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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35) / 볼더 계곡을 따라 걷다.
게시물ID : travel_274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5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31 09: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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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더 계곡을 따라 걷다.
 

오늘은 볼더 계곡을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기온은 여전히 높았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래도 어제의 경험으로 볼 때 나는 오늘도 별로 땀을 흘리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볼더 계곡은 대체로 폭이 3,40여 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 볼더 시 바로 뒤가 산인 탓에 계곡은 상류에 해당했다. 그래선지 물은 매우 급하게 흐르고 있었고 수량은 제법 상당했다. 그러나 비가 그리 많지 않은 곳이라 여름이 되면 계곡물은 차츰 줄어 결국은 거의 말라버리는 지경이 된다고 한다. 로키 산에서 흘러내린 산은 온통 돌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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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비가 오면 빗물을 산에 따로 저장을 해놓을 자연적인 저수조가 없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나마 비의 양에 따라 수량은 들쭉날쭉 하는데 4월부터 6월까지가 가장 수량이 많은 시기라고 한다. 기온은 30도를 웃돌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그야말로 청명 그 자체다. 한국에는 늘 잿빛 하늘만 보다가 이곳에서는 그 반대로 늘 파란 하늘만 올려다보니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여기 지금 이렇게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으니 그야말로 하늘은 푸르고 물은 맑으며 그늘 또한 깊어 신선이 따로 없는 듯하다. 더위를 식히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선지 계곡 주변에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볼더 시민들이 의무적으로 하루에 한번은 이곳을 들러 산책을 하던 운동을 하던 할 것만 같을 정도다. 볼더 시 인구가 약 10만 명 정도라고 하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 어떻게 보면 일 년에 거의 한 철만 물이 이렇게 가득 흐른다니 햇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붐비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오늘은 집 앞에서부터 그 계곡을 따라 산 쪽을 향해 올랐다. 며느리의 염려가 아니더라도 혹시 길을 잃을지 몰라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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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옆길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을 하는데 그 길은 더러 한가로이 길을 걷는 산책로와 나란히 가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합쳐지기도 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달리거나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은 달리고보다 걷기를 주로 하지 있지만 나도 한때 달리기를 즐겼었다. 그들을 보니 달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로 그런 그들이 한없이 좋아보였다. 그저 달리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간 계곡물을 따라 걷다보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가 안전모를 착용했지만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모자를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 혼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물론 숲속이라 햇빛을 날 것 그대로 받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대체로 달리기를 할 때는 챙이 달린 모자를 쓰는 경우가 많으며 그건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만의 방식인 모양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그저 햇빛만 비추면 일광욕을 습관처럼 하기 때문에 달리기를 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햇빛을 즐기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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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가끔씩 카약이나 고무튜브를 타고 물길을 따라 내려오는 젊은이들도 보였다. 모두가 하나같이 머리에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데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안전모에 대한 인식이 그리 크지 않다.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는 멋을 위해서도 그렇고 번거롭다는 이유로도 그렇다. 그러니 다소 위험해 보이는 놀이에도 안전모를 착용하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요즈음에는 자전거 동호인 활동이 활성화되어 안전모 착용이 늘기는 했지만 아직도 안전모에 대한 인식은 그리 크지 않다. 이런 점은 반드시 학교에서 가르쳐져야 하고 가정에서도 인식을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카약이나 고무튜브 같은 경우 물길을 따라 내려갈 때는 신나는 일이나 그걸 다시 가지고 올라오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어서 우리 같으면 그런 번거로움을 사서 하느니 멀리로 튜브를 타는 일은 않을 법한데 이곳 젊은이들은 그런 수고로움은 즐거움을 위해 당연히 지불해야할 대가로 여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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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다보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났고 그 한쪽에 너른 잔디 광장이 있었다. <센트럴 파크>라는 이름이 잔디 앞쪽에 큰 바위에 암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잔디 위에 엎드려 잠을 자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햇빛을 즐기며 정담을 나누고 있기도 했다. 센트럴 파크 끝은 바로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목인 탓에 많은 사람들이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오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햇빛을 즐기며 쉬고 있는 사람들 중 대체로 비만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계곡을 오르내리며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는 전혀 체형이 다른 그런 사람들이었다. 날씬한 사람과 비만인 사람이 한 공간에 있기는 했지만 그 공간은 계곡 산책로를 중심으로 양분되어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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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뿐만 아니라 산책로의 중간 중간에는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잔디밭이 잘 조성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잔디 어디에도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 잔디밭을 뒹굴며 따가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한국의 공원에서 흔히 보는 <잔디가 아파요>와 같은 낯간지러운 표지판은 어디에도 없었다.
잔디 위에 무리를 지어 둘러앉아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은 모두 가족들로 보였다. 그들을 위해 잔디밭 한쪽에는 간단히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도록 간이 취사 시설을 해놓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잔디 위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햇살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소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곳저곳 둘러앉은 사람들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만큼 큰소리로 말하는 법이 없었으며,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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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놀이는 다분히 정적이었다. 아이들도 부모 곁에서 장난을 치기는 했지만 우리와 같은 번잡스러운 그런 장난과는 달리 주변을 매우 의식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이들이 심하게 장난을 하거나 떠들거나 부모에 매달려 떼를 쓰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김없이 교양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뿐만 아니라 딱한 동정의 눈초리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단다. 말하자면 참 교양이 없는 사람들이군. 집에서 아이에게 공중도덕을 가르치지 않나하는 식이다. 사람들이 산책을 나오면 대부분 애완용 개를 데리고 나온는 데 개도 우리처럼 앙증맞은 그런 작은 장난감 같은 강아지 정도가 아니라 마치 사냥개처럼 등치가 큰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개들조차 주인과 산책을 하면서 아무리 낯선 그 무엇을 봐도 절대로 짖는 법이 없었다. 개가 으르렁 대거나 짖게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고 아이들은 놀랄 테니까 말이다. 이 역시 집에서 개 훈련을 어떻게 시켰기에 개가 저 모양인지하는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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