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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타임트립 미연시를 망상해 보았습니다.
게시물ID : history_198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리리맇
추천 : 7
조회수 : 14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3/05 10:23:31
어느 분이 허난설헌도 써보라고 하셔서 한번 망상을 풀어봤습니다. 의외로... 개인적으로는 이 분이 더 재밌는 요소가
많이 있는 것 같더군요. 잘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은 앞에 전편을 보시고 오시면 어떤 잡글인지 이해가 되실겁니다.

자 시작합니다. 허난설헌이 타임트립해서 현대에 오는 미연시를 망상해보았다.



1. 이름

주인공 : 허난설헌이시죠?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허난설헌 : 아명인 초희로 불러주십시오.

주인공 : 아, 네... 괜찮으시겠어요?

허초희 : 호보다는 서로 이름을 부름이 더 돈독해보이지 않겠습니까?

주인공 : 아, 네... 저번에 오셨던 사임당 누님이랑은 좀 다르시네요...

허초희 : 크아아악!!! 사임당이라고요? 율곡의 모친 사임당!!!

주인공 : 아니, 왜 갑자기 벌컥 화를 내고... 찾아보니 같은 강릉 출신이시면서...

허초희 : 우리 집안의 원수!!! 율곡의 모친이라는 것만으로도 분노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주인공 : 대체 뭔일이 있었길래...

허난설헌의 부친 허엽이 율곡 이이와 향약을 가지고 논쟁을 했는데, 시행을 주장하는 허엽에게 율곡이...

"집안일도 나라에서 메뉴얼 안주면 컨트롤이 안되는거임?" 이란 논조로 논파해버려서 웬수가 되어버렸다나 뭐라나...

그리고 둘째 오빠 허봉도 율곡을 탄핵하다가 귀양살이를 했음...



2. 재산

주인공 : 흠... 그래도 손님이신데, 대접을 잘하긴 해야 하는데 예산이 간당간당하네요...

허초희 :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산이라면 제가 준비해보겠습니다.

주인공 : 어? 과거에서 돈이라도 가져온거에요? 아니, 그러려고 해도 친정이랑 시댁이랑 다 풍족한 집은 아니셨을텐데...

허초희 : 다행히도 소녀에게는 부친께서 남겨주신 상표권이 있습니다. 한번 소송을 해서 권리를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 : 허엽 선생이 대체 뭘 하셨길래... 응? 호가 초당(草堂)? 설마 이거...

허초희 : 네, 초당 순두부의 권리는 자식인 저에게 있습니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실제로는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가족들만 먹지 말고 백성들에게 만드는 법을 널리 알리라고 하셨음.
조선 시대의 프리웨어 레시피?



3. 전대물

허균 : 우리는 문장 전대, 허씨 파이브! 나는 명량한 막내, 블루의 허균!

허엽 : 이 녀석이 애비를 제치고... 나는 근엄한 부친, 블랙의 허엽!

허성 : 나는 온화한 장남, 그린의 허성!

허봉 : 나는 피끓는 차남, 레드의 허봉!

허초희 : 나는 상냥한 외동딸, 핑크의 허초희!

다같이 : 우리는 조선시대 중기 문장 전대 허씨 파이브!!!

주인공 : 뭐... 다들 한 문장들 하시는 건 납득하겠는데... 근데 그러면 악당은 누구야? 이 구도대로라면 악당은... 조선왕조?

다같이 : 틀렸어... 꿈도 희망도 없어. 이 무슨 다크히어로물이야...

최후에는 다같이 비참하게 끝난다는 점에서 코스믹 호러 전대물일지도... 조선왕조의 위엄...



4. 영화

주인공 : 영화 재밌게 보네요. 뭐에요? 응?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 재밌어요?

