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일곱 살. 군대다 아르바이트다 하며 휴학하다보니 스무 살에 시작한 대학생활도 어느덧 후반에 이르러서야 끝마치게 되었다. 물론 그리 늦은건 아닐 것이다. 대학 후 남은 대출금 천 몇 백도 세상 많은 또래에 비해 혹독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마래를 준비하고 이미 절반은 꿈을 닮아가는 주변인들에 비해 이룬 것 하나 없다는 사실이 그리 서글프진 않다. 모두 나의 삶이니까. 모두 각자의 삶일 뿐이니까. 타인의 나보다 뛰어남에 질투하진 않는다. 일 억개의 삶엔 일 억개 이상의 고충이 있다. 난 나의 인생에 집중하자.
새벽 홀로 올라온 옥상은 누구도 올 일 없는 나만의 공간이다. 어둡지만 맥주 한 캔 마시고 음악을 듣고 있다보면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기분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