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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쌍둥이 육아기
게시물ID : baby_5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d_dragon
추천 : 29
조회수 : 1402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01/13 18:16:04
사실 이건 다른 커뮤니티에 썼던 글인데, 눈팅만 하던 오유에서도 공유할만한 내용일 것 같아서 다시 재활용합니다. 
요새 세쌍둥이가 TV에도 나오고, 다른 일들로 이슈가 되는 것 같던데, 일반인 세쌍둥이 부모는 이렇게 산다는걸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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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기 전에... 

- 본 육아기는 개인의 기억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음
- 육아는 사람마다 방식이나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참고로만 활용할 것
- 본 작성자는 아이를 하나만 키워본 적이 없어서, 애 하나 키우는 육아와는 비교 분석이 불가능함


1. 임신 & 출산

- 세쌍둥이 임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고민했습니다. 엄마도 애들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선택유산을 권하기도 했고, 임신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죠. 임신 기간 중에 와이프는 병원 다니는거 말고는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 임신 4~5개월에 일반 산모의 만삭 배 정도로 배가 불러옵니다. 그래서 임신 중반부터는 혼자서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나지도 못해서 옆에서 일으켜 세워줘야만 했습니다. 바로 누우면 폐가 밀려서 호흡이 곤란해서 모로 누워서만 잘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마저도 힘들어서 앉아서 자곤 했습니다. 임신 기간 중에는 거의 제대로 잠을 못 잔다고 보시면 됩니다. 

- 마누라가 그러니 남편도 쪽잠을 자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옆에서 소리나면 바로 깨야 되니까요. 그래서 임신 기간 중에는 제가 있을때 최대한 깨어 있고, 같이 늦게 잔 다음에 제가 출근하고 난 후에도 한참 늦게까지 자다가 점심 즈음에 일어나서 제가 퇴근할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의 반복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깨어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대신 저는 늘 잠이 부족한 상황이었구요. 

- 음식이나 냄새에 민감해지는건 임산부가 모두 그렇겠지만, 세쌍둥이 산모는 몸이 많이 무거워서 제대로 움직이기 힘드니 민감한 것이 더 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면 그나마 나을텐데 몸도 마음대로 못 움직이고 어떻게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으니 신경이 많이 예민해지는 것 같습니다. 

- 병원에 다닐때는 언제나 반차나 휴가를 내야만 했습니다. 중기에는 혼자서 택시타고 다녀오기도 했었는데, 중후반으로 갈 수록 제가 아니면 밖으로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기형아 검사나 입체초음파 이런 것도 잘 안됩니다. 애들이 워낙 빡빡하게 있어서...

- 출산때는 당연히 제왕절개를 했습니다. 자궁이 너무 많이 늘어나서 제왕절개 후에 지혈이 잘 안되서 쇼크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대처해서 위기는 넘겼지만,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처음으로 애들이 밉더군요. 

- 애들은 1.68, 1.92. 2.1kg에 태어났습니다. 딸 둘에 아들 하나입니다. 다들 폐성숙은 제대로 되서 인큐베이터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막내는 신생아중환자실에는 한달정도 입원했다가 퇴원했습니다. 


2. 육아 Phase 1 (~1돌 전)

- 100일까지는 장모님이랑 와이프가 낮밤을 나눠서 24시간 깨어서 애들을 돌보는 체계로 운영했습니다. 애들 기저귀갈고, 우유타고, 먹이고, 트림시키고, 다시 기저귀 갈고, 우유타고, 먹이고, 트림시키고.... 다시 기저귀갈고 우유타고, 먹이고, 트림시키고... 애가 셋이니 낮도 밤도 쉬지않고 이 패턴의 반복이었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육아휴직을 3개월 했습니다. 육아휴직 3개월동안 제가 밤에는 거의 돌보고, 낮에는 장모님과 마누라가 돌보는 식으로 운영했습니다. 우유병을 한번에 30개 정도씩 씻다보니 우유병 씻기의 달인이 되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빨래도 매일 하고, 너는 것도 매일 하고, 개는 것도 매일하고... 그것도 양이 장난이 아닙니다. 우유병 씻기, 애기빨래, 애기방 청소는 거의 달인이 되어버렸습니다. 

