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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13) / pier 39와 바다사자
게시물ID : travel_273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1
조회수 : 5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04 1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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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pier 39와 바다사자
 
별별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지나 인파에 휩쓸리며 가다보니 39번 부두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부두 한쪽에 특별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 발 아래 바다로 모두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바다사자가 그곳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지내는 곳이란다. 부두 끝으로 가자 바다에 너른 평상이 보였고, 그 평상 위에는 게을러 보이는 바다사자들이 무리를 지어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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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에서만 보던 바다사자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떼를 지어 있는 것을 보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바다사자는 등치도 제법 커서 웬만한 녀석들은 황소만 해 보일 지경이었다. 성체가 된 바다사자는 느긋하게 햇살을 즐기고 젊은 녀석들은 사냥 연습인지 저희들끼리 몸을 부딪치며 평상에서 서로를 밀어내기하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 식으로 하면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하고 응원이라도 해야 할 것은 분위기이나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조용히 바다사자를 감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혹시라도 큰 소리를 치면 바다사자가 놀랄까 염려하는 듯 했다. 얼마 후 바다에서 유람선 한 척이 접근해 왔는데 조금 멀기는 했지만 유람선에 탄 얼굴 윤곽을 보니 아마도 동양 사람들로 보였다. 바다사자를 보자 얼마 전 보도를 통해 본 백령도 연안의 물범이 떠올랐다. 바다 위로 봉긋 솟아오른 작은 바위 위에 서로 먼저 올라가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물범들이 서로 다투고 있었고, 나이 어린 녀석들은 아예 햇살을 포기하고 주변에서 물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곳에도 이곳 샌프란시스코처럼 평상 같은 것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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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바다사자 서식지를 잘 보존하고 있으면서도 그곳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건 모두의 자원이라고 보는 듯 했다. 아마도 러시안 힐을 오르는 동안에도 먹거리나 기념품을 파는 곳을 보지 못한 것도 같은 의미일 것이라 생각했다. 참으로 대국다운 대범함이라고 할까? 오스트리아의 할슈타드 같은 곳의 멋진 호수를 볼 때도 같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 건 우리나라만 유별난가 싶을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산세가 좋은 곳은 어디 할 것 없이 입산료를 받는다. 어떤 곳은 그 산 속에 사찰이 있어 사찰 입장료를 덧붙여 받는 곳도 있는 지경이다.
바다사자를 구경하고 38번 부두로 다시 돌아 나와 그 앞으로 이어진 쇼핑센터로 들어섰다. 풍물거리 같기도 하고, 유원지 같기도 하고 먹거리 골목 같기도 한 천의 얼굴을 가진 상가들이 빼곡하게 이어져 있었다. <피어 39>란 바로 이 건물을 이르는 것이다 건물은 2층으로 길게 지어져 있는데 형태는 우리나라의 인사동처럼 서로 이어져 있었고 그 규모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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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는 지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화가도 있었는데 한 사람을 그리는데 불과 10여 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았다. 그 화가들 가운데는 풍경을 그려주는 사람도 눈에 띠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스프레이로 그림을 쓱싹 그리는데 신기하게도 그림은 매우 정교했다. 스프레이가 주는 투박함은 어디 한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그림만 보면 스프레이로 그렸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또 다른 곳에서는 한 화가가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림의 대부분은 엽서 보다 조금 큰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손톱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손톱을 길게 길렀는데 그 손톱을 연필처럼 끝을 잘 다듬었다. 그곳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은 매우 정교했고 또한 화려했다.
언젠가 중국 여행길에 거의 기예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본 적은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니 세상에는 기인들로 넘쳐다는 모양이었다. 나는 무슨 기예가 있지? 그저 남 잘 하는 것 쳐다보는 얼빠진 것, 그것이 나의 기예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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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친 다리도 쉬고 간단히 요기도 할 겸해서 다음으로 찾은 곳은 <보딘> 이라는 빵집이었다. 100년이 넘게 빵집을 운영하는데 매우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주변에 이르자 구수한 빵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2층 초입에는 빵 집을 상징하는 멋진 박물관이 있었다. 박물관에서는 유리창너머로 1층에서 빵을 만드는 공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인천 북성동의 공화춘 자장면 박물관이 떠올랐다. 박물관은 역사일 뿐만 아니라 장인의 자부심이다.
빵에 맥주를 곁들이니 허기도 달래고 맥주 맛도 보고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다만 낮술이라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리도 좋은 날인걸-
아들 내외는 우리들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 했다. 그야말로 자식들 덕분에 호강 한번 제대로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으니 술맛이 절로 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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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지고 맥주로 기분이 좋아진 탓에 부둣가를 되돌아오는 길이 마냥 즐거웠다. 마침 길에서 신명나게 연주를 하는 흑인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의 신명난 연주며 노래 솜씨 탓에 그 주변에는 다른 곳과 달리 사람들이 켜켜이 둘러서 있었다. 간간히 작은 지폐로 노래 선물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들 녀석이 슬그머니 1달러 지폐를 손에 쥐어준다. 나도 흑인 연주자에게 다가가 지폐 한 장을 팁 통에 넣고 그를 향해 엄지 척을 해주었다. 그도 역시 내게 엄지를 내밀어 보였다. 기분이 다시 두 배로 업 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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