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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 어려운거야.
게시물ID : panic_785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22
조회수 : 4753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03/22 14:27:26
뭐든 처음 한번이 힘든법이다.


어떻게든 그 한번만 잘 해내고 나면 두번째는 훨씬 수월하다.


심령스팟이나 유명한 흉가를 찾아다니는 괴상한 취미를 가진 나역시


처음에 막상 그런곳을 찾아가려하니 맘처럼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첫번째만 힘들었을뿐 두번째는 조금 쉬웠고 세번째는 더 쉬웠다.


그런곳을 많이 다녀본 결과 가장 위험한것은 귀신도 이상한 저주도 아니었다.


가장 조심할것은 같은 사람이다.


거친성향을 가진 노숙자나 숨어있는 범죄자와 마추친다면 보다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테니까.


그럴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신경쓰이는건 사실이다.


오늘 갈곳은 지방에 있는 5층짜리 폐병원이다.


늘그렇든 항상 함께 다니는친구와 함께 라디오를 켜놓고 그곳에 가는 중이다.


뉴스에서는 속보랍시고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무고한 시민 7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40대 남성이라는데 분명 미치광이일것이다.


"7명이라니 미친놈이네. 보통은 실수로 사람 한명만 죽여도 밤에 잠도 못잘텐데"


운전하던 친구가 이야기 한다.


"처음한번이 어려운거지. 모르긴 몰라도 두번째부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걸?"


내가 멍하니 대답하고 한마디 덧붙인다.


"뭐 결국 미친놈인건 맞지만."


적당히 섬뜩한 분위기도 조성되었다 싶은무렵 목적지에 도착했다.


역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도는것이 제법 즐거운 시간이 될것같다.


둘이서 랜턴을 들고 일층부터 슬슬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내부는 넓었고 나와 내 친구는 이곳저곳에 사진을 찍어 대었다.


"이제는 이런데도 크게 긴장감이 없네"


친구가 잘난척하듯 말했다.


"처음이 어려운거라고. 처음이."


셔터를 눌러대며 내가 대답한다.


그때 어두운방 한켠에서 검은 형체가 스윽 일어났다.


우리둘은 너무 놀라 헉소리조차 내지 못한채 그 형체를 보았다.


다행히 사람이었다. 어두운 방구석에 더러운 천쪼가리를 덮고 잠을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노숙자인가 싶어 행색을 살펴보았다.


낚시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40대 중반쯤 되어보였고 검은 자켓을 걸치고 있었다.


꼴은 볼품없지만 노숙자 처럼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사람이 입은 옷이 더럽긴 해도 제법 비싼 메이커였기도 했고


머리맡에는 인스턴트 음식과 과자, 잡지등이 잔뜩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친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몰라 머뭇거리고 있을때, 그 남자는 몸을 일으켜 우리를 보고있었다.


한손에는 덮고있던 천조각을 들고 있었고 다른한손에는 기다란 식칼을 들고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친구팔을 잡고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런곳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둘중하나다.


노숙자이거나, 쫒기는 사람이거나.


차안에서 들었던 뉴스가 지역방송이었다는점과 대략적으로 들은 인상착의가 정확히 일치함에 따라


저 남자가 그 미치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친구녀석도 나와 같은 생각인듯 정신을 차리고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이 안좋다. 그남자도 우리를 쫒아 달리고 있었다.


이대로는 둘다 잡혀 희생자가 될것이 뻔하다.


나라도 살아야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는 해서는 안되는 선택을 해버렸다.


옆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친구를 어깨로 있는힘껏 밀쳤다.


달리는데만 집중하던 친구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난 차마 넘어진 친구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전력질주하여 건물을 빠져나왔다.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듯도 하고 내이름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듯도 하지만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정신없이 차를 몰아 집에 들어오고 나서야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확실히 인지가 되었다.


혐오감, 고통, 자책감, 공포감. 잠이 올턱이 없었다.


'그래 처음이 힘든거야. 지금은 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야.'


'나는 이제 안전해. 그남자 내 얼굴도 사는곳도 몰라.'


'그녀석은 자기발에 걸려 넘어진거야. 내탓이 아니야.'



온갖생각을 다 하다가 얼핏 잠이들었던 모양이다.


몸을일으켜 티비를 켠다. 어쩌면 어제의 소식을 들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이름이 거론되면 곤란하다. 만약 내 행동때문에 경찰이 나를 잡으려 한다면 도망쳐야지.


그 남자처럼 도망쳐서 사는거다. 숨기좋은 장소는 아주 많이 알고 있다.


...저거다. 뉴스에서 어제의 그 건물이 나오고 있었다.


역시 그 남자는 살인범이었던 모양이다. 얼핏보았던 얼굴이 뉴스에 나온다.


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피해자라는 문구가 보인다.


'피해자?'
 
 
리모콘을 들어 음량을 높인다.


'피해자는 7명을 살해하고 경찰에 쫒기던 40대 김모씨로 경찰은 김모씨가 공범과의 마찰로 인해 살해당한것으로 보고 인근 지역을....'


쿵쿵쿵.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사람을 죽이는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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