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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33) / 더위에 저절로 생각나는 시원한 맥주 한잔
게시물ID : travel_27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5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23 20: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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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볼더의 더운 날씨저절로 생각나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아들은 낮 시간 대부분은 학교에서 보내고 저녁 쯤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때마다 아들 내외는 볼더 시내의 이곳저곳에서 음식 맛이 괜찮다는 집들을 데리고 다녔다. 그 바람에 조금은 입맛이 고급스러워진 느낌이다. 사실 육류 위주의 이곳 음식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내겐 그리 어울리지 않으나 평소에 음식을 잘 가리는 편이 아니어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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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미각은 매우 둔해서 웬만한 음식의 맛은 제대로 구별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그저 습관대로 음식을 먹는다고 하는 것이 온당한 표현일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야채를 마음껏 먹을 수 없다는 것과 식사를 할 때 반주를 곁들이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었다. 그 둘을 위해 샐러드며 맥주를 별도로 주문을 해야 했는데 그 둘의 가격이 식사 값과 비슷한 대략 7천원 정도였다. 그러니 4명이 가서 식사를 하면 나 때문에 6인분 식사를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샐러드는 여럿이 먹으니 그렇다 치고 맥주는 그럴 수도 없거니와 한 잔이라는 게 그렇듯이 술을 즐겨하는 내겐 목구멍을 적시다말 정도로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그러다보니 저녁이면 으레 시원한 맥주 한 캔씩 마시던 생각이 간절했다. 한국에서는 집밖을 나가면 어디를 가든 맥주 집은 주변에 널려있다. 그저 발길 가는대로 아무 집이나 들어가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역시 한국은 술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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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들에게 낮에 거리 구경을 하다가 생각나면 주점에 들러 맥주 한 잔을 하면 얼마 정도면 가능한지 물었더니, 외국인의 경우 술을 사려면 여권을 제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단다. 영어를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내겐 그건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한국에서야 술을 사려면 그저 집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곳에서는 편의점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는 술 판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단다. 술은 술만 전문적으로 판매를 하는 마트가 따로 있었다. 그러니 그곳에는 당연히 법적으로 술 판매가 금지된 청소년이며 아이들이 얼씬 거리지 않는다. 정말 멋진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처럼 모든 상점 진열대에 술을 올려놓고 미성년자에게는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신분증 검사라는 것도 그저 형식에 그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편의점 주인 입장에서는 그런 일들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것이다. 가끔씩 마트 주인과 청소년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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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 미국에서는 그런 문제를 술 전문 마트라는 아주 명쾌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술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마트를 가보았더니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매장에 아마도 세상의 술이란 술은 모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정도로 수많은 종류의 술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술은 야외에서 마실 수가 없단다. 그러므로 구입한 술은 모두 가정으로 가지고 와서 친구든, 식구든 혹은 혼자든 마셔야 한다. 그야말로 건전한 술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처럼 기분 좋다고 한 잔 하고, 기분 나쁘다고 한 잔 하는 식의 그런 저급한 술 문화와는 차원이 달라보였다. 그러고 보니 여행 중에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은 본 일이 없다. 공원 같은 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일광욕을 하며 서로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워도 아무도 술병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본 일도 없다. 계곡에서 일광욕과 물놀이를 즐기는 수많은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늦은 시각 상가 주변의 풍경은 온통 비틀거리는 사람과, 고성이 오가는 왁자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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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는 선진국 진입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경제적으로 다소의 여유가 생기고부터는 마치 선진국 진입이 국민적 염원처럼 여겨졌던 때였다. 단지 경제적 여유만으로 선진국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선진국은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의식, 말하자면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목소리가 크면 이기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님은 분명하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거리는 더더욱 아니다. 사실 이러한 점은 이웃 일본, 그리고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더러 느꼈던 일이었지만 이번 미국 여행을 통해서는 그것이 보편적인 선진국 문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을 정리하는 지금 텔레비전에서는 전임 도지사가 심어놓은 사과나무를 고사했다고 신임 도지사가 취임도 하기 전에 뽑아버렸다는 뉴스를 전하고 있다. 그 놈의 사과나무가 적폐의 상징이란다. 그런 옹졸함으로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입에 담는 것조차 염치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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