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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6) /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석양을 바라보다
게시물ID : travel_273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2
조회수 : 68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02/16 17: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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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석양을 바라보다
 

다음으로 찾은 곳이 금문교였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골든게이트 해협을 가로질러 샌프란시스코와 북쪽 맞은편의 마린카운티를 연결하는 아름다운 주홍빛 다리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수교 중의 하나란다.
금문교는 온통 붉은 주황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금문교라면 이름에 걸맞게 황금빛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순전히 내 생각일 뿐이다. 왜 금문교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석양에 다리가 금빛으로 물들어서 그럴까?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한국적 이름에 빗댄 해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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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 즉 골든게이트(Golden Gate)라는 명칭은 골드러시 시대에 샌프란시스코 만을 부르던 이름이라고 한다. 서부 영화에서 보던 금을 찾아 서부로 서부로 떠나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들의 이야기가 이곳 어딘 가에도 있을 것 같다.
다리가 놓인 곳은 만의 입구쯤인데 자연히 태평양 물이 드나드는 곳이라 물살이 셀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해협을 건너려면 패리를 이용하거나 샌프란시스코 만을 빙 둘러서 가야했다. 골든게이트 즉 샌프란시스코 만을 돌아간다는 것은 여간 힘든 여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의 교통수단은 주로 말과 마차였는데 가는 도중에 갱단이며 인디언들의 습격을 이겨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결코 만만찮은 일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해협을 가로질러 패리, 즉 여객선 따위로 건너는 것인데 이 역시 사나운 물살로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의 배라야 범선이거나 형편없는 출력의 증기선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결국 금을 찾아온 사람들은 해협에 다리를 놓고 싶어 했으나 상상을 초월하는 물살로 그저 계획으로만 머물러 있었다. 다리가 절실했으나 다리를 놓을 수 없는 역설에 사람들은 좌절했다. 그러나 인간의 힘은 위대하다. 하고자 하면 누군가가 마침내 통념을 깨뜨리고 끝내 이루고야 만다. 그게 지금까지의 인간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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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교 또한 마찬가지였다.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 불리던 다리의 건설이 실현된 것이다. 여기에는 설계자인 조셉 B.스트라우스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한다. 그는 수차례에 걸쳐 설계를 수정했으며 계획에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했다. 계획에 반대하는 이들은 정말 다리가 건설될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집단이었을 것이다. 패리선 사업자들이 가장 극열했을 것이고, 이들과 정치자금이 얽혀있는 보수파 사람들이 또한 그러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공학 전문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설득은 집요했고, 마침내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1931년에 35백만 달러의 채권이 승인되었다. 그리고 1933년에 착공하여 19375월에 개통하였다.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리는 년 만에 완성되었다. 금문교의 건설은 1996년 미국토목학회(ASCE)가 선정한 현대 토목건축물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스트라우스는 금문교가 공식적으로 개통된 바로 다음 해에 사망했으며, 지금은 다리 근처에 건설 초기에 그가 맡았던 중요한 역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동상으로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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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교는 완공된 이후 미국의 힘과 진보를 상징하는 존재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전 세계 현수교 설계의 본보기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가장 자주 사진 촬영되는 다리 중 하나이며, 미국에서도 가장 웅장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 중 하나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단다.
철교는 다소 둔탁해 보였고 미적인 감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을 것 같은데도 미학적인 면에서는 비길 데 없을 정도라고 한다. 특히 오렌지 빛 주홍색이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 준다는 설명을 보고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내 생각에는 우리나라의 서해대교나 인천대교에 비하면, 아니 그 숱한 한강의 다리들에 비교해도 금문교는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어 보였다. 주홍색 다리는 주변의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안개가 낀 날에도 선박에서 눈에 잘 띄도록 하는 이중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 문제는 선박이었다. 강원도 바닷가 해파랑길을 걸을 때 수많은 어항에서 본 등대는 배가 항구로 드나드는 어귀에 양쪽으로 두 개가 있었는데 한쪽이 흰색이었고, 반대쪽은 붉은 색이었다.
다리 안쪽으로는 마치 인천의 내항과 같이 대서양의 물이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고 돌아서는 곳이다. 그 한 가운데 조그마한 섬이 하나 외롭게 떠 있었다. 멀리서도 그곳에 상당한 규모의 건물이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 건물이 과거 한때 유명한 교도소였단다. 섬 주변의 물살이 세기 때문에 그곳에 갇히면 형량을 모두 채우기 전에는 탈출이 불가능해보였다. 섬 주변은 상어 떼까지 자주 출몰한다니 더욱 그렇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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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바다 한쪽으로는 강태공들이 여럿 모여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동서를 막론하고 옛날의 강태공들은 풍류를 아는 이들이거나 세월을 낚는 이들이었는데 오늘날의 강태공들은 그저 게으른 자들의 시간 때우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금문교위로 하루를 달려온 태양이 쉴 곳을 찾는 중이었다. 태양을 배경으로 찍은 금문교 사진은 칼라로 찍은 것이어도 저절로 역광 덕분에 멋진 흑백으로 나타났다. 태양이 기울어지자 다리 아래로 여름답지 않은 바람이 불어댔다. 바람은 계절의 경계를 무참히 허물어버렸다.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분명 6월이면 여름인데 이곳 금문교 다리 주변에서는 해가 지자 여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의 여름과 한국의 여름은 다른 모양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한 낮에도 그늘 아래로 들어가면 서늘함을 느끼기도 했다. 여름철이면 느끼는 후덥함 같은 것은 없었다.
한참을 돌아다녔더니 모두들 요기를 느끼는 모양으로 저녁 식사를 할 곳으로 향했다. 식사할 곳은 이 도시에서 아주 오랜 곳으로 식당 역사가 무려 110년 정도가 되는 곳이었다. 우연히 아들 내외가 들렀던 곳인데 역사에 반하고 맛에 반해 일단 한번 오고 나면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은 곳이라 했다. 주도면밀한 아들 내외 덕분에 우리 내외는 패키지여행과 다름없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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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시내 가장 번화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3층 규모였다.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제때 식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소문이 난 곳이라고 했다. 우리는 다소 늦은 저녁 식사인 탓에 예약을 하지 않고도 용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쇠고기, 해산물 등을 주재료로 한 몇 가지 요리를 주문했는데 맛이 상당했다. 거기에 수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니 가히 저녁 식사로는 일품이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요리는 홍합 요리였다. 겨울철 포장마차에 이르면 홍합은 늘 펄펄 끓는 진한 육수 속에 가득했다. 인심 좋은 주인은 소주 한 잔이면 손 크게 홍합을 진한 육수에 수북이 담아냈다. 그 흔한 홍합이 여기서는 버젓이 멋진 요리로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맛이 또한 일품이었다. 그런 탓일까? 식당 안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그 한 쪽에서 멋지게 재즈 연주를 하는 흑인이 음식 맛을 더해주고 있었다. 가히 최고의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세심한 것에까지 온갖 신경을 써준 아들 내외가 참으로 고마웠다.
저녁 식사 후 주변 작은 공원을 산책 겸 둘러보았다. 내일 다시 자세히 보기로 하고 잠깐 들러본 공원의 한쪽에서는 스코틀랜드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불던 백파이프 소리가 은밀하게 들려왔다. 그 뒤로 아마도 공원의 상징물인 듯한 붉은 하트 상이 저녁 불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미국을 방문한 첫날은 무척 흥미로웠다. 내일 어디서 무엇을 또 보게 될 것인지 기대가 크다. 아들 내외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하루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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