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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외계문명의 두 번째 연설
게시물ID : panic_793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XdbX
추천 : 4
조회수 : 216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01 00:46:57

어딜 봐도 인간으로 보이는 존재가 말쑥한 정장을 입고 단상에 올랐다.

폭죽과 팡파레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것은 ##### 문명의 대표로 나온 육체입니다."



인간의 구강구조로는 발음 불가능한 종족명을 최대한 비슷한 소리로 모사한 육체가 말을 이었다.



"지구인분들께선 우리와는 달리 종족의 정신적 통합을 하지도,

하나의 국가를 이뤄 살아가지도 않기에 

이렇게 각 나라를 따로따로 들르게 되었습니다만,

우리는 이렇게 한 종족을 여러 번 만나고, 

이런 연설도 여러 번 할 수 있는 것을 영광이자 행운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종족과 거듭해서 교류를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영광입니다."



#####의 육체가 이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꽤 시끌시끌했지만, 대사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했다.



"이 부분은 기존의 연설에서 빼다 박았습니다만, 중요한 부분이니 반복하겠습니다.

우리는 상대를 존중하기에, 외교를 할 때는 언제나 상대의 기준을 따릅니다.

단순히 상대가 원하는 이상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 종족과 같은 태도를 보이려는 것입니다.

일부러 이 나라에 맞추어 이 외형을 특수 제작한 것도, 

이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또 우리는 지구가 한 번 자전할 때마다 한 나라에 들러 

해당 국가의 인간을 관찰하고 기준을 이해한 후, 

지구에서 하무랍비? 라이? %%% %%%...... 실례했습니다. 

아무튼, 법전에 명시된 방식에 근거해 

해당 국가의 인류를 대합니다."



육체가 멋쩍은 듯 미소 짓더니 말을 이었다.



"보시다시피, 우리도 이런 과정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바로 지난번이 우리가 이뤄낸 첫 외교였는데요,

저번 나라와 이번 나라의 관찰결과를 비교해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고를 위해, 저번 국가의 관찰결과 중 두어 가지만 읊겠습니다."



#####이 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바람이 거세 종이가 날아가지 않도록 꼭 쥐고 있어야 했다.



"『모순적이다』

예시: 여성의 가슴은 저속하다고 여기고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여긴다.

동시에 공공장소에서 가슴을 노출하는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묵인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젖을 먹이는 어미는 눈총을 받는다.

이를 피하며 젖을 먹이기 위해선 위대한 어미는 분뇨 냄새가 나는 불쾌한 장소로 도망쳐야 한다.


『폭력을 표현의 일부로 삼으며, 자신이 즐거울 경우 상대에게 끼친 피해를 최소로 본다

예시: 강자가 약자에게 폭력을 가하며, 그것이 별일이 아니라고 믿는다.

신체적 강자는 약자에게 신체적 폭력을 가하며 우정의 표현니까 괜찮다고 여기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자는 자신의 정체를 밝힌 인물에게 비판이라는 명목으로 정신적, 감정적 폭력을 가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급히 결론을 내린 후, 바꾸지 않는다』였습니다.

예시도 정말 많이 관찰되었습니다. 

비만이 되는 것은 과식과 게으름이 원인이라고 믿는다. 

운동할 시간이 없고, 유일하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의 식사가 원인이라는 말을 들어도 그건 예외라고 판단한다.

외모가 상대적으로 하위에 있는 인물은 

곧 인간으로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하위에 있는 인물로 취급한다.

실수나 잘못 알고 있던 정보 때문에 준 피해는 사실 악의가 담긴 행동이었음이라고 믿고,

상대에게 적대심이 있다고 판단되면 상대가 보이는 모든 반응을 악의적으로 해석한다.


한낮의 소란스러운 식당에 몰래 잠입한 상황에서 이뤄진, 단 한 번의 관찰결과이기는 했으나, 

우리 방식에 따라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 날 저녁,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최대한 상호에게 행복할 관계를 이루기로 약조를 맺고, 

그 직후 해당 나라를 무력으로 진압했습니다.

쌍방에게 있어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나라를 관찰한 결과…"



또다시 폭죽과 팡파레가 울려 퍼졌다.

그 뒤 일어난 폭풍 때문에 #####의 연설문이 날아가 버렸다.

#####은 잠시 당황한 듯했으나 괘념치 않고 말을 이었다.



"어 관찰결과만 짧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존에 주어진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기존에 주어진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더라도 잊는다』,

기존에 주어진 정보를 잊지 않더라도 기억을 왜곡한다』,

성급히 결론을 내린 후, 바꾸지 않는다,

『의미가 없더라도 격식은 차린다』,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로 떠민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면 남의 반응은 무시한다』,

『필요하다면"


또다시 미사일이 일제히 요격당하면서 또 다른 폭풍이 단상을 덮쳤다.

전투기 한 대가 외계 우주선의 요격기능을 돌파하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을 향해 미사일을 쏘았다. 

그 미사일조차 요격되지 않았더라면, 

동시에 #####을 보호해주고 있는 수많은 장치가 모조리 고장 났더라면 

#####의 육체 중 하나가 줄었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어제 과학력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었을 텐데도 

어떤 오해가 일어나야 자기들에게 승기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의 외교 방식에 따라, 이런 식으로 비논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들이니 

틀림없이 전차나 전투기 안에서 조종하던 인간조차도 연설 내내 #####의 말을 하나도 안 들었을 거라고 판단했다.



"어차피 관찰결과 중에 『돌이킬 수 없더라도 성급히 행동한다』,

위협적이라고 판단된 상대에게 폭력적으로 반응한다』도 있었으니

연설은 여기까지만 하죠.

결국엔 어제와 같네요."

출처 예시 출처:
https://youtu.be/KiS8q_fifa0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08/07/0200000000AKR20130807188400085.HTML
https://youtu.be/ltun92Dfn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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