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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한국의 요리사 인생 비교(매우 주관적)
게시물ID : cook_1466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내꼬추니꼬추
추천 : 14
조회수 : 3355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5/04/11 12:56:11
흠,, 제목에는 캐나다와 한국의 요리사 인생 비교 라고 적었지만, 정확하게는 토론토와 서울의 요리인생이겠네요.

모든 내용은 제가 실제 겪은 내용이고, 사실을 기반으로  아주 약간의 과장을 입혀서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흠 요리게시판에 쓰는 것이 맞나 싶었지만, 전부 요리랑 관련된 내용이라서 요리게에 쓰겠습니다.

먼저 저는 서울에서 4년 정도 양식레스토랑에서 일을 했습니다. 한국을 떠나온 요즘에도 업계에서는 알아 주는 곳에서 일을 했구요. 지금도 토론토에서 10위 안에 드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토론토에서는 지금 일하는 곳 1곳 밖에 경험이 없어서 아주 신빙성이 없을 지도 모르나, 넓디 넓은 호기심과 학생인맥으로 평균적인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일반화 하지말란 말은 말아주세용 ㅎ

카테고리를 정해서 1,노동시간 2.주방분위기 3.요리수준 4.만족감,페이 5.부록 으로 하겠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짧게 쓸게요 ㅎ

1. 노동 시간
노동시간은 한국에서 일 할 때는 보통이 12시간에 주 6일제(요즘은 주 5일제 10~12시간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흔히 말하는 열정페이를 지불하는 배울 것 많은 레스토랑에서는 주 6일제가 기본입니다). 좀 많이 일하는 곳은 15시간 주 6일 제를 일했습니다.  쉬는 시간은 20분정도? 식사 시간 포함입니다. 어떤 곳은 2끼를 주는 곳도 있고, 1끼를 주는 곳도 있는데, 15시간 일했던 곳에서는 1끼 줬네요.. 그것도 식사시간전에 쉐프님이 화내면, 눈치보여서 5분만에 먹고 일어나서 열심히 뛰어 다녔습니다.

이렇게 설명했으니.. 캐나다는 9시간? 내외 겠지??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10시간,12시간 일합니다. 스케줄에는 10시간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것저것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하고, 하다보면 12시간 훌쩍 넘깁니다. 14시간 일하는 날은 일주일에 1번정도? 바쁜 날 그렇게 일합니다. 다른 친구들도 거의 10~12시간을 기본으로 일하구요.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제가 일하는 곳은 식사가 없습니다. 그냥 자기가 배고프면 해먹으면 되는데, 이게 일이 많이 쌓이고, 음식주문이 들어 오다 보면, 하루 종일 굶다가 집에 와서 라면 끓여 먹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루는 너무 배가 고파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한입 먹고 8시간동안 방치해 두다가 집에 싸온 적도 있네요..  하지만 대부분은 식사 시간이 있습니다 .

이쯤 읽으셨으면, 그럼 캐나다랑 한국이랑 다른게 머야? 라고 하실 겁니다. 저도 체력소모는 한국에서 일할 때나, 여기서 일할 때나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점!! 바로 월급제 이냐 시간제 이냐 입니다. 한국은 보통 요리사 월급이 월급제 입니다. 막내면 130부터 시작하고요. 정말 배울것이 많은 곳이면 100만원 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경력이 있어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막내로 들어 갔다가 100만원 받고 15시간 주 6일 일했었네요. 불과 1년 전입니다. 방금 말한 케이스는 정말 악질케이스이구요. 보통 12시간 주5일제 130~150왔다갔다 하고요. 2~5년 경력이 쌓이면 170~190왔다갔다 합니다.(양식 기준입니다. 일식은 더 받고, 중식은 더많이 받습니다). 그렇게 4대 보헙들어가고 매우 안정적인 정규직 인것 처럼 보이지만, 시급 계산 해보면 5000원미만입니다. 왜냐하면 말이 12시간이지, 굉장히 많은 이유로 1시간 내지 30분 늦게 끝나거든요.. 그러면 나중에 어떤 현상이 발생하느냐면, 사람없어서 막내 알바를 최저임금으로 직원처럼 썼더니 저희 받는 월급보다 더 많이 받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알바는 철저히 시간 챙겨줘야 하거든요..

