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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34) / 볼더에서의 첫 나들이
게시물ID : travel_274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5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27 11: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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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볼더에서의 첫 나들이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떠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처럼의 여행인데 침대에서 하루를 다 보낼 수는 없는 일이어서 별로 남지 않은 오전 시간엔 그 동안의 여정을 얼기설기 정리하고 오후에 집 주변 구경을 나섰다. 며느리는 집 근처에 개울이 있는데 산책하기에 참 좋은 곳이라고 알려 주었다. 워낙 내가 걷기를 좋아하니 먼저 그곳을 돌아볼 것을 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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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는 돌아다니다 혹시라도 길을 잃을까 싶어 구글 지도를 내 스마트폰에 깔아주고 작동 법을 일러주었다.
"혹시 길이 생각 안 나시면 꼭 전화하세요."
며느리는 걱정이 되는지 몇 번이고 당부를 하며 물병을 건네주었다. 그 마음 씀이 참 예쁘고 고마웠다.
집을 나서자 강한 햇살이 가득 전신으로 쏟아져 내렸다. 며느리가 가르쳐 준대로 길을 따라갔다. 몇 걸음 걷지 않아 온통 싱싱한 나무들이 넓은 잎으로 햇살을 가려주어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었다. 집 앞으로는 철로 된 그물망 울타리가 길게 쳐져 있었는데 그 안은 볼더 캠퍼스의 미식축구 연습장이라고 했다. 미식축구장은 물론이고 기숙사 주변은 온통 눈이 시릴 정도로 파리한 잔디가 넓게 자라고 있었다. 햇살이 따가웠지만 온통 푸른 잔디 덕분에도 그리 더위를 느끼지 못할 지경이었다. 잔디밭 끝에 개울이 나타났는데 개울 한쪽에 <볼더 강>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집에서 대략 2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강변에는 제법 너른 산책로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리로 들어서자 시원한 나무 그늘이 강을 따라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모자가 따로 필요가 없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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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 강이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이번에는 모두 <creek>이라고 쓰인 팻말이며 간판들이 보였다. 개천이라는 말이다. 사실 강이라고 하기는 너무 폭이 좁아 개천이 맞는 것 같은데 지형으로 보아 계곡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려 보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류 쪽은 계곡이 합당하고 볼더 시를 지나 하류로 내려가면 개울이 보다 어우릴 정도다. 볼더 시내를 중심으로 보면 아무래도 계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물은 그저 물인 것을.
계곡물은 폭에 비해 수량이 넉넉해 보였다. 상류인 탓에 물살은 급했고, 물은 개곡이 생긴 대로 이리 저리 구불거렸다. 그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계곡을 따라 고무 튜브를 타고 내리기도 했고 더러는 카약 같은 것을 즐기기도 했다. 계곡물을 따라 달리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넉넉한 넓이의 소로가 산책로와 나란히 하고 있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따라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로 신나게 달리기도 했다. 더러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킥보드 같은 것으로 신나게 달리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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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서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십대부터 언뜻 보기에 칠십대 고령으로 보이는 사람까지 무척 다양했는데 모두들 운동을 일상으로 즐기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모두 나이를 불문하고 날씬해 보였다. 그러나 계곡을 따라 조성된 잔디밭이나 공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비만한 사람들이 많았다. 언뜻 보기에 비만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허리를 중심으로 비만인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는 일이라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나 신기하게도 엉덩이가 비만인 사람들이 상당했다. 뭘 먹으면 저렇게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평균적으로 볼 때 볼더가 전국적으로 가장 비만도가 낮은 도시 중의 하나라고 한다. 운동과 비만의 상관관계가 상당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도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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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 주변에는 더위를 피해 온 건지 햇빛을 즐기러 온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물가에서 독서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놀이를 하기도 했다. 어떤 놀이를 하든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릴 수 있을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서로가 주변 사람을 의식해서 조심하는 마음 씀이 몸에 배어 있었다. 작은 일에도 혹여 상대편 마음이 상할 새라 <I’m sorry>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듯 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작은 감사에도 습관적으로 <thank you>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그 대상이 낯선 이든 아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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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 강 같은 계곡과 숲이 있는 곳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강과 계곡과 산책로가 있다면 몇 날이고 그곳에서 지내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잠들었던 내 몸 안의 모든 세포를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깨우고 산뜻한 기분과 함께 적당한 걸음으로 산책로를 걷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거기에 날씨까지 청명하고 숲에는 소슬한 바람이 가득 숨겨져 있다고 생각해 보라. 무슨 딴 생각이 들 것인가. 볼더가 그런 곳이었다. 나는 첫날부터 단박에 그곳에 반하고 말았다. 산책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애완견을 데리고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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