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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이 치킨을 사준다고 불렀다.
게시물ID : humorstory_4341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5
조회수 : 1368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03/18 09:03:45
어제 저녁 황사에 목매여 어디 친구놈을 불러서 니가 사는 돼지고기라도 한점 구워먹으러 갈까...고민중인데,
여자사촌동생의 전화가 왔다.

"니 또 컴터 고장냈냐???(인사따윈없음)"
"아니거든???"
"뭐여??? 화이트데이때 핸드폰꺼놨다고 지금이라도 단거 달래는겨??? 이거 이거 또 대기업 상술에..."
"뭐래? 퇴근하셨음 우리 동네로 와. 닭먹자."
"오케이 롸져 존밍!!!"

약속장소에서 동생을 만나 그 동네 단골 닭집에 들어감. 
나는 차를 가져와서 술을 안마신다니까 사장님이 좀 당황해하셨고(니가 술을 안마셔???), 동생이 생맥을 시키더니 지 혼자 처묵처묵함.

평소, 술을 안마시던 동생이라 
이모가 또 시집가라고 갈궜나...아닌데...나랑 내 동생이랑 친언니라는 거대똥차들이 아직 연애시동도 못건 상태라 아직 갈굼의 강도가 나에게 못미칠건데...
일하다가 직장상사땜에 스트레스...아니...지가 사장인데 뭔 갈굼이여...
사업자금부족해서 보증??? 나보다 지가 돈 더 많을건데??? 글고 보증이라면 자다가도 깨서 도망갈 위인이 나라는거 잘 아는 애가???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며...
너 닭다리 안먹을거면 내가 먹으마...라고 했다가 손등에 포크가 박힐것 같은 어마어마한 살기를 느끼고 닭모가지를 집어들었음.

그렇게 한동안 닭다리때말고는 말도 별로 안하고 먹다가...
동생이 드디어 말을 꺼냄.
"저번에 오빠도 봤나?? 무슨모슨쇼핑몰하는 언니."
"기억안남. 여자사람은 내 DB에 없습니다. 있어봐야 가슴만 아프지."
"저번에 우리 사무실 이사할때 오빠 도와주러 왔을때 같이 도와주고 있던 언니있잖아."
"아. 맞다. 그날 일당주라. 어딜 감히 짜장면에 탕수육도 없이 군만두로 퉁칠라그러냐. 그리고 나 볶음밥이라고 열다섯번은 말했는데 왜 꼽도 아니고 보통짜장이 와-_-"
"와...저녁에 고기사줬잖아."
"당연한거 아녀??? 차라리 일 잘하는 인부를 불렀음 불경기에 그분들도 돈벌고 그분들이 소비해서 내수경제가 살고 나 몸살도 안나고..."
"게...게임 발매할때 연락해라...하나 사줄께."
"그래서 그 언니가 어쨌다구요. 동생님???"

동생님 말에 의하면
어제 물건떼러갔다가 지나가는 길에 시간도 있고해서 그 언니사무실에 놀러갔는데...
마침 그 언니쇼핑몰에 쓸 사진찍고 왔는데, 그 언니는 모델안쓰고 일반인쓴다고 함.
일반인인데 아직 20대 초반이라 (동생은 20대 후반) 그런지 막 어쩌고 저쩌고하면서...
(뭔 용어를 써가며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그냥 사진이지 뭐...사실 그때 테레비에서 걸그룹나오고 있어서 동생이 뭐라했는지 기억도 잘 안남.)

이쁘더라...그런 생각한적 없는데 나 시집이나 갈 수 있을까...라며 기승전신세한탄...
다행히 그때 남자아이돌그룹나와서 내가 테레비에서 영혼을 거둬온 상태라 반드시 들어야했던 마지막부분을 캐치할 수 있었음.
(안물어보고 조용하고도 민첩하게 닭날개도 내가 다 먹음. 개꿀맛.)

나는 가만히 동생 눈을 바라보았음.
이렇게 너랑 아이컨택하는 것도 어릴때 심부름 가기 싫어서 눈싸움해서 진사람이 가자고 한 이후로 처음이구나...
그러니까 니가 듣고 싶은 말은 그거로구나...
그래도 피붙이인 남자한테라도 "넌 충분히 여자로서 매력이 있다." 이 말이 듣고 싶은게로구나...
괜히 엄한 남자한테 이런 고민털어놨다가는 이 여자가 나한테 관심있나 우후후~할까봐 사촌오빠인 나한테 이런말하는구나...
얌마...그런건 니네 아빠한테 물어봐!!! 닭먹다가 체하겠네!!! 대리비줘!!! 체할땐 생맥주여!!!라는 말이 진짜 목구멍을 넘어 편도까지 찍고 내려갔음.

뭔가 위로를 해줘야한다...안그러면 얻어먹으러 온 이 닭값. 내가 낸다. 말잘해라...라고 이성은 끊임없이 조언하고 있는데...
아까 니네 아빠한테 물어봐!!!라는 말이 안나오게 하려고 이성이 온 힘을 다 써버린탓에, 그만 본능적으로 내뱉은 이 말을 막아내지 못함.


"나봐라. 니 핏줄이여. 견적나옴???"



그렇게 나는 고민많은 동생의 가슴에 대못을 꽂고, 겨우겨우 닫고 있던 눈물샘을 열어재껴버렸으며
닭값도 내가 내고, 발매연기되서 짜증나 예약을 미루던 GTA5 PC판을 선물받을 기회도 날아감.


그리고 이 뇬이 우리 오마니한테 일러서 
아침에 오면서 아예 오마니가 처음부터 너 차에 뭐시기로 전화 좀 받아봐라 하시더니 
출근 내내 동생한테 할말이 있고 못할말이 있지 어쩌고저쩌고하며 혼났고...
이모한테도 언제 내려오니. 한번 보자.라는 문자도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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