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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쿠바 (사진 스압 주의)
게시물ID : travel_235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peroV(가입:2013-06-20 방문:327)
추천 : 10
조회수 : 411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7/05/17 15: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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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만에 쿠바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 사이 피델 카스트로가 사망했고, 미국과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졌으며, 미국인들이 쿠바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행자와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쿠바는 아직 그리 변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사업이 조금씩 허가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쿠바인들의 삶 속에서 사회주의를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쿠바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으로 시가와 럼이 있습니다. 럼으로 모히또와 다이끼리 같은 칵테일을 만들 때 사탕수수 농장에서 만들어진 달콤한 설탕이 안 들어갈 수 없겠죠. 시가의 매력적인 향과 설탕의 달콤함의 이면에는 스페인 백인들에 의한 흑인 노예의 착취가 있습니다. 아프리카로부터 노예선에 실려온 후, 드넓은 담배 밭과 사탕수수 밭의 감시탑 아래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렸습니다. 이들이 의지한 것이 사탕수수로 만든 강한 도수의 럼이었습니다. 백인들의 현악기와 아프리카의 타악기가 만난 쿠바음악의 서정적 선율에는 흑인들의 이러한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의 도움으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미국 거대 자본이 그들을 착취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덕분이죠. 1959년을 기점으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백인과 흑인들은 서로 어울려 지내고, 밥을 굶는 사람이 없어졌으며, 집이 없던 사람들은 모두 살만한 집을 얻었습니다. 또한 쿠바인 누구나 교육과 의료의 혜택을 받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쿠바를 다녀온 후 얼마 되지 않아 인도 여행을 했습니다. 자본주의 빈부격차의 정점을 보여주는 인도와 크게 대비되었습니다. 쿠바에는 인도 부자들처럼 돈 많은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대부분의 매우 가난한 인도인들에 비하면 인간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풍경들을 만들어냅니다. 그 중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세금,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그리고 기본 배급을 제외하고 보통 쿠바인들은 한 달에 25 유로를 받습니다. 의사는 45 유로라 합니다. 수입은 일정하고 실업자 될 일 없으니 그리 열심히 일하지 않습니다. 슈퍼에는 상품이 별로 없고 여행자들이 찾는 생수 같은 물건이 없어도 굳이 바로 가져다 놓지 않습니다. 환전소 등 줄 서는 곳에는 항상 긴 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오랜 제재와 동맹인 구소련의 몰락으로 경제는 더 악화되었습니다. 매우 낡은 식민지 시대 건물들과 50-60년대 클래식카들이 굴러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혜택은 매우 소수만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여행자들에게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낭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낭만 이면에는 제한된 인권 또한 있습니다.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불만으로 대규모 망명이 두 번 있었습니다. 지금도 특히 야구선수, 의사와 같은 직종의 사람들은 감시를 받고 여행에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인간의 본성과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25 유로를 버는 동일한 환경 속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고자 쿠바인들은 다양한 노력을 합니다. 관광객 주변이 돈이 몰리는 곳이기에 택시기사, 호텔 종업원들이 부자인 나라가 쿠바입니다.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리조트에서 웨이터를 하는 사람과 학교 선생님을 그만두고 까사(게스트하우스 혹은 민박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농부들은 생산량을, 까사에서는 숙박객 명부를, 유명한 레스토랑과 바에서는 매출액을 조작합니다. 의사들은 일부 환자들을 더 배려한 후 돈과 선물을 받습니다.

       쿠바를 보고 느끼면서 우리나라를 자주 생각해보았습니다. 열심히 일한 대가인 경제적 풍요(쿠바와 비교시)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과연 쿠바 사람들보다 행복할까요? 이렇게 부정적인 모습들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대답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입니다. 주관적인 행복을 지수화하는 것에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2009년 영국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에서 발표한 행복지수에서 쿠바는 7, 한국은 68위를 기록했습니다. 여행 중 때때로 우리는 과연 그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살고 경쟁하면서 살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쿠바는 가난하지만, 쉬어가면서 조금 덜 일하는 나라이고 경쟁 대신에 여유와 열정이 있는 나라였습니다.

       쿠바는 현지인들을 만나기 쉬운 나라입니다. 한 낯의 땡볕에는 거리가 한산하지만 오후 5시경부터 사람들은 집 앞의 골목길로, 공원으로 그리고 바닷가 길로 나옵니다. 가만히 앉아 먼 곳을 응시하는 노인도 볼 수 있고, 가족, 친구, 이웃 그리고 연인들끼리 담소를 나누거나 놀이를 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다 흥겨운 노래 소리를 따라가면 그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아저씨를 보면 저도 모르게 주머니를 뒤지게 됩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놓으니 미소로 인사를 해줍니다. 동양인 여행자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말을 걸기도 합니다. 술을 권하고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러준 할아버지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쿠바가 빨리 변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2008년에 권력을 이어 받은 라울 카스트로는 현재 85세이고 2018년에 은퇴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언젠가는 이 나라에도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즐비한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의 혜택을 받아 쿠바인들의 삶이 윤택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4년 전에 그리고 이번에도 변함 없었던 그들의 여유와 열정은 잃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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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 여행지들은 Havana, Trinidad, Santiago de Cuba, Guardalavac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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