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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15) / 쉿! 그레이스 대성당
게시물ID : travel_273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1
조회수 : 5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13 01: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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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레이스 대성당
 

샌프란시스코 셋째 날.
아침에 눈을 뜨니 다소 몸이 무겁다. 세월의 무게인 모양이다. 게으름을 피우며 침대에서 뒹굴다보니 그야말로 해가 중천이다. 다소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했다.
우리 숙소는 오클랜드이므로 매일 샌프란시스코로 대교를 건너 출퇴근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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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번째로 간 곳은 그레이스 대성당이었다. 다시 어제 되돌아오던 대교를 건너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서자 곧바로 그레이스 대성당으로 향했다,
자료에 의하면 골드러시가 시작된 1849년에 최초로 건축된 그레이스 대성당은 지금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로 노브 힐 정상에 우뚝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인한 화재로 전소되었고 1928년이 되어서야 재건축에 돌입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볼만한 성당 중에 한곳으로 노브 힐을 여행코스로 넣은 여행자에게는 필수적인 코스라고 한단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마침 일요일이라 우리가 도착한 시각에는 너무도 장중하게 미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 탓에 대성당 내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수고는 필요가 없게 되었다. 성당 내부는 유럽의 대성당들에 비해서는 정교함이나 웅장함이 떨어지는 듯 해보였으나 그래도 아쉬움이 컸다. 거긴 거기고 여긴 여기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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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에 부딪혀 드러나는 영롱함은 성당만이 갖는 신비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창은 보석처럼 빛나기도 했고, 어떤 곳은 산골짜기 깊은 곳으로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투명한 물방울 같기도 했다. 그러다 또 어떻게 보면 밤 하늘의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그런 신비함이 바로 종교가 갖은 위대한 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미사 중이라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눈 호사를 할 수도 없어 예배당 뒤쪽에 서서 우두커니 미사 집전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치를 보아가며 벽면과 스테인드글라스를 중심으로 몇 장면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그러다 결국 미사를 관리하시는 분으로부터 눈총을 받고야 말았다. 그 분의 표정으로 보면 미사 중 종종 나 같은 무례한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 지금은 예배 중.
미안한 생각에 서둘러 바깥으로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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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대성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볼만한 성당 중에 한곳이라는데 서둘러 본 탓에 별다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하주차장 주차 요금이 생각보다 비싸 아까운 생각만 가득했다. 성당 앞길에는 성당을 둘러싸고 승용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었으나 주차장에는 듬성듬성 빈자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성당 주변 갓길에 주차된 차량은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신에게 구원을 받기를 원하는 그들이 현세에서는 주차요금에 대한 구원의 손길을 땅바닥에 벌리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현실 세계는 어디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자비를 말하다가도 내 주머니를 살피게 디고, 사랑을 말하다가도 집착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 삶일 것이다.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않은 이상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거기서 거기일 듯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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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그가 나고 자란 사회의 문화적 풍토에 의해 다소 삶의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문화적 우월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내가 향유한 문화가 더 고급하다는 말은 너무 경솔해 보인다. 사실 문화적 우월성이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서로 다름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들에 대한 우열은 객관적 잣대가 없으므로 가릴 수 없는 것이다.
대성당이 위치한 곳이 노브 힐이라고 하고 노브 힐로 올라오는 케이블카가 노브 힐이 보여주는 명장면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대성당 앞 더 스칼렛 헌팅턴 호텔에서 보는 전경도 일품이라고 한다. 그저 주변을 둘러보다 호텔을 흘낏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더구나 케이블카에서 보는 명장면은 안중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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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런 점이 자유여행의 맹점인 모양이다. 우리는 그런 전경은 짐작하지 못했다. 자동차로 그저 오르락내리락 하였으므로 그저 편리함만 만끽 했을 뿐 멋진 풍경을 놓친 것은 못내 아쉬웠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하지 않으면 자유 여행은 별의미가 없음을 새삼 느꼈다. 어제 본 그 패키지 여행팀은 우리가 보지 못한 멋진 풍경들을 모두 보았을까? 성당 주변을 사진으로 몇 장 담고는 그곳에 대한 궁금증과 미련을 떨쳐버리고 다음 목적지인 돌로레스 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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