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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애아빠가 됩니다.
게시물ID : baby_50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뜻발그미
추천 : 15
조회수 : 915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4/12/19 03:59:22
10여년이 넘는 길고 긴 솔로 시절을 마감한지 몇달됐군요.

적지 않은 나이였기에 남은 인생은 홀로 살아가리라 생각했지요.

안정적인 수입은 앞으로 10여년이 한계.. 

10년내에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마련한다는 각오로 살아왔는데.

진짜 우연잖게 짝을 만나게 됐습니다.

오유해도 안생기지 않습니다. ㅎㅎ

짚신도 짝이 있다더니.. 우연히 한번 내지른 용기에 사랑을 얻었습니다.

동갑내기지만 학번이 낮은 여친은 나를 오빠라고 부릅니다.

마법의 단어지요.


그동안 주변에서 불임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되서.

그동안 관리안하던 나는 거의 씨없는 수박일꺼다 생각했지요.

근 20년을 피워온 담배, 잦은 술자리와 관리하지 않아 불어버린 몸, 스트레스와 피로

일찌감치 올챙이들은 떼죽음을 당했을꺼야 생각했는데..

덜컥 애가 생겼습니다.

애가 생기면 키우겠다. 단 안생겨도 갖을려고 노력하진 않을꺼다.

둘다 적지않은 나이니까. 애를 갖을려고 고생하기엔 남은 시간이 너무 괴로울것 같다.


하지만.. 진짜 애가 생겼습니다.

테스터기에 선명한 나타난 두줄.


솔직히 나는 준비가 안됐는데.. 앞으로 10년 벌어서 노후준비해야 되는데.. 

생각도 안했었기에 당황스럽고.. 걱정이 앞섰지요.

하지만 기쁘다고 했습니다. 잘 키우자고요.

내가 어떻게 리액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테니.. 겉으로 표시내진 않았습니다.

살짝 기쁨반 걱정반이라고 했지요.

그날은 밤새 줄담배를 피우며, 애아빠가 되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당연히 나가서...)



어제 여친이 병원을 갔다오고 오늘 초음파 영상을 봤습니다.

2주전에 본 초음파 사진은 7.5mm의 콩알만한 덩어리였는데..

오늘 본 초음파 영상에선 2.3cm로 자랐네요.

손가락 한마디도 안되는 연약하고 작은 생명.

형체도 뚜렷하지 않지만. 콩닥콩닥 심장이 뜁니다.

몇 mm 되지도 않을 손과 발을 꼼지락거리고요.


생명의 신비로움이란..

나에게서 저런 조그만 생명이 생겨났다니.

저렇게 작은데도 살아있어 활동을 한다니.

내가 애아빠가 된다는 실감이 확 들었습니다.

걱정보다도 기쁩니다. 감격에 눈물이 핑돌더군요.


고맙습니다.

그냥 다 고맙습니다.

그냥 있어주어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입니다.

내년이면 잠자면 천사, 깨어나면 악마가 되어

수면부족에 만성피로에 빠트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맙습니다.

부디 건강하고 이쁘게 커다오.. 초롱아.

진짜 진짜 사랑한다.

내 작은 애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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