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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음반이 하나 나왔습니다.
게시물ID : sewol_41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슭슭
추천 : 3
조회수 : 32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4/16 12:56:06

뭐라고 시작해야 될 지 모르겠네요..
오늘 음반이 하나 나오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투게더 - 꽃들과 별들"
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세월호의 아픔을 노래한 앨범이 하나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앨범은 세월호 기록 다큐멘터리
"upside down"
http://www.sewolmovie.com

이 영화를 위해 제작된 앨범입니다.

이 앨범의 수익금은 모두 다큐멘터리 제작지원과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기부에 사용됩니다.

http://www.mnet.com/album/429576


저는 이 앨범에서 1번(Sea of april), 4번(Bus), 6번(우리) 트랙의 작사 작곡 편곡 연주를 맡았고 8번트랙(To my daughter)의 편곡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1년간 이걸 준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약간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1년전 오늘 저는 싱글 앨범의 보컬 녹음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12시쯤 녹음을 하기로 해서 10시쯤 일어난뒤 잠을깨러 밖에 나와 맞은편 부동산 건물의 티비를 우연히 보고 처음 소식을 접했습니다. 곧 들어와 검색을 해보니 전원구조 라고 나오길래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는 그날 그냥 관심을 꺼버리고 말았습니다.

녹음 도중에 보컬이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알려줬는데 그걸 듣고도 그냥 사람이 많다보니 한 두명 누락된게 있었겠지 라고 대답하고선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녁, 컴퓨터를 사용하는 학교 수업이었기에 인터넷 검색을 그제서야 해보다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꼈습니다. 왠지 천안함 때의 느낌과 비슷한 기사들, 비슷한 단어들.

그래도 그냥 자세히 보기를 외면했습니다. 당시 밀려있던 음반작업이나 개인적인 일들 때문에 다른것들에 신경을 끄고 최대한 내 일에 열심히 여야지 라는 생각만 하던 때라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밤새 그날 녹음한것들을 정리하고 에디팅 작업을 하느라 밤을 새면서 잠깐 잠깐 기사 확인을 했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어느정도 인지 했지만.. 그냥 내 일이 바쁘니까 라면서 외면하고 밤새 그 노래의 작업만 했습니다.

그렇게 일이 다 끝나고 나서.. 새벽 6시쯤 제대로 '생각'이란걸 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를 보기만 하고 '생각'이란걸 일부러 안하고 있다 기사들을 샅샅히 뒤져 보고 다시금 생각을 해보니.. 이건 정말 미친 일들이고 일어나선 안되는 일들이구나 하는게.. 그때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 하루에 가까운 시간을 외면하고 생각하지 않다가 그제서야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답답해져 갔습니다. 외면하지 않고 계속 생각하고 기사에 댓글을 달고 사람들에게 말한다고 해서 별 달리 달라질 것은 없었겠죠..
그렇지만 이 상황이 이해가 되려는걸 일부러 거부하며 하루종일 내 일만 하고 살았단게 그렇게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몇주간 제대로 일도 못하고 지켜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안산으로 봉사활동을 가고, 이후의 거리 집회에 참여하고 하는 일들을 해왔습니다.

그렇게 했어도 그날의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씻어낼 수가 없었던 때에
이 영화의 제작을 같이 하자는 글이 하나 올라왔고 많은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그 안에 저도 부끄럽지만 미약한 손을 조금 보탰습니다.

그렇게 영화의 제작을 위한 지원 프로젝트로서 이 앨범이 기획 되었고. 처음 곡을 쓰기 시작했을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저 같은게 감히 그분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척 노랫말을 쓰기에 너무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수십번 곡을 썻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나의 입장, 지켜보기만 했던 '우리'의 입장에서 곡을 쓰기로 결심했고 그 결과들이 이 노래입니다.
그렇게 이 프로젝트가 커져 갔고 1년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협업을 하게 된 끝에 오늘 이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앨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뜻은 같습니다.
'기억하자'
이 앨범의 목적인 기록 다큐멘터리 영화의 뜻도 같습니다.
'기억하자'

미약한 사람들의 미약한 발버둥이 모여 탄생한 미약한 이야기들 이지만.
이 미약함이 거대한 물결이 될 수 있게..
이 노래들과 그리고 영화를 듣고 봐 주세요..

저는 이것밖에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이것밖에 못했습니다.
부끄럽고 미약하고 나약한 사람이지만
그곳에 사람이 있었고 여기에 아직 사람이 있다는걸
이야기 하는걸 들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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