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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8) / 샌프란시스코 둘째 날, 아점을 먹다
게시물ID : travel_273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6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2/20 12: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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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샌프란시스코 둘째 날, 아점을 먹다
 

10시 경에 민박집을 나서서 시내의 유명한 맛 집으로 향했다.
<마마스>라는 브런치가 유명한 집이란다. 11시간 채 안 된 시간에 도착한 그 맛 집은 이미 음식점 바깥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세상에 아침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에 한 끼를 먹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다니. 이 사람들은 아침보다는 점심에 슬쩍 걸쳐서 먹기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침나절에 음식점 앞에 긴 줄이 있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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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직원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기다리는 대략의 시간을 알려주었다. 그의 말은 우리가 줄은 선 위치는 대략 1시간 30분 정도가 되어야 식탁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이건 아니다 싶어 하는 수 없이 줄 서기를 포기했다. 하루 관광을 줄서기로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음식점으로 갔다. 별로 크지 않은 곳이었는데 우리는 좁은 식당 안 대신에 식당 앞 간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오가는 이들을 보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맑은 공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은 제법 쌀쌀해서 우리나라의 늦가을 같더니만 지금은 5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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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이런저런 음식들을 여럿 주문하고 느긋하게 식사를 했더니 그래도 먹는 동안에는 현지인이 따로 없었다. 늘 패키지여행에서는 보채듯이 먹어야 했고 정해진 시간에 버스에 올라야 하고 그리고 또 다른 관광지를 찾아가야 하고 설명을 들어야 하고, 길을 잃지 않도록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에 식사를 천천히 하는 사람들은 식사 시간에 늘 허둥대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런 모든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다.
그저 가고 싶을 때 가고 쉬고 싶을 때 쉬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잠시 배를 달랠 겸 주변의 작은 공원으로 갔다. 우리나라에도 흔히 있을 법한 동내 한 쪽의 그야말로 쉼터 같은 곳이었는데 제법 정비를 잘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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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는데 그저 10여 분이면 충분한 그런 정도로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공원의 한쪽에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분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고 그 앞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피켓을 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선거운동 중이었다. 그들이 돕고 있는 후보는 한국 사람이었다. 김재연이라는 여성이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지역 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현재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며, 당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분석이었다.
멋진 승전보를 전해 들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공원 한가운데는 다섯 그루의 제법 키가 큰 미루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탑이 하나 있었는데 100년 후 후손들이 이곳의 오늘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묻어둔 타임캡슐 탑이었다. 1975년에 묻었고 2075년에 개봉을 한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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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들어있을까?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동네 또는 지역을 상징하는 것일까? 그들은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가르쳐 주려고 했을까?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타임캡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학교마다 타임캡슐을 교내 정원 한쪽에 묻는 일이 흔히 있었다. 후손이 기억할 역사는 거기까지인 모양이었다. 그 이후로는 타임캡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늘 무엇이든 남이 하는 것 중 좋은 것이 있으면 금방 흉내를 낸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그 이후라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자고 나면 또 다른 것에 눈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가벼운 사람들이고 민족이다. 이를 일컬어 냄비 근성이라고 했던가? 이곳은 모두가 정중동이다. 편안하고 느린 움직임이어도 자기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모두 하는 모양이었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천천히 해도 자기가 할 일을 할 수 있다면 굳이 부산을 떨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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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도 감격하고 오래 기억하려 한다. 그래서 기념품 상점이 호황이라고 한단다. 우리는 적어도 내가 있는 동안 가문의 영광을 기필코 만들고 말리라는 참으로 소시민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일화천금을 꿈꾸고 무엇이든 남보다 많이 가져야 하고 빨리 움직여야 한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야 속이 후련하고 무엇인가 한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해놓고 보면 그걸 어디에 쓰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남이 하니까 남보다 열심히 그 일에 열중했다. 그저 그뿐이다. 예전에 공무원을 할 때의 일이다. 3~4년에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감사가 나왔는데 그야말로 3~4년은 가만히 있다가 감사가 나오는 해는 그것도 두어 달 남겨두고 난리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야근을 해가면서 그 동안의 장부들을 뒤져 혹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찾는다. 그리고 그 잘못된 부분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고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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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감사를 받는다. 당연히 별 탈이 없을 수밖에. 그렇게 밤샘을 하며 고쳐 놓았으니. 그런데 감사가 끝나고 나면 다음에는 다시 이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감사가 끝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다음 감사는 또 그때 가서 밤샘 작업으로 수정을 하면 된다. 그런데 감사에 지적을 당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정을 한 자료는 이미 아무런 쓸모도 없는 지난 일이다. 그걸 고쳐봐야 업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이 된다면 그게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 우리들에게 타임캡슐은 어떤 의미일까? 결국 우리에게 타임캡슐은 아주 먼 옛날이야기나 다름없다. 아무도 지난날을 추억하지 않는다. 지난날은 내 어두운 과거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일처리가 서툴고, 하는 행동이 서툴고, 결과가 서툴다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탓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미래에 대한 비전은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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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농축이 현재라면 미래는 현재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들의 이런 서툰 일로 아이들의 꿈이 사라져버리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공원의 한쪽에는 멋진 성당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성 베드로와 바울 성당>이라는 이름의 성당이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성당이었는데 몇 몇 사람이 예배를 드리고 나오고 있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 보았던 성당과는 비교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왠지 정감이 가는 그런 성당이었다.
성당 창에는 스테인드 그라스로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강렬한 햇살이 화려한 문양을 통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신비감을 자아내었다. 성당을 뒤로 하고 우리는 언덕 위에 높직이 서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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