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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21) / 요세미티 국립공원 면사포 폭포
게시물ID : travel_274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2
조회수 : 6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4/01 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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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요세미티 국립공원 면사포 폭포
 

그곳부터는 길이 계곡 아래로 나 있었다. 산허리를 굽이돌아 아래로 내려오니 멀지 않은 곳에서 폭포가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면사포 폭포란다. 마치 떨어져 내리는 폭포가 신부의 면사포가 바람에 흩날리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가까이서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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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들어서니 차량들이 가득했다. 주차장을 두어 바퀴 돈 후 겨우 주차할 곳을 찾았다. 차를 세우고 내리자 먼저 화장실을 찾았다. 내 경우 어디든 관광지에 내리면 제일 먼저 화장실을 찾는 것이 여행수칙인 듯 몸에 배었다. 실제로 패키지여행을 하면 가이드가 차를 내리기 전에 제일 먼저 일러주는 것 중의 하나가 화장실이기도 했다. 화장실 앞에 남녀가 한데 어울려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우리의 경우 어딜 가나 남녀칠세부동석이라 남녀 화장실이 따로 있는데 이곳은 그게 아니었다. 남녀가 공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길게 늘어선 줄도 남녀가 뒤섞여 있는 것이었다.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 여자 화장실 앞은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으나 남자 화장실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여자들 입장에서 보면 조금 화가 날 법도 한 일이다. 그래서 여자화장실을 더 늘려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고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 같은 곳은 그렇게 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화장실을 늘리기보다 남녀가 함께 사용함으로써 여자들의 긴 줄서기에 대한 불평을 잠재웠다. 그리고 이러한 화장실 사용은 차별을 멀게 한다. 차별이 없으므로 시비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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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돌아와 들어가 본 화장실은 공간이 굉장히 넓었다. 왜 그렇게 넓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 넓이면 화장실을 두 칸으로 늘려도 충분할 듯싶었다. 청결 수준은 우리의 시골 공중화장실보다 못한 것 같아서 이쯤에서 화장실 이야기를 줄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안 일인데 화장실 내부가 필요 이상으로 넓은 것은 장애인들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장애인이 불편함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란다. 우리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 기준이 엄격한데도 아직도 장애인들의 시설물 사용은 불편하기 그지없다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그런 우리의 시각은 인도적이라기보다 장애인은 도와야 한다는 선입견이 작용한 탓이다. 우리는 장애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측은지심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에 까지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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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미국 사회는 그런 점에서 장애인도 일반인들과 동등하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 같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시설은 차별의 영역에 속할 수도 있다. 장애인들도 우리와 뭐든 똑같이 할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는 사실이 야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장애인들에게 훨씬 자랑스럽게 삶을 개척해 나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장애는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다. 그런데 그 불편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이제 더 이상 장애는 아니다. 그러므로 그가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면 된다. 측은지심은 동정적이며 그런 점에서 오히려 장애를 가진 사람을 더욱 장애의 굴레를 벗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폭포는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폭포 아래로 다가가니 폭포에서 흩어진 작은 물방울들이 마치 분무기로 뿜어대는 것처럼 쏟아져 내렸다. 작은 물방울들은 후덥한 날씨를 무색하게 했고 그 아래서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폭포는 높이가 상당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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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로 쉴 새 없이 계곡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고 그때마다 폭포는 하늘거리는 면사포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람들은 그 아래서 가는 물방울을 맞으며 사진을 찍었고 더위를 달랬다. 몇몇 사람은 폭포 바로 아래까지 가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호기심은 나이와 상관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도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스레 밟고 지나 폭포 아래로 올라갔다. 시원한 물줄기에서 흩어지는 냉기가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더운 날 냉장고문을 열 때 느끼는 그 시원함 같은 것과 비슷했다. 폭포 아래서 올려다보는 폭포는 다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는 우렁차고도 사나운 소리로 울부짖는 듯 했고, 물줄기는 하얗게 거품을 만들며 물방울들을 사방으로 튕겨내었다. 폭포의 우렁찬 소리는 엄청나서 옆 사람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폭포 소리는 우렁찼고 기세는 등등했다. 나는 그 거대한 자연의 힘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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