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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이동 능력
게시물ID : panic_771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징오
추천 : 17
조회수 : 5431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5/02/06 05:03:43
내가 아주 어렸을 적, 몇 살이였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나에겐 어떤 종류의 '힘'이 있었다. 원래부터 있던 것을 깨닫게 된건지, 어떤 순간 어떤 일을 계기로 생겨버린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십여년을 살아오면서 그 누구에게도 비슷한 이야기조차 입도 뻥긋한 적 없는 걸 보면 나는 어린 나이에도 이런 종류의 힘을 가진 사람은 나 뿐이라는 것과 이건 아주 아주 특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숨을 쉬는 것처럼, 아니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쉽게 나는 원하는 곳으로 내 존재의 좌표를 변경할 수 있었다. 보통 나는 아무도 없을 것이 확실한 곳을 노려서 움직였지만 가끔 내 예상이 빗나갔을 때는 내가 시차 적응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몇 번 사소한 위험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당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주 약간의 노력을 통해 나는 사회적으로도 특별한 사람이 되었고, 능력을 쓰지 않아도 나에게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 된 건, 그 때였다.
외출을 위해 주차장까지 내려왔다가, 차 열쇠를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열쇠를 가지러, 내 방 위치를 가늠하고, 이동했다. 하지만 내가 도달한 곳은 내 방이 아니였다. 그 곳은 수천명의 사람들이 나를 뒤돌아보고 있는 거대하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전부 다 똑같은 음울한 표정이었다. 아니, 전부 똑같은 얼굴이였다. 내가 평생 거울 앞에서 마주해온 나의 얼굴. 내 앞에 한줄로 서있는 수많은 '나'들. 더 앞일수록 더 옛날의 내 얼굴들이 보였다. 저 앞엔 아주 어린 나도 있었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아닌 사람도 있었다.
이 정신나간 상황에서 나는 내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알 수가 없었다.
어느샌가 내 뒤에 나타난, 내 옷을 입고 한 손엔 내 차 열쇠를 든 얼빠진 표정의 나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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