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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담의 공식
게시물ID : lovestory_720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리처
추천 : 0
조회수 : 4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2/16 23:44:10
월담의 공식 - 김산
 
스물두 살에 야간 여상을 마친 봉자 누나가 첫 봉급을 쓰리 당했다
 
 울음은 몇 갈래로 터져 나왔다 오장 근처를 휘돌던 설운 마음은 먼저 목구멍을 타고 올랐다 분노는 휘발성이 강해 가녀린 팔뚝으로 내려가 주먹을 불끈 쥐게 했으나 곧 스르르 풀렸다 애증의 덩어리들은 눈 코 입에서 짠 분비물로 흘렀다 베개가 흥건해지면서 새롭던 각오는 축축해졌고 희망은 이불을 비집고 빗소리를 찢으며 처마에 기댔다 기침까지 섞인 울음은 오토바이 쓰리꾼처럼 급커브를 틀더니 급기야, 우리집 토담벽을 넘었다 울음은 감잎을 몇 장 들었다가 간장독을 폭삭 깨고 살금살금 기어와 벌어진 곳간의 문을 삐거덕 열었다 터진 쌀자루에서 불어터진 밥알들이 쏟아졌다 아! 이 정체불명의 도둑은 어찌하여 내 귓바퀴를 넘어서는가? 悲인가, 飛인가, 수학 문제집의 도무지 풀리지 않는 根의 공식처럼,
 
 토닥토닥, 봉자 누나네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빈 독을 메우는 雨
 
 
 
*2006년 "문장웹진"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입니다.
당시 읽고 좋다고 생각만 했다가 최근에 생각나길래 다시 찾아봤는데 역시나...
하루 종일 비도 오고 시 읽기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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