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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기 전에 쓰는 글.
게시물ID : military_522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게뭡니까
추천 : 2
조회수 : 41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1/12 00:25:25

내가 내일 군대에 가든 어쩌든, 

오늘 하루는 지극히 평범하고 평범했다.


나는 내일이면 군대에 갈 것이고, 내일로부터 거의 두 해의 긴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겠지만

그 어마어마한 시간마저도 당장의 오늘을 어쩌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마지막 외식, 마지막 TV시청, 마지막 영화, 따위의 말들을 했지만 식당에서 먹은 낙지볶음의 맛은 낙지볶음 맛이었고 개그콘서트는 정말 재미없었으며 영화 신의 한수도 그냥 그랬다. 가족들은 내게 군대를 계속 상기시켰지만 덤덤했다. 훈련을 받고 있을 내 모습이 한번씩 무척 선명하게 떠올랐지만 짜증난다기보단 기대되는 것에 가까웠다. 놀라울 만큼 나는 담담했다.

반납하지 않은 책이 오히려 더 신경쓰였다. 군대에 가는 전날 까지도 신변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가 너무 나다워서 웃음이 났다. 머리도 못 깎았지. 머리라도 진작에 깎았으면 군대에 가는 기분이 났을까.



"

시간은 세상의 어떠한 강 보다도 고요하게 흘러간다. 그 짙고 검푸른 빛에 우리는 안을 훔쳐볼 수 없으며,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위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교환학생을 다녀온 4개월은, 그 안에 있을 때만큼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짧지만. 군대를 앞두고 보낸 이 시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들도 마찬가지겠지.


결국 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나다.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나 자신이고.

"내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마음 속의 덧없는 벚꽃, 어느 밤중 폭풍우에 날아가지나 않을지..."

하는 노승의 노래가 있다고 했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짙푸른 시간의 흐름이 있고 나는 그 위에 연약한 벚꽃을 띄우는 것이다.

무기력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니, 무기력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마지막 날이 언제까지든,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 삶이 언제 끝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비하자가 아니라,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삶에 의미를 찾자, 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이므로. 그 각각에 이름을 붙여 피워내면 된다.


나는 군대에서 정확하게 21개월을 보낼 것이다. 나의 국가를 위해 봉사할 21개월이다. 조국을 위해 2년도 안되는 시간을 바치는 일 정도야 아깝지 않다. 시간이 남는다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겠고, 많은 글을 읽거나 쓸 수도 있겠다. 이 또한 정말 기대되는 부분이다.


어제 입대였는데, 쓰다보니 오늘 입대가 됐다.

기쁜 마음으로 군대에 가겠다. 이 시간들이 나에게 큰 의미를 가져오기를 기대하면서, 담담하게 군대에 가야겠다.









군대 가기 전에 쓴 일기 하나 남겨봅니다.

뭐 첫 휴가 나오면 다시 보겠지요.

군대에 가실/혹은 가 계실 다른 분들하고도 이 요상한 감정을 공유해보고 싶네요.

그럼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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