최고로 맛있는 김밥이었어 나는 이제 엄마맛은 고사하고 엄마 냄새 나는 물건 하나 남아있는게 없어 엄마가 날 너무 빨리 떠났잖아
난 이제 한달뒤면 22살이 되고 이제는 스스로 김밥을 쌀 나이가 되었는데 김 밥 오뎅 김밥용 햄 시금치 단무지 계란지단 맛살 엄마랑 아무리 똑같이 재료를 넣어보지만  맛이안난다

 지금이라면 투정 않고 모든지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엄마가 쑥캐왔다면서 끓었던 잡초 된장국도말이야

엄마 보고싶다 가끔 엄마가 그리워질때는 여기 김밥을 먹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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