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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한화 꼴지 탈출 여동생을 써보았습니다.
게시물ID : animation_3004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마피
추천 : 10
조회수 : 626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01/16 15:26:11
요즘 유행이라길래 한번 써봤습니다!
읽고 재밌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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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는 아침부터 주섬 주섬 무언가를 챙겨 입으며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은 내가 주인공! 에헤."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면서도 손은 잠시도 쉬지를 않았다. 오빠인 나로서는
꽤나 자주 보던 풍경이었기 때문에 한심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직관가냐?"
  "흐흥, 직관보다 더 대단한 거라고."
  "꿈에 그리던 돼지님이라도 와?"
  
  돼지라는 말에 그녀가 손을 멈추었다.

  "돼지라니! 오빠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그녀는 말을 하면서 나를 한번 쓱 훑어보았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나는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긴데다가, 몸도 근육이 잔뜩 붙은 건 아니지만 괜찮은 편이다.
거기에 성격까지 여자 한정으로는 완벽. 절정의 인기남 그 자체란 말씀.

  "...없는 건 아니... 아니, 없어! 우리 돼지님을 모욕하지 마!
  너 같이 방 구석에 들어앉아 있는 니트랑 비교하지 말라고!"
  "...작가거든. 그리고 너도 지금 돼지라고 말했잖아."
  "이건 귀여운 뜻을 담아서 부르는 돼지니까 되지! 오빠가 말한 돼지는 안되지!"

  돼지가 다 같은 돼지지. 미국 물 먹은 돼지는 귀여운 돼지인가.

  "그런데 왜 직관 때마다 우리 집에 오는 건데."
  "도구가 다 여기에 있잖아."

  여동생인 현지는 서울에 산다. 그리고 나는 대전. 원래 가족 모두 서울에서 살았다.
하지만 대학을 대전에서 다니게 되었고, 결국 그대로 나는 대전에 눌러 앉아 살고 있다.
이 자식은 학교도 서울에서 다니는데...

  "그러니까 도구를 왜 우리 집에 놓냐고."
  "집에서부터 들고 오면 무거우니까 그렇지. 바보야? 그런 것도 모르고."
  "이번에 갖고 나가면 다시는 들고 오지 마라. 집도 넓은 편이 아닌데 네 짐들까지
   놓는 건 무리라고."
  "어차피 이번에 다 갖고 가면 여기로는 안 올 거네요~자, 다 챙겼고. 잘 있어! 아, 그리고
   TV, 꼭 봐!"
  
  한화 유니폼을 입고, 머리에 봉투를 둘러메고, 오징어를 손에 든 여동생은 활기찬 인사와 함께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봉투는 보통 경기장 가서 쓰지 않나...거기에 오징어는 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다가 동생의 마지막 말을 다시 되뇌어봤다.

  "TV...를 보라고?"

  오늘은 이길테니 꼭 보라는 한화 팬의 헛된 희망을 담은 인사 같은 건가. 이길리가 없잖아.

  [오늘의 날씨는 전국 모두 화창하게 갤 예정이며 종종 비가 내리는...]

  그래도 일단 TV를 보라고 하니 소리 만이라도 들을 수 있게 전원을 켜 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도 한화의 경기날이 다가왔습니다.]
  [네 그렇네요.]
  [오늘 경기는 어떻게 될까요?]
  [콜드게임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아니 캐스터면 캐스터 답게...]
  [한화잖아요.]
  [...]
  [한화잖아요.]
  [왜 두 번이나 말하는 겁니까.]
  [중요한 사실이거든요. 우리나라 야구에 있어서는.]

  슬슬 경기가 시작할 것 같아 편파해설 방송을 틀었더니 해설이 이 모양이다. 분명히 한화 쪽의 편파해설인데
웬 머리를 민 중 같은 사람 둘이서 한화를 까며 콩트를 주고받고 있었다. 역시 한화. 편파방송도 다른 팀들과
그 궤를 달리한다.

  [하지만 오늘은 다를 겁니다. 한화에 변화를 몰고 올 그 분을 지금 이 자리에 모셔봤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등장!]

  "...."

  내가 TV를 보며 벙쪄있건 말건 TV 속의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하하하, 활기차시네요.]
  [주인공이니까요!]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좋은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제발 한화를 구해주세요...]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한화를 수렁에서 끌어 내겠습니다!]

  여동생의 자신감 넘치는 다짐을 끝으로 화면은 광고로 전환되었다. 아직까지도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동생이 드디어 정신이 나갔다. 큰일이다. 가장 큰일은 우리 남매는 둘 다 늦둥이라는 거다. 
이게 왜 큰일이냐고 묻겠지만, 그 때문에 내가 고등학생이 될 때 쯤 부모님 두 분은 모두 은퇴를 하신 상태였다. 그리고,

  "너희를 중학교에 보내고 났으면 우리는 모든 역할을 한 거다."

  라는 말을 남기시고는 두 분이서 크루즈 여행이다 뭐다 하면서 연금과 퇴직금을 모두 공중분해 시키며 인생을 즐기고
계신다.  이런 마인드의 부모님이라 우리 남매는 자기가 알아서 벌어먹고 알아서 학교를 다니고 하며 고등학교, 
대학교를 마쳤다. 나는 대학을 마치고 전업 작가로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동생은 아직 대학을 다니는 중이다. 대학
등록금을 한참 벌어야 할 때인데...정신이 나가다니. 방송에 나와서 주인공 선언을 하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그 점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동생이 내 뱉은 그 말.

  "동생아...한화는 이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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