 그렇습니다. 오버타임.. 오버타임을 챙겨 주느냐 안 챙겨 주느냐가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더불어 공휴일 추가 수당입니다. 대기업다니시는 분들은 얘가 뭔말하는지 의아해 하시겠지만, 한국에 있는,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공휴일 대체 휴무는 커녕, 공휴일 추가수당도 커녕 오버타임도 없습니다. 아무리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지만, 돈이 따라 오는 노동이냐 않느냐는 엄청난 의지의 차이를 만듭니다.

캐나다는 공휴일에 일하면, 전 기분 좋습니다. 1.5배 나오거든요. 그런 날은 룰루랄라 일이 많으면 더 룰루랄라 하고 다닙니다. 그렇다고 뺑끼 치진 않습니다. 한국이나 여기나 뺑끼치면 손목날라갑니다. 그리고 근무시간이 들쭉날쭉해도 걱정없습니다. 그만큼 그달에 더 여유가 생기거든요.

2.주방분위기
흠 주방분위기는 많이, 아주 많이 다릅니다. 1을 너무 길게 썻으니 좀 짧게 쓰겠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의 주방은 군대의 연장입니다. 어느곳은 다나까를 쓰기도 하고요. 무조건 사수에 복종입니다. 그리고 쉐프는 주방의 왕입니다. 성격이 좋은 쉐프건 나쁜 쉐프건 왕입니다. 쉐프가 부르면 뛰어가고, 쉐프가 멀 필요로 하는지 항상 주시해서 가져다 드려야 빡센 주방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화기애애한 주방이라 할 지라도, 상하는 항상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농담을 해도, 갑은 갑입장에서 죠크를 던지고, 을은 을입장에서 잘 토스해서 갑을 만족시킵니다. 그사이에서 병은 죽어라 뛰어다니며, 미소만 살짝 지을 뿐입니다. (예전에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부당한 일도 많이 당했는데, 불과 몇년 만에 의식이 좋아 진건지, 군기 뺴고는 부당한 일을 겪는걸 못 봤네요)

캐나다의 주방 분위기는 .. 아 참고로 전 한국이든 캐나다든 배울 것 많은 곳(힘든 곳에서만) 일 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조금 느슨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캐나다 주방 분위기는 아주 좋습니다. 제 친구들도 얘기를 많이 들어 봐도, 한국처럼 군대식 문화가 있는 곳은 못봤네요. 소문으로만 들은 곳들은 몇군데 있습니다만 그건 쉐프가 크레이지한 거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쨋든, 캐나다 주방분위기는 프렌들리 합니다. 쉐프한테, 쉐프라고 하지만, 친구처럼 이름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하던 것이 버릇이 되서 옛 쉡, 옛 설 엄청 하고 다니고, 옷갈아 입는 곳에서도 쉐프쉐프라고 했더니, 저한테 우리 친구니까 쉐프라고 하지말라고 하더군요. (일할 때는 다른 아이들도 쉐프한테 쉐프라고 합니다, 근데 형식상이지 한국처럼 쉐프님쉐프님하지 않습니다. 쉐프, 브로, 버디 섞어서 애칭을 부릅니다) 어쩃든 그렇게 반년정도 지난 뒤에, 수줍게 이름을 불렀더니, 아주아주 좋아 했습니다. 처음으로 내 이름 불렀다고..  정말. 많이 다르죠. 물론 저 일하는 곳 쉐프가 다른 쉐프에 비해 프렌들리하긴 합니다.
그리고 쉐프아래로는 정말 그냥 누가 먼저들어 왔건 누가 경력이 많건 다 친구입니다. 외국은 3단계의 쉐프가 있는데, 그 밑으로는 친구입니다. 이 주방분위기에 관련된 일화는 아주아주 많은데.. 풀면 끝도 없겠네요.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일을 시작했을 때, 누가 쉐프고 누가 그냥 일반 요리사인지 구분이 안갔습니다. 분명 쉐프가 2명쯤은 있을 텐데.. 근데 너무 서로 친구처럼 지내니까요. 그때 한참 제가 토론토에 간지 2달째 되던 달이어서, 영어를 필사적으로 배울 때 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하는말을 다 따라 했죠. 그러면 친구들이 좋아 했습니다. 영어도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보기 좋아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욕도 많이 가르쳐 줬습니다. 어느날 어떤 키큰 친구가 오더니, 두유 해브 아이폰 찰저? 이러더군요? 그래서 노 라고 햇씁니다. 근데 다짜고짜 저보고 왓더 퍼킹 맨 합니다. 물론 웃으면서요. 그래서 저도 따라합니다. 왓더 퍼킹맨. 근데 그분 표정이 굳더군요. 제가 매일 엣설, 예쉡 해대던 쉐프보다 더 높은 쉐프였습니다.. ㅎㅎ 만약 한국이었다면, 아침에 들어온 닭 대신에 저를 해체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죠.

