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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절벽 파자마
게시물ID : readers_184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꾸는몽이
추천 : 1
조회수 : 7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2/07 05:14:05
“내가 어떤 얘기를 하나 해줄까, 어?”하고 제이슨이 말을 꺼냈다.

“뭔 얘기?”
 
나는 숨을 몰아쉬고는 제이슨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귀를 기울었다.

“옛날에 말이야. 남극 어딘가에 펭귄들이 살고 있었어. 그러니까 한 다섯 마리 정도라고 해두자고. 그 펭귄들은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어. 

차갑고 냉혹하기 짝이 없는 남극에서 말이지. 

어릴 때부터 서로서로 몸을 뭉쳐서 체온으로 간신히 추위를 버텨 갔어. 

다 같이 배고픈 시절이니 작은 물고기라도 하나라도 생기면 나누어 먹고 그랬지. 

녀석들은 물고기 적은 거에서부터 꼭꼭 씹어 먹어가며 조금씩 덩치를 키워갔어. 

눈보라와 냉풍만 가득한 남극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천천히 하나 둘 배워들 갔지. 

가만히만 있으면 얼어 죽는다. 

이곳에서 벗어 날 거라고 혼자 떨어져 어디 가버리더라도 얼마 못 가 얼어 죽는다. 

뭐만 잘못하면 얼어 죽을 수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딴 생각을 품지 말고 다섯 마리 똘똘 뭉쳐서 남극에서의 세월을 보냈어. 

남극에서 펭귄의 삶이라는 게 좀 무미건조하고 팍팍하지만 어쩌겠어. 

펭귄으로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하니까 말이야. 

물론 그 와중에도 잠깐이나마 나름 즐거웠고 행복한 시간들도 있었어. 

다섯 마리의 펭귄들은 그렇게 살아가다 픽픽 하나 둘 자연스럽게 죽어갔어야 했어.”

녀석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피 맛이 나는 침을 삼켰다.

“그런데 말이야. 북쪽 평원 끝에 있는 절벽 나뭇가지에 파자마라는 게 걸려 있다는 얘기를 

어떤 딱지부리 새가 날아와서 해주더란 말이지. 

파자마라, 듣도 보도 못한 남극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게 있다고 하니. 

다섯 마리의 펭귄은 파자마라는 걸 도통 모르고 살아와서 그게 너무 궁금했어. 

그래서 파자마를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구경하러 갔단 말이지.

펭귄들은 북쪽 평원 끝에 있는 절벽으로 갔어. 

꽤 가파른 절벽에서, 그 근처에는 펭귄뿐만 아니라 남극 땅을 밞고 걷는 애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었어.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니까 말이야. 

오직 날개 짓으로 밥벌이하는 새들이나 근처에서 날고 그랬지. 

아무튼 다섯이서 가보니 절벽 밑 가까이에 닿을 듯 말 듯 파자마 하나가 매달려 있더군. 

이해가 가지 않았어. 

뜬금없이 파자마가 절벽에 매달려 있는 꼴이라니. 

다섯은 처음에는 이 희한한 것이 대체 왜 이 곳에서 이러고 있는지 궁금해서 서로 떠들기 바빴어. 

이건 절벽으로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누군가 되도 않는 것을 엿 먹으라고 여기에 놔둔 거라고 결론을 지었지. 

좋아, 거기서 끝내고 다들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갔으면 됐는데 말이야.” 

제임스는 나불거리던 입을 잠시 다물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바닥에다 피가 섞인 침을 퉤하고 뱉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근데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고, 펭귄들은 결국 그 씨부랄 엿 같은 파자마를 가지려다 세 마리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지.” 하고 내가 말했다. 

제임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지. 펭귄들은 본능적으로 파자마라는 게 나머지 녀석들보다 다르게 돋 보이게 해 줄 거라는 걸 알았어. 

걸려 있던 파자마가 한 벌 뿐 이었다는 게 비극이었던 거지. 

잘만 하면 충분히 파자마를 가져가서 입을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 

그걸 입으면 전 보다 확연히 다르게 남극에서의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어. 

펭귄들은 처음 그걸 봤을 때와 다르게 파자마에 욕심이 생겼고, 절벽으로 한발 한발 다가갔어. 

펭귄들은 높은 절벽 하고 어울리는 않은 동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펭귄들 중 세 마리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어 .

절벽에 걸린 파자마를 가지려고 날개를 뻗다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져 죽었지. 

하나 같이 전부 말이지.

펭귄들 중에 두 마리만 남았고, 둘이서 엄청 지랄발광을 다 떨어서야 마침내 파자마를 절벽에서 집어 올렸지. 

그리고 그 둘은 파자마 상의 하의를 나누어 입었어. 

파자마를 입은 둘은 그렇게 한동안 행복하게 살았어.전보다는 좀 춥게 지내야 했지만”

목에서 울컥하고 피가 입 안으로 올라왔다.

“그래서 이제는 나보고 파자마 나머지를 내 놓아라 이거군. 파자마를 다 입고 싶다 이거지?”

“잘 알아듣네. 다 입어야 파자마를 입고있다 할 수 거지. 어설프게 반쪽만 입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 

“셋을 절벽으로 하나 하나씩 민 걸 조용히 입 다물고 지낸 댓가가 고작 이건가? 하의를 잠깐 입게 해준 거?”

“어쩌겠어. 파자마가 그렇게 생겨 먹은 걸. 미안해. 내 탓이 아냐.네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닌거야.”

제임슨은 축 늘어진 내게서 나머지 파자마 부분을 가져가 입었다. 

"그래, 이렇게 파자마를 주어서 고맙구만. 너 덕분에 제대로 입어 볼 수 있게 됐어."

라고 말하고는 내게서 떨어져 남극 너머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에게서 내 피 냄새가 났다. 파자마에서 묻어 있던 거겠지.

나는 멀어지는 제임슨에게 외쳤다.

“이 개새꺄! 파자마 한 벌 다 입은 게 펭귄 다섯 마리랑 꼭 붙여 있을 때 보다 나을꺼 같냐?!”
 
제임슨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가던 길로 사라졌다. 매서운 바람이 내 말소리를 삼켜 버리고 파자마에 묻은 피 냄새만 던져 주었다.

눈꺼풀이 조금씩 무거워 졌다. 

눈꺼풀을 도저히 다시 뜰 수 없을 때 쯤 에서야, 남극에서 그 놈의 파자마 따위가 절벽에 왜 걸려 있었던건지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 엿 먹으라는 거지, 씨부랄. 애초에 쌍눔의 딱지부리 새새끼를 쌩깠어야 했는데. 

나는 남 다른 것 보다 모여서 따뜻하게 지내는게 더 좋았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제임슨 또한 결국 얼어 죽을 게 뻔했다. 우리들 처럼. 좀 더 살고 안 살고의 차이다. 여긴 얼어붙은 남극이니까.

우리 펭귄들은 파자마 따위에 놀아나지 말고 붙어 지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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