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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2) / 샌프란시스코로 가다
게시물ID : travel_273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2
조회수 : 53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2/10 12:02:56
샌프란시스코로 가다
 

기다림은 늘 즐겁다. 기다림은 늘 모종의 의미를 담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 즐거움을 위해 한 해를 고스란히 기다렸다. 큰 아이가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 지 한 해가 되었다. 그 동안 녀석은 부모의 도움이 없이도 타국생활을 무난히 잘 해내었다. 그러나 실은 그렇게 잘 해낸 것이 기특하기보다 부모로서 그 잘 해냄에 대해 뭔가를 기여한 것이 없다는 미안함이 컸다, 그래도 부모임을 내세워 학기가 끝나면 미국을 방문하겠노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다 정말 이번에 미국을 한 달 일정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아들 내외의 뻔한 생활비에도 불구하고 부모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무작정 떼를 쓴 것이다. 아들 내외는 그런 못난 부모를 위해 묵묵히 여행 일정을 마련해주었다. 며느리가 관광코스를 마련하고 아들은 그 전 과정을 돌아주기로 했다.
 
아들 내외가 비행기 편을 예약하고 여행코스를 짜고 하는 극성 탓에 우리의 미국 방문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작은 아들은 또 그 나름대로 비행기표 값을 지불하기도 하며 힘을 보탰다. 아들들 잘 둔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아 내심 기분이 매우 좋았다. 하기는 공짜 여행을 한 달씩이나 한다는데 즐거워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우리는 나름대로 아이들의 부담이 부담스러워 얼마간의 돈을 송금하고 또 그만한 돈을 미국화폐로 바꾸어 가지고 가기로 했다. 그 돈이면 소소한 여행 중의 경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내 61. 아들을 찾아가는 날이다. 아들은 미국 중부 지역 덴버에서 살고 있는데 우리를 위해 샌프란시스코까지 마중을 나오겠단다. 그 동안 나는 아들에게 너희 집까지 내가 영어를 배워서 찾아갈 것이라고 수도 없는 장담을 했었으나 책상머리 영어공부가 어디 소용이 있는가? 아들 녀석이 그게 좋겠다고 하기는 했지만 막상 날짜가 되니 자기들 부부가 마중을 나오겠단다. 그냥 오면 혹여 내가 말릴까 싶어 샌프란시스코 관광을 같이 하잔다. 고마운 아들 내외다.
 
아들을 찾아 미국 여행이라니. 그동안 늘 패키지여행만 하다가 우리 두 식구가 처음으로 시작부터 공항에서 티켓을 바꾸고 짐을 붙이고 보안 검색과 미국 입국 인터뷰를 하는 과정을 감당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했다. 아들 녀석이 걱정이 되었는지 인터뷰 자료를 메일로 보내주었다, 그 첫 문장은 우리 부모님은 영어를 못하십니다.”였다. 아들 집 방문을 위해 한 해 동안 나름대로 틈틈이 영어회화 공부를 했는데 영어를 못 하십니다 라니. 내 실력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하는 다소 얄팍한 오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사실 나중에 경험한 일이지만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다 나올 때까지 그들의 영어를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들 집을 찾아간다니 오래전 영화팔도강산이 떠올랐다.
팔도에 흩어져 사는 아들을 찾아 팔도를 유람하는ㅡ사실을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를 소개하는ㅡ 일종의 홍보영화였다. 이제 한 세월 지나니 내가 꼭 그 꼴이 되었다. 그럼 나는 뭘 홍보하지?
그저 본 대로 느낀 대로 적어낼 수 있다면 그것일 수 있겠다 싶다
아들은 우리 부부가 자랑스러워하는 공군대위인데 문득 공부에 대한 열정이 발동하여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학업에 정진 중이다. 사실 학부 시절에는 그리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안다. 우리 식구는 나를 비롯해서 여러 과목에서는 두각을 잘 나타내지 못하지만 전공으로 들어가면 자신이 있다는 것을. 역시 아들 녀석도 그랬다. 이번 학기에는 수강과목 모두 A를 받았으니 제몫은 다 한 듯하다. 함께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이 인도, 중국 등지에서 온 우수한 인재가 가득한 가운데 그런 성적을 냈다니 부모로서 고마운 일임이 분명하다.
아들 내외가 우리를 위해 모든 출입국 절차에 대해 세세하게 자료를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몸만 움직이면 되었다.
 

오후 늦은 시간에 우리 부부는 집을 나섰다
미리 예약해 둔 공항 행 차량은 아둔한 기사로 인해 우리 집을 찾지 못했다. 전화로 아무리 위치를 알려주어도 기사는 다른 곳을 헤매었다.
더 이상 집안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기사와 다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일단 집밖으로 나서 콜을 무시하고 길을 오가는 택시를 잡기로 했다
마침 아파트 앞 큰길을 나서자 빈 택시가 한대 보였고 그 택시 기사와 흥정 끝에 3만원에 가기로 했다. 길도 찾지 못하는 콜택시 기사에게 주기로 한 요금은 4만 원이었다.
결국 만원을 절약한 셈이니 오히려 잘 된 일이라 여겼다. 그 덕분에 화를 잘 절제하지 못하는 마누라의 얼굴이 다소 누그러졌다.
처음 가보는 공항 제2터미널은 그리 크지 않았으며, 한적한 느낌마저 들어 마치 동남아 국가에서 보던 여느 국가의 공항 같았다.
지금까지 해외여행은 모두가 패키지여행이었던 탓에 우리가 할일은 약속된 시간 안에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전부였다. 오늘은 아들 내외가 미리 예약을 해두기는 했어도 출국 수속을 모두 혼자 해야 했으므로 이리저리 살피며 절차를 밞느라 다소 긴장이 되기도 했고 분주함도 있었다. 그러니 모든 게 긴장되고 조심스러울 밖에ㅡ
 
마누라는 내가 조금만 실수를 하면 눈꼬리를 치켜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니 조심스럽다는 말도 다소간의 겸손이 개입한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모두 즐거운 일로 느껴졌다. 출국 수속 중에 집사람은 보안검사를 받아야한단다. 혹시 우리가 목소리를 높일까 염려한 탓인지 보안검사는 무작위로 하는 거란다. 결국 출국장으로 향하는 동안 집사람은 세밀한 보안검색으로 그야말로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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