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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28) / 캘리포니아 1번국도, 파이퍼 비치
게시물ID : travel_274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5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05 0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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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1번국도, 파이퍼 비치
    
그곳에서 얼마간 해안 풍광에 넋을 잃고 있다가 다시 차에 올라 해안 길을 달렸다. 이번에 간 곳은 일몰이 일품이라는 곳이었다.
파이퍼 비치ㅡ
내가 워낙 일몰 풍경을 좋아하니 일부러 그리로 일정을 잡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고속도로가 휑하니 뚫려 있는 바람에 너무 이른 시각에 그곳에 도착을 했다. 그 바람에 해는 아직도 중천이었다
어쩌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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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왔으니 주변이라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그곳의 바닷바람은 사나웠다. 마치 주변의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릴 듯한 바람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곳의 일몰이 유명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하기는 해가 아직도 중천이니 자연의 섭리를 어찌 알 수 있으랴. 거센 바닷바람을 뚫고 백사장을 조금 걷다보니 비로소 그 작은 해안의 진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 쪽에 줄을 지어 선 기암 사이로 중간쯤이 뻥 뚫려 있었다. 그 사이로 너른 바다가 내다보였다. 해는 그 위에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해가 일몰 시간이 되면 마침내 그 기암 사이로 뚫린 그 구명 저편으로 내려앉는단다. 물론 보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기암 사이의 구멍과 태양의 위치를 가늠해야하겠지만 말이다. 생각만 해도 한 폭의 그림 같다. 언젠가 인천대교 옆을 지나다 해가 대교 위에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온통 하늘은 붉었고, 대교는 해를 뒤로 받아 실루엣으로 서 있었다. 자동차를 갓길에 세우고 한참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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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기암이 만들어 놓은 원형 안에 잠깐 머물다가 이내 바다로 내려앉을 것이다. 태양이 원형 안에 머무는 시간은 불과 얼마 안 될 터인데도 사람들은 그 찰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신비한 광경을 보기 위해 그곳을 찾는 것이다. 맑은 날이 아니면 그런 장엄한 광경을 보기 힘들 것인데도 사람들은 너도나도 사진기를 들고 그 좁은 해안으로 몰려든단다. 마침 그곳이 사유지인지라 입장료를 받는데 차량 한 대당 10달러. 거저 돈을 버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해가 아직도 머리 위에 있어 기암으로 이루어진 동굴은 텅 비었다. 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워 한참 동안 동굴을 통해 바다를 내다보며 일몰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뿐이었다.
강한 바람은 주변의 가는 모래를 사정없이 흩뿌렸다. 대부분의 바람은 산위로 길을 잡고 떠났으나 게으른 바람은 여전히 바닷가에 남아 여행객을 괴롭히고 있었다. 모래는 입이며 목덜미며 전신으로 기어들었다. 그런 바람 속에서도 이런 멋진 풍경을 보니 지금 여행을 하는 중임에도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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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은 일차 선을 조금 넘을 듯 했다. 그래도 오가는 차량은 언성을 높이는 법이 없이 서로 기다려주며 교대로 오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이라는 나라는 철저하게 공익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자기 책임이고 그를 통해 벌어지는 불상사도 모두 개인 몫이었다. 도로의 차량은 신호가 없어도 하나같이 사거리에서는 멈추어서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람이 지나길 기다렸다. 교통방해나 사고로 인해 도로가 막혀도 그저 말없이 기다렸다. 우리는 사익과 공익의 갈등으로 몸서리를 치는데 이곳은 철저히 공익 우선이었다. 그러므로 사익을 입에 담을 일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일로 두 사람이 서로 부딪히기라도 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과를 했다. 도로는 갓길에 모두 차를 주차할 수 있는데 그것도 그저 아무 곳에나 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와 차도의 경계석에 주차를 할 수 있는 표시가 있는 곳의 정해진 자리에서만 주차를 했다. 우리처럼 얌체 같은 주차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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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한인마트를 들렀다. 저녁 요기 거리를 사며 물과 맥주를 찾았는데 술은 어디에도 없었다. 술은 인근에 별도의 술만 따로 취급하는 마트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술 판매가 금지되고 있단다. 야외에서 음주가 금지되어 있는 것도 부러운 일인데 아예 술을 판매하는 마트가 따로 있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게 되면 청소년들이 아예 술을 가까이 할 기회가 원천 봉쇄될 것이 분명하다. 청소년의 일탈행위는 그만큼 줄어들 것은 당연해 보인다. 우리나라도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술 담배로부터 차단되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술과 담배에 관한한 전 국민에게 개방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합리를 존중하고 모든 것이 정해진 규칙에 의해 작동하는 사회가 부럽다. 목소리 크면 이기는 사회에서 살던 내게 이런 모든 것이 신기했고 부럽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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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ㅡ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친절했으며 양보가 몸에 배어있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내게는 어디가 예의지국인지 분간이 안 되었다. 목소리가 크면 이기는 사회, 자동차 머리를 먼저 들이 밀면 이기는 사회, 약은 술수가 영악함으로 칭찬의 대상이 되는 사회, 적당히 눈치보고 별일 없으면 불법이 적법이 되는 사회, 법집행을 하는 경찰관이며 공무원을 우습게 여기는 사회, 사적인 일이라며 가정 폭력도 대체로 용인되는 사회, 쓸데없는 인지상정으로 패거리 문화가 횡행하는 사회, 세월호는 안타깝고 천안함 은 별것 아니거나 조작으로 치부되는 사회, 제주항쟁은 조명 받고 연평해전은 나 몰라라 하는 사회, 권부에서 멀어지면 적법도 불법으로 둔갑하고 권부에 가까워지면 불법도 증거부족이거나 조사한 바 없다고 고개를 돌리는 사회, 책임 회피의 수단으로 정책을 공론화에 맡기고 민의의 수렴이라 포장하는 사회 ㅡ
이런 사회에서 정당한 규칙을 입에 담는 것이 염치없는 일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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