허초희 : 내용이 왠지 모르게 가슴에 사무치네요. 주인공을 갈구는 시어머니, 아내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버려두고 전쟁터로
나간 남편, 왠지 주인공을 등쳐 먹는 듯 하지만 의외로 걱정하는 조력자, 그리고 예술의 재능을 가지고도 그걸
펼치지 못하고 남편 때문에 고생하는 주인공... 남 얘기 같지가 않아요.

주인공 : 뭐... 그렇게 해석할수도 있으려나요...

허초희 : 주인공의 여정이 많이 공감되는 군요. 근데... 아무래도 남편은 이미 죽은거겠죠?

주인공 : 응? 아뇨... 네타를 들었는데 끝에 살아서 만난다던데요.

허초희 : 일해라 감독!!!

주인공 : ......

실제로 허난설헌의 남편인 김성립은 임진왜란때 의병장으로 출전해서 전사했습니다.



5. 큰뜻

주인공 : 남편이 그렇게 마음에 안드는거야? 그래도 찾아보니 6대에 걸쳐 급제한 명가의 후예던데...

허초희 : 하! 6대를 걸치면 뭐하나요? 사실 따지고 보면... 당파 싸움이나 정쟁이 심한 그 시대에 6대를 급제하도록 집안에서
정치적 분쟁을 겪지 않았다는 것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정치적 쟁점에서 자기 의견을 내지 못하고 소심하게
중립만 지켰다고 해석할수도 있는 겁니다.

주인공 : 그럼 안되는거야?

허초희 : 남자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가슴에 큰 뜻을 품고 세상에 의지를 떨칠줄 알아야죠. 그렇게
소심하게 몸보신이나 하고 마누라나 구박하는건 소인이나 할 짓입니다.

주인공 : 네에... 근데 동생분은 너무 큰 뜻을 품으셨어요. 덕분에 목에 칼이 아니라 아주 그냥 오체분시...

허초희 : ......

실제로 허균은 이이첨에게 팽당하고 오체분시 당했습니다. 그리고 김성립의 집안을 까려는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냥 유머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6. 해외직구

허초희 : 뉴스를 보니... 요새는 물건너에서 상품을 직접 배송 받는 것이 유행인듯 하더군요.

주인공 : 뭐... 그렇죠.

허초희 : 근데 이해가 안되는게... 그 물건들이 다 이 땅에서 생산되어 이국으로 팔린 것들인데... 그걸 왜 다시 들여오는거죠?
그냥 여기서 사면 안되는 건가요?

주인공 : 아...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요. 해외에 넘긴 것들이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유통되도 가격이 해외보다
국내가 더 비싸서 원하는 사람들이 화를 내고 해외에서 사게 되는 거죠.

허초희 :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주인공 : 이렇게 설명해 볼께요. 초희씨가 생전에 썼던 글들이 한때 조선에서는 찾을수가 없었어요. 근데 그게 해외에서는
유명세를 타고 유행했다고 해요?

허초희 : 네? 어째서... 이불킥할 글들은 전부 태워달라고 균이한테 말했는데...

주인공 : 그 동생분이 안태웠어요. 그리고 그걸 명나라 사신한테 팔아먹었고, 그 시에 감탄한 명나라 문장계에서 호평이었죠.
그리고 그러다가 일본에도 수출되서 200년 앞선 한류를 이끌었죠. 그래서 외국에서는 호평을 날렸는데... 조선에서는
동생분이 사분오열하시는 바람에 금서화되다가 수백년이 지나서 다시 역수입되었죠. 뭐... 그런거에요.

허초희 : 균이 이 녀석!!! 근데... 그러면 그 저작권은 저한테? 인세 수입은요?

주인공 : 아, 유감스럽게도 저작권은 국제법으로 50년이 한계요. 유감이네요...



7. 홍길동

주인공 : 홍길동은 기존 민담 소설과 다른 형태를 보여주네요. 대부분 숨겨진 명가의 자식에 좋은 스승 밑에서 수련을 해서
영웅이 되는 기존 민담 소설과는 달리, 정확하게 시작부터 서출인게 명시되어 있고 재주도 누가 가르친게 아니라
처음부터 독학으로 알고 있다는 식으로 나오네요.

