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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19) / 요세미티 국립공원 가는 길(2)
게시물ID : travel_273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5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24 20: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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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국립공원 가는 길(2)
 

아들이 주유를 하면서 한 마디 한다. 이곳의 모든 주유소는 셀프라는 것과 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는 휘발유 차란다. 셀프 주유소야 우리나라에도 있고 나도 자주 이용하는 탓에 전 주유소가 그렇다고 해도 별로 낯설지 않았으나 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량이 휘발유 차량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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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차량들의 상당수는 영업용이든 자가용이든 경유 차량이다. 기름 값도 다소 저렴하고 승차감도 휘발유 차량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경유 차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대부분의 경유차는 휘발유 차량에 비해 강한 모습들이기도 하다. 광고는 그런 이미지를 부추긴다. 그러니 경유차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경유 차량이 환경오렴의 주범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는 겨우 내놓은 정책이라는 것이 오래된 경유 차량의 도심 통행금지 같은 것들이다.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면 차량을 판매하지 말 일이지 싼값에 경유를 제공하면서 환경오염을 심하게 유발한다고 통행제한을 하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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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회에서 생활하다보니 경유 차량 운행과 같은 개인의 선택의 자유와 환경오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곳 미국에서는 해결 방법이 극히 간단했다. 경유차를 운행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운행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 당연히 구매가자 없을 것이고, 판매는 불가능하다. 환경오염원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공익보다는 사익이 우선되는 우리나라로서는 감히 엄두를 못 낼 일을 여기서는 참으로 간단명료하게 한다. 공익의 힘은 크고 강하다. 그로 인해 유지되는 사회는 효율성 면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것 같다.
휘발유를 넣은 후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한잔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오전 열시인데 아직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았다. 대체로 아점을 즐기는 이곳 식당들은 열 한 시경에 문을 여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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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는 수 없이 조금 더 가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다음 마을에 이르러 우리는 멕시코 음식점을 찾았다. 멕시코 음식이 의외로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고 아들은 내게 한번 먹어볼 것을 권한다. 하기야 이런 외딴 곳에서 입에 맞는 음식을 찾는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다행히 나는 음식을 별로 가리지 않는 편이기도 하거니와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제법 있다. 지금까지 해외여행을 하는 동안 음식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혹시 하는 마음에 가져간 컵라면이며 햇반 같은 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였다.
음식점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식당이라기보다 무슨 스포츠중계소 같아 다소 어리둥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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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점 내부는 사방 벽면에 50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가 빼곡했다. 모니터에는 서로 다른 스포츠중계가 방영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중계 모니터 아래 앉아서 음식을 먹거나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며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녁이면 동네사람들이 모여 각자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보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며 즐긴다고 한다. 시골 지역이라 모두가 농지를 중심으로 떨어져 살다보니 이런 음식점이 우리의 옛날 사랑방 같은 구실을 하는 모양이었다.
멕시코 음식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또띠야>라고 하는 밀가루 전병 같은 것에 각자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속 음식을 그곳에 올려 둘둘 말아 한입씩 잘라먹는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만두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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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만두가 미리 속을 채워 넣은 레디메이드 만두라면 멕시코의 또띠야는 각자 기호에 맞춘 맞춤형 즉석 만두인 셈이다. 어릴 적 어머니는 쌀이 떨어질 즈음이면 주로 칼국수를 자주해 주셨다. 요즈음처럼 칼국수 재료를 사서 끓이는 것이 아니라 칼국수를 직접 집에서 만들었다. 잘 반죽된 밀가루를 상다리를 접은 넓은 상위에 올려놓고 홍두깨를 굴려가며 얇게 폈다. 충분히 얇아졌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다시 겹겹이 접어서 칼질하기 좋게 하고는 잘게 썰었다. 그러면 아주 가는 면이 보기 좋게 만들어졌다. 그때 제일 처음과 마지막은 꼬투리로 남는데 그것을 화톳불에 구워 먹으면 아주 맛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칼국수를 만들면 나는 턱을 괴고 앉아서 꼬투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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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꼬투리에 김치 같은 것들 돌돌 말아 먹으면 그 맛이 꿀맛이었다. 또띠야에 이런저런 음식을 올려놓다보니 문득 어린 날이 생각났다. 아마도 그래서 멕시코 음식이 더욱 맛있던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식사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오자 한낮의 햇살은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세워둔 자동차는 문을 열자 내부에서 뜨거워진 공기가 왈칵 달려들었다. 잠시 환기를 시키고 우리는 다시 요세미티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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