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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목요일 밤에
게시물ID : sewol_421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아를나도
추천 : 3
조회수 : 2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17 03:08:58
나른한 수요일 오후에.
학교에서 세월호 관련 서명운동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명 대신에 그 곁에 앉아서 내가 왜 여기에 이름을 적지 못하고 있나를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생각도 마음도 그와 같은데 왜 나는 움직이지 못하나.
...
 
작년 어느 날에.
친구에게 하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저는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아무리 잘못된 것을 알아도, 아무리 부당한 것을 알아도. 저는 소시민이기때문이에요.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움직이
지 못하는 것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엄청난 소시민이에요.
 
나른한 수요일 오후에.
 
서명을 받던 친구에게 떠듭니다.
나는 소시민이야. 아무리 정치와 거리가 먼 사건이라도 이미 정치색을 띄어버린 이상 나는 그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소시민이야. 정치판으로 이 사건을
끌고 간 그 사람들은 참 똑똑하구나.
결국 한줄 이름을 쓰고 일어납니다.
 
추운 목요일 저녁에.
취재차 광화문을 찾았습니다. 집회를 하는 모습이 13년 전에 처음 참석한 데모 현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음이 한결 무거워집니다. 사고 1년만에 처음
으로 관련 행사에 참석했는데 너무나도 제 약점을 후벼 파는 모습이라 씁쓸합니다.
 
더 추워진 목요일 밤에.
늘어선 경찰버스를 바라보며 함께 간 기자님이 입을 엽니다. 답답하네요. 저도 대답합니다. 제 무기력한 모습을 더 명백하게 만드는 것 같아 가슴이 아
프네요.
추모행렬의 슬픔도, 분노도. 막아선 경찰들의 대응도, 아픔도. 모두 제 마음을 짓뭉갭니다.
 
다 한낱 핑계일 뿐입니다. 저는 어찌 이리 무기력한 소시민일까요.
 
- 처음으로 자식 잃은 부모의 얼굴을 마주한 날 밤에 그 얼굴을 다시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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