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라_보들레르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것이 거기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하는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위해,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취하는가 ?
술이든, 시든, 도덕이든,
그 어느것이든 당신 마음대로이다.

그러나, 어쨋든 취해라.
때로는 궁궐의 계단에서
도랑가의 초록색 플 위에서,
혹은 당신 방의 음울한 고독 가운데서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취기가 감소되거나, 사라져버리거든
물어보아라.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시계든,

지나가는 모든것
슬퍼하는 모든것
달려가는 모든것
노래하는 모든것
말하는 모든것에게
지금 몇 시인가를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별도 새도 시계도
당신에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취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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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훌륭한 드라마라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윤태호가 원작 아닌가.

흔하디 흔한 러브라인을 넣고 싶지 않아해서

공중파의 끈질긴 콜을 거절하고 TvN으로 갔다 햇는데

만들어 놓은 품새를 보면, 저울질했던 잘난 공중파가 무색하리라.

나는 무엇인가를 잊고 싶을때 드라마를 본다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변화하고 싶을 때가 아니라.

그래서,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밀어 놓았었다.

느낌 아니까..

그러다, 게시판 엉아들의 영업에 넘어갔다.

내가 느낀 촉 그래로..

돈 주는 만큼만 내 몸을 고단하게 하는 걸로 끝내 주면 좋으련만

그렇게 곱게 넘어가주지 않는 세상이 그려지더라.

괜히 눈치 보게하고, 외롭게 하고, 울 밖에 머무는 느낌에

쎄~해지는 주눅과 서글픔을 켜켜히 쌓게 한다.

계약직은 계약직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최고의 스펙은 최고의 스펙대로...

공간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바둑알처럼 움직이고 말할때마다

그 파동은 공기처럼 내가 들이 마셔서

나는 뭔가..하는 생각과 , 어쩔 수 없는 비교와

뿌리 내리지 못한 마음은 스크래치를 남기고 나를 떠난다.

그러 하리라.

알고 있었고,  알고 있었다.

오늘의 파고를 넘으면, 내일의 파고가 온다는 것도

화무 십일홍이라는 것도..

그러다

맨 마지막 장면

그래가 읊은 보들레르 시 한자락에 나는 어어..하고 말았다.

익숙한 내용

이십년도 더 거슬러 간 시간

나의 대학 삼학년 시절

학교는 내내 휴강으로 내닫고

집회가 강의를 대신했던 하루를 끝내고

최류탄으로 가득했던 캠퍼스를 걸어 내려 오는 어스름 저녁이면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예비역형이

나 군대갔다오면, 세상이 변해 있을줄 알았는데..하면서

보들레르니 랭보니..하는 그들의 시를

하루종일 투쟁가만 불러대던 입으로 나에게 들려줬었다

시라곤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정도만 알고 있었던 내가

그 깊은 의미들을 어찌 알았더랴만은

그와 걷는 그 봄날 그 길에 그 시는 좋았더랬다.

그 형과의 둘만의 귀가시간은

생전 집회라곤 안 나오던

우리과 퀸카 전인화를 닮은 그녀가

풀메이컵에 미스코리아 사자머리를 하고 참석하기 시작하면서

정원초과 셋으로 과부화가 이뤄졌었다.

그 형에 입에선 시가.. 이야기가.. 사라졌고

대신 퀸카의 눈치를 살피는 조심스러움만이 남았더랬다.

그제서야,  드럽게도 느렸던 나는

나의 삼학년이, 세상이 나에게 주었던 대학이라는 유예기간이 끝났음을

돌아갈 곳은 도서관뿐이라는 걸 어렴풋이나마 눈치챘었다.

형이 읽어 보라 권했던 수 많은 책들이 토플과 상식책들로 바뀌고,

봄날 저녁놀이 눈이 내리는 창밖풍경으로 바뀌었을때즈음,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멀리 멀리 학교 나들이를 하여서

구석자리에 파묻힌 나를 찾아 내는 수고를 마다한 동기 여학우가

조심스레 내 얼굴을 살피며,

전인화 그녀와 보들레르 그 형의 첫 눈 내리는 날 프로포즈를 전할땐

마침표구나..느꼈었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

폼생폼사 예비역형의 보들레르 시는

서러운 드라마 한자락에서 나를 만나고

몰랐던 의미들 하나 하나는

이제는 본래의 뜻들을 찾아

알아 쳐 먹을 나이가 되었는데

세상은 변한게 없다.

군대만 갔다오면, 변할 줄 알았던 어린 예비역의 세상이

이십여년 열심히 살믄 변할줄 알았던 내 세상과 다름없이 여전히 변한게 없다.

 

그래도...

그래도..

 

취하리라.

지나가는 모든것에도

슬퍼하는 모든것에도

달려가는 모든것에도

노래하는 모든것에도

말하는 모든것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