- 물론 애들 목욕시키기, 옷입히기, 우유먹이기, 트림시키기, 안아서 달래기, 재우기 등등도 뭐... 왠만한 엄마만큼은 합니다. 이건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생존의 영역입니다. 

- 목욕은 제가 거의 담당했습니다. 초기에는 장모님이 조금 하셨지만, 제가 익숙해진 이후에는 거의 제가 목욕시켰던 것 같습니다. 목욕도 재미있는게, 일단 제가 물받아와서 씻기고 난 후에 수건에 싸서 마누라에게 넘기면 마누라는 물기를 닦고 로션을 발라줍니다. 그리고 장모님께 넘기면 그놈 옷을 입히십니다. 거의 목욕 공장이었죠. 

- 100일이 지날때쯤에는 그나마 애들이 잠을 좀 길게 잡니다. 애들이 잠을 좀 길게 잔다는게 저도 같이 잘 수 있다는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아이와 관련된 나머지 일들이나 밥먹기, 목욕하기 등등의 필수적인 개인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때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계속 잠을 자기는 글렀습니다. 

- 육아휴직 했던 3개월동안(한 4개월까지...)에 연속해서 2시간을 자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밤에 총 3시간 이상을 자본적은 없는 것 같구요. 거의 쪽잠의 생활화였습니다. 앉아서도 머리만 잠깐 대면 바로 잠들어버리고, 애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소리가 나면 바로 깨버리는 생활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 한 6개월 전후로 해서 이유식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빨래가 2배가 되고, 청소도 2배가 됩니다. 똥냄새가 심해지기 시작하죠. 아빠 입장에서는 귀엽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시기입니다. 그래도 밤에는 자니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 돌이 될때 즈음해서는 인지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사람같아집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것들이 조금 편해지죠. 


3. 육아 Phase 2 ( 돌 이후)

- 뭐 지금도 진행중이기는 한데, 나름 재미있습니다. 세놈이라 그런지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다치기도 많이 다칩니다. 그렇지만, 서로 챙겨주고 아껴주고, 깨물어주고, 때려주는 모습을 볼때마다 재미있기도 하고, 잘했다 싶기도 하고, 그렇게 싸우면서 정드는거다 싶기도 합니다. 

- 육아 방식 때문인지, 세놈이라 그런지 또래의 다른 애들보다는 말이 좀 빠른 것 같습니다. 현재 31개월인데, 뭐랄까 논리적으로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습니다. 기억력도 좋아서 한 2주전에 이야기했던 걸 안 까먹고 물어볼때는 '이건 뭐지' 싶기도 합니다. 

- 소꿉놀이도 셋이라 이것저것 가능합니다. 이건 18개월차에 찍은 동영상입니다.


- 형제가 많다는걸 알아서 그런지, 양보라는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한번에 자기들 셋을 다 못 안아준다는걸 알고, 한놈씩 안아달라고 순서를 기다립니다.

- 자기들 일에도 역할분담을 해서 뭔가를 시키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들 밥 먹을때는 자기 숟가락, 밥그릇은 자기 자리에 알아서 가져다두도록 시켰습니다. 아래 동영상은 19개월차일때 찍은 동영상입니다. 


- 요새는 장난감 정리도 스스로하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장난감을 치우면서 가지고 노느라 치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일단 스스로 치운다는 개념은 가지고 있습니다. 

- 가끔은 이렇게 놀기도 합니다. 아래 동영상은 23개월차에 찍은 동영상 같네요. 지금은 이것보다는 더 많이 컸습니다. 


4. 마치며...

- 요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세쌍둥이 이야기가 나오면서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내용을 많이 물어보더군요. 근데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질문이 아니라.... '에휴... 하....' 이런 걱정스런 감탄사입니다. --;;
- 뭐... 쉽게 키운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생각만큼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습니다. 하나던 셋이던 육아는 다 힘든거니까요. 
- 혼자서 데리고 다니는 것도 할만합니다. 


- 대신 남편이 해줘야 할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마누라 혼자서는 불가능할껍니다. 
- 애를 하나만 키워본적이 없어서, 비교는 힘들겠지만, 일단 저희 애들은 심심할 일은 없습니다. 자기들끼리 너무 재미있게 놀거든요. 이런 점에서는 형제가 있다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 2월에 막둥이가 하나 더 태어나는 기념으로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써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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