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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비오는 날의 샤워
게시물ID : military_513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배웠어요
추천 : 10
조회수 : 1404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12/08 12:40:23
1995년 8월
전남함은 무더위 속에서 두 달이 넘는 지루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무더위 보다 우리를 더욱 지치게 한 것은
시원찮은 조수기-바닷물을 민물로 바꿔 주는 장비- 성능 탓에
그 무더위 속에서 몇날 며칠씩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카키색-짙은 베이지색- 근무복 카라는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새카만색으로 변해 있었고, 흐르는 땀이라도 닦을라치면
묵은 때가 주루륵 밀려 나오는 탓에 땀 한 번 닦는 것도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무더위를 한방에 식혀줄 소나기가 한바탕 내렸다.
우리들은 중갑판에 모인 빗물이 콸콸 쏟아지는 빗물관 아래 모여 미친듯이 몸을 씻기 시작했다.
행여 소나기가 그칠새라 너도나도 알몸으로 뛰어나온 통에
빗물관 아래는 그야말로 살색의 향연이었다.
거무튀튀한 꼬추로 누구의 엉덩이를 찌르든
찌른놈이나 찔린놈이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축제와 같은 샤워 시간이 끝나갈 무렵
당직을 서느라 뒤늦게 합류한 나도 몇 남지 않은 살색 무리의 틈에 끼어 서둘러 샤워를 했다.

샤워를 끝낼 무렵, 억수 같이 퍼붓던 소나기는 거짓말처럼 그쳤고
더이상 알몸으로 뛰쳐 나오는 살색 무리도 없었다.
이제 모든 승조원들이 다 씻었을 거라고 판단한 나는
중갑판으로 올라가 얼마 남지 않은 고인물에 열심히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실로 오랜만에 샤워에 빨래까지 마친 나는 개운한 마음으로 룰루랄라 메인데크로 내려왔다.
그리고...
아까까지 내가 샤워하던 곳에서 열심히 이를 닦고 있는 조타 선임하사와 마주쳤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아니 해서는 안되기에 나는 조용히 선임하사 곁을 지나쳤다.
조타 선임하사는 연신 개운하다는 소리를 지르며
조금 전까지 내가 빨래했던 물로 입을 헹구고 머리를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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