허초희 : 하아... 그러게요. 저도 그렇게 균이한테 나무랐는데 결국 그런 짓을...

주인공 : 네? 나무라셨다고요? 왜요? 기존 클리셰를 깨는 문학사에서 획기적인 전개였는데...

허초희 : 그게 말이죠... 애가 어렸을때 부터 좀 공상이 심해서리... 기본 전개 방식은 싹 무시하고, 그냥 첨부터 졸라 짱쎈
캐릭터가 다 쓸고 다니는거 좋아하더라구요. 그러면 전투력 밸런스가 안맞아서 나중에 설정오류가 속출하는데...

주인공 : .......조선시대의 중2병 캐릭터?

홍길동전은 허균의 작품이 아니란 주장도 상당히 많습니다.



8. 소설

주인공 : 근데 궁금한게... 동생분은 소설을 남겨서 국문학계에 한 획을 그으셨는데... 초희씨는 왜 소설을 쓸 생각은
안하셨어요? 규방문학이란게 원래 한글 소설이 유명한게 아닌가요?

허초희 : 쓸 생각도 했었죠. 근데 문제가... 제가 쓰면 너무 문제작이 될것 같아서요.

주인공 : 문제작이라니... 뭐가요?

허초희 : 생각해보세요. 아버님이랑 오라버니들 죄다 정쟁에 결단나시고... 동생은 오체분시되고... 집안은 결단나는데...
애들은 둘다 어렸을때 죽고 유산하고... 시어머니는 박박 갈궈대시고... 남편은 맨날 기생들 끼고 놀다가 제가
죽으니깐 재혼해버리고... 이런 상황에서 제가 글을 쓰면... 폭풍의 언덕이나 프랑켄슈타인을 달달한 연애소설로
생각할 만한 얀데레 호러물이 나올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주인공 : 아... 납득...

실제로 허난설헌의 시에서 나오는 도교적 취향을 생각해보면... 소설을 쓰면 귀신 얘기는 기가 막히게 잘쓰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망상이 있습니다.



9. 히로인

주인공 : 의외로 친정 오라버니와 부친과의 사이 덕분에 브라콘이라는 설이 돌던데요...

허초희 : 생각을 해보세요. 남편이 제게 잘해주는 것도 아니고, 재능도 우리 균이한테 까일 만큼 형편없으면서 바람이나
피우는데 제가 마음 의지할곳이 친정 오라버니들과 아버님 밖에 없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주인공 : 하긴... 근데 친정 오라버니들이 그렇게 멋있었어요?

허초희 : 당연하죠! 항상 무뚝뚝하지만 할일은 똑부러지게 하고 그러면서도 든든한 큰 오빠 역활을 다한 허성 오라버니는
댄디함이 끝내주시죠. 그리고 열혈의 기세에 터프하고 절대 세상에 굴복하지 않아, 당대 거성인 율곡과도 맞짱을
떴던 허봉 오라버니는 저의 문한 세계에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었죠. 그리고 4차원에 늘 사고만 치고 다니지만
서출들과도 격의없이 잘 어울리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큰소리치는 균이는 미워할수 없는 악동이었죠.

세상에 이렇게 멋진 오라버니들과 지내다가 그냥 과거 시험만 잘보고 매력없는 남편이랑 살게 되었으니
얼마나 절망스러운 일이었는지요. 하아... 그냥 시집가지 말고, 오라버니들 수발들면서 살껄 그랬어...

주인공 : 여성향 미연시의 히로인이라도 되실 생각이세요?

허초희 : H 만 없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서브 캐릭터로 밀복한 광해군이랑 소현세자도 등장시킨다면...

주인공 : 거기까지...



다시 한번 밝히지만 등장인물들을 모욕할 의도는 없고, 그냥 웃자고 적은 내용이니 문제가 되면 자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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