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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과 속초 -3
게시물ID : travel_236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통영
추천 : 2
조회수 : 41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22 15:53:15

나는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후문쪽을 좋아했다. 

오르막을 아주 천천히 올라가 초입에서 입장료를 내고 드디어 경내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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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결제도 가능하다.)


그간 뇌리속에 가장 많이 떠올렸던 곳, 의상대를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능력이 부족하니 졸작이 될 터이나, 그래도 마무리 짓고 싶은 소설의 중요한 축이 되는 낙산사...그리고 의상대.
다음 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 방문객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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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을 새로 칠하는 것...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이해해야 하겠지.. 하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힌 것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다. 늙어가는 대로, 오래된 그대로의 느낌을 살린 단청 채색은 불가능 한 걸까?)

낙산사 의상대에 가면 두 군데를 꼭 봐야 한다.
의상대가 바다를 바라보며 절벽위에 있는 터라 의상대의 시선을 따라 바다를 한 번 보고,
남매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마치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듯 자리 잡은 암자 '홍련암'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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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에서 바라 본 바다. 지나 온 방파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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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에서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 홍련암)

홍련암은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대나무가 솟은 자리에 세운 암자라 한다. 
실제로 홍련암 법당에 들어가면 마루에 동그랗게 유리로 덮어놓은 구멍이 있는데 그곳을 통해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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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퍼런 물이 홍련암 법당 아래로 통한다)

의상대에서도 그러했듯
홍련암에서도 저절로 바다와 의상대를 바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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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 준비가 한창이고,
여러 보살님들이 방문객들에게 가래떡과 생수를 무료로 나눠 드리고 있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가래떡은....떡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도 입가에 미소가 번질 정도로
부드럽고 찰진 별미로 다가왔다. 

홍련암에서 다시 의상대쪽으로 넘어 오면서 서서히 크게 다가오는 의상대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고함과 당당함과 멋이 있다.
8.jpg

그렇게 나의 낙산사의 감회어린 탐방은 끝이 났다. 
물론
보타전, 관음전, 해수관음상, 원통보전(낙산사에는 사찰의 가장 중심이 되는 법당인 '대웅전'대신 '원통보전'이 있다.) 등등을 
빠짐없이 돌아봤지만 마음이 그지없이 우울하고 서글퍼서 굳이 사진과 함께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다. 

2005년 이곳을 덮은 산불.
낙산사의 보물인 그 육중한 '동종'마저 화마에 녹아내릴 정도의 참혹한 불로 낙산사는 사실 의상대와 홍련암을 제외한 모든 것이 
불타버린 뒤 새로 만든, 복원된 건물이라 할 수 있다.
너무나 깔끔하게 복원되었고, 바닥은 매끈하게 도로포장이 되어 있었다. 
그 길 위를 골프장 전동 카트를 몰고 직원들이 볼 일을 보고 있었다. 
오래되어 보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보타전은 너무나 튼튼하게 새로 지어져 있었고, 
모든 법당의 단청은 더이상 화려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볼 수록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기만 했다.
낙산사가 아니라, 공원이 되어 버렸구나...하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돌려 나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또 오랜 시간이 흐르면 이곳은 다시 그 나름의 분위기를 담은 사찰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지 않을까?'하는..

아니
의상대와 홍련암이 여전에 남아 있었으니 낙산사는 어쩌면
'7세기부터 21세기까지를 아우르는 절집'이 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자, 이제 나의 스쿠터 만수와 함께 이곳을 떠날 시간이다. 속초를 가야 한다. 
그곳에서 반갑게 나를 기다리는 벗과 함께 할 술 한잔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밤은 싱싱한 해산물에 소주가 있을 것이다.

(계속)

- 아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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