 3. 요리수준
1,2를 길게 썼으니 3은 정말 짧게 쓰겠습니다. 확실히 요리사로서 수행해내는 업무 능력은 한국 요리사들이 좋습니다. 일머리는 따라 갈 수가 없죠. 근데 요리실력(맛)은 여기 친구들이 훨씬 좋습니다. 왜냐면 이 친구들한테는 평생 먹고 느껴온 문화거든요. 분명 예외는 많이 존재 합니다. 여기 친구들도 빛의 속도로 일을 하는 친구들 많이 있구요. 한국에서도 신기하리만치 맛을 잘 내는 요리사들 많이 봤구요.

하지만 제가 찝고 싶은 점은, 요리의 수준과 발전이 경제와 아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청담동, 가로수길 그외 몇몇 동네를 기점으로, 엄청나게 발전을 하고, 또 거듭 발전을 해나가서, 이미 다른 지역 레스토랑의 요리수준과 엄청난 차이가 나타 납니다. 한 두 단계 높은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이 집중적으로 발전을 한 것이지요. 그래서 미식의 격차가 심하게 발생합니다.

캐나다 토론토는 어느 특정지역이 발전 되었다기 보다, 두루두루 맛좋고 질좋은 레스토랑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것이 더 낫다고 볼 순 없지만, 한국은 이미 손님의 계층이 뚜렷이 나뉜반면, 캐나다는 그런 구분이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한번 말씁드리자면 양식기준입니다. 당연히 양식이니까 캐나다가 낫겠지 하실지 모르지만, 기준은 요리에 과학을 얼마나 잘 적용하고 있느냐 입니다). 한 예로 한국에서는 수비드라고 하면, 여전히 고급기술로 생각되지만, 토론토에서는 웬만한 양질의 레스토랑에서는 수비드를 씁니다.

흠.. 생각보다 쓰는데 아주 오래걸리네요 ;; 4,5는 나중에 다시 쓰겠습니다 당장 자야 해서요 ㅠㅠ

아 좀 읽다보면 캐나다 주방 장점만 보이실 수도 있으니 단점 3줄 요약
1.이기적인 애들이 많고, 한국처럼 작은 버릇까지 갈구면서 고쳐주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파트너 잘못만나면 일인 2역을 하게 된다.
2.가끔, 한국에서 일 배울 때의 눈부셨던 발전 속도에 비해(갈굼), 더딤을 느끼고, 스스로 발전을 해나가야 하는 점이 아쉽다.
3.월말 인벤토리를 아주아주 철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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