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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사이신 하나에 전사한 구경꾼 일기
게시물ID : sewol_442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구경꾼일지
추천 : 15
조회수 : 72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5/04 01:45:36
5월1일 22시 세월호 추모 시위를 한다기에 광화문을 찾았음. 

16일 밤에 술 한잔 먹고 추모 첨 갔다가 경찰 차벽땜시 꽃 한송이 겨우 놓고 온게 전부라 좀 미안한 마음이 있었음. 내 딴엔 이날 꽤나 큰 맘 먹은 거임. 같이 간단 친구도 하나 없어서 혼자 깔판이랑 담요 챙겨서 갔음. 

 남편 안말리고 독려 해준 마눌님께 감사 꾸벅

 광화문 역에 내려 삼각김밥 두개 하늘보리 하나 사서 광화문 광장으로 올라감. 근데 광화문에는 암 것도 없고 경찰들만 가득... 인터넷 검색하며 안국역에 사람들 있다는 소식 접함. 

경찰벽 차벽 피해 골목길 한참 돌아서 안국역 도착. 도착하지마자 본 광경은 물대포 쏘는 장면이었음 헐... 직사로쏘는 물세례에 사람들 허둥지둥 물러나고 나도 한줄기 맞음. 

차벽으로 도로 막히고 경찰들이 사거리 포위. 정면에는 3개의 물대포 포대가 라이트 밝히고 사람들 채증중... 광경만 본다면 움....장관이었음.

 난데없는 기침 무지하게 나옴. 알고보니 최루액 섞인 물대포. 이거 뭐임? 차벽 앞에두고 기침 환자 다수 발생. 눈 따가움 호소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어서 가져간 하늘보리(1500원 상당) 내어줌. 좀 아까웠지만 물달라고 호소 하는데 지나칠 수가 없었음.  

차벽 앞에있는 기자들 한테까지 직사로 물대포 난사하는 광경은 더 신기...기자들은 경찰편 아니었던가?라고 생각했음.  

이후 새벽2시까지 소강상태 유지. 취재나온 기레기들 '이렇게 대치하고 있으면 찍을게 없다. 마이크 잡은 사람 소극적이니 사람들 다 간다' 불만토함. 

시위측은 자유발언 하며 시간때우고 경찰측은 중구경찰서 경비과장이 간헐적으로 해산 방송함. 

1시 반쯤 경찰 높아보이는 양반이 삼엄한 호위 받으며 상황 살피러 시위대 쪽으로 나옴.   대화 시도는 전혀 없고 상황 정찰만 하고 다시 들어감 -진압을 위한 정찰-  

2시까지 자유발언만 하고 세월호보다 노동자 권리확산 쪽에 무게가 실리는 발언이 많이 나와 집에가려고 일어섰음. 나 솔직히 노동 운동은 관심 없음. 세월호 관련 추모시위일 것이라고만 생각 하고 밤에 나간거임. 

2일 02시18분임 인사동 쪽으로 나와서 집에가려는데 경찰 쪽에서 방송 나옴. 곧 체포하겠다함. 올것이 왔음. 길은 반쯤 벗어났지만 도저히 나만 집에 갈 수 없어서 다시 시위대 합류함. 

 구름 같은 경찰이 금방 시위대 포위 했음. 이내 방패 앞세워 밀어내고 유가족 앞세운 시위대는 인간띠 만들어 버팀. 뭐 그래도 밀리는건 어쩔 수 없음.   구경만 하던 나도 인간띠 풀리는 꼴 보고만 있기 힘들어 방패 막는 쪽 합류. 

근데 얼라? 막을 만함. 안 밀릴수 있겠다 생각 듬. 근데 주위는 다름. 밀리는 분이 더 많음. 포위될 것 같아 살짝씩 뒤로 빠짐.   내가 좀 버티자 사람들 내주위로 몰려듬. 

거꾸로 내가 밀기 시작함. 근데 그게 아님. 내 옆에 아저씨 한명이 쓰러져서 그분 구하려 사람들이 몰려든거임 ㅜㅠ 잘못했으면 그 아저씨 깔렸을거임. 

여튼 난 버텼음. 꽤 버텼다 생각함. 전경들과 대화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소용 없는거 뻔해서 말한마디 안하고 버팀. 

 근데 어느순간 물총이 눈에 날아옴. 캡사이신 섞인 그 물총임. 우와 눈을 못뜨겠음. 감고있으면 참을만 한데 뜨면 따가움. 이후 난 장렬히 전사함. 

 아까 최루액 물대포 맞은 애 생각 나서 나도 외침 "물 가지신분 계세요?"졸라 절박 하게 외침. 그보다 경찰에 포위될까봐 무서웠음.   근데 여기저기서 물 줌. 것 도 얼굴에 콸콸 부어 줌. 엄청 고마웠음. 그리고 빠져 있으라 함. 암것도 못할거라며. ㅜㅠ  

뒤로 빠져보니 전세는 끝났음. 경찰 승!!! 차도에서 시위대 다 몰아냄. 시위대는 방송으로 사람들 독려 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난거나 마찬가지. 더 있고 싶었으나 나도 전투력 상실. 

뒤에서 전달되는 물병만 조금 전달해주고 인사동 인도로 후퇴함.  3시30분 처참한 패잔병의 몰골로 종로2가까지 걸어 나왔음. 그시간에도 안국역쪽으로 합류 하려는 사람이 많아 부끄럽긴 했지만. 이미 전의를 잃어서 발길은 돌아가지 않았음. 

결국 편의점서 컵라면 하나로 허기 때우고 4시 할증시간 끝나자마자 택시 타고 귀가함. 찝찝하고 부끄러웠지만 내 용기는 여기까지였음. 

담날 아침 이불에서 캡사이신 냄새 난다고 투덜대는 마눌님에게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했음. 
출처 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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