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VRAM 깎던 황회장
게시물ID : computer_2312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선셋_기냥
추천 : 7
조회수 : 57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3/18 21:37:30
벌써 6개월 전이다. 내가 GTX770을 산지 얼마 후 일이다. 770을 중고나라에 눈물로 매각하면서, 신 글카를 사려고 엔비디아에 들렀다
황회장이 GTX970을 만들고 있었다. 970을 두장 사가려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글카 하나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라데온이나 사우"
대단히 배짱좋은 회장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만들어나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VRAM 부분을 특히 열심히 만드는 것 같았다. 770의 VRAM 2기가가 못내 아쉬웠는데 잘 되었다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빨리 만드는 듯 하다가, 날이 저물도록 이리 PCB 만들고 저래 쿨러 만들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290 이기는 정도로는 충분한데 자꾸만 더 만들고 있었다
"그만 만들어도 되니 그만 주십시오"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만들만큼 만들어야 글카가 되지 서두른다고 인텔 내장글픽이 980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뭘 더 만든다는 것이오? 황회장, 고집이 대단하시구만. 차시간이 없다니까요"
황회장은 퉁명스럽게,
"라데온 사시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770 매각해놓고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인 이미 틀린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만들어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수율이 나빠진다니까. 글카는 제대로 만들어야지 TSMC 닥달해서야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만들던 걸 숫제 무릎에 놓고 태연스럽게 엔비디아 쉴드로 배틀필드 4를 스트리밍하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글카로 불공격도 돌리고 OCCT도 돌린 후 다 됐다고 준다. 사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글카다
차를 놓치고 다음차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AMD를 이길 턱이 없다. 유저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상도덕도 모르고 괜히 자존심만 높은 회장이다' 생각할 수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황회장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레퍼쿨러 옆간지를 감상하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컴덕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검은 머리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황회장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글카를 내놨더니 남편은 잘 만들었다고 야단이다. 770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다 별로 다른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의 설명을 들어보니, 글카가 전기를 덜 먹으면 성능이 구려지며 성능을 무리하게 올리고 안 좋은 쿨러를 달면 290X 꼴이 난다는 것이다.
요렇게 전기 덜 먹으면서 성능 좋은 물건은 좀체로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남편은 신이 나서 텍스쳐 떡칠 VRAM 학살 게임을 켠다. 770의 2기가 VRAM에 비해 광활해서 좋단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뿔싸. 이 빌어먹을 물건 3.5기가 이상이 되니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예림이.jpg



황회장에 따지지 않고서는 배길수가 없었다.
헐레벌떡 달려가면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니, 이미 쿨엔같은 곳은 뒤집어졌다. 환불도 안 해준다는 것이다
나는 그럴리가 없다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황회장 앞에 가서 따졌다
그런데 황회장 하는 말이,
 "그 그래픽카드는 원래 3기가 짜리이나 우리가 자비를 베풀어 0.5gb + 0.5gb를 준 것인데 무엇이 불만이오? 환불은 없소. 말했듯 불만 있으면 라데온이나 사시우"
하는 것이다.
열이 받았다. 하지만 어찌하리 환불 안해준다는데


터덜터덜 770보다는 그래도 광활한 VRAM이라 자위하며 집으로 걸어온다

다나와는 이미 환불해달라고 콜로세움이 열렸다. 그러나 해 줄 것 같지도 않다
오늘 집에 가보니 남편이 290X 베이퍼 포장을 뜯고 있었다. 전에 7850 오버하던 생각이 난다
게임은 지포스란 말 들은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지포스 고정관념도 사라져 가고 있다.
포스웨어니 지포스 익스피리언스니 하며 애수를 자아내던 지포스 그래픽카드는 이미 우리집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문득 6개월 전 몰래 VRAM 주작하던 황회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예..... 후반부에서 생각이 안나서 망했네요
국어공부 더 해야 할듯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