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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36) / 볼더에서 본 젊은이들의 여가
게시물ID : travel_274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53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03 13: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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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볼더에서 본 젊은이들의 여가
 

계곡의 상류 쪽에 이르자 계곡 주변의 별로 넓지 않은 곳에 젊은이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가득했다. 모두가 싱그러운 젊은이들이었다. 상류인 탓에 너른 공간은 바위가 듬성듬성 있었는데 젊은이들은 그 바위들 위에 올라앉아 있기도 했고, 더러는 그 주변에서 외줄타기 놀이를 하기도 했다. 사람이 많다보니 별로 넓지 않는 그 공간에는 더 이상 사람들이 들어설 수가 없을 듯 보였다. 그렇게 와글거리는 꼴이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39부두에서 본 바다사자처럼 생각될 지경이었다. 바다사자는 사람들이 부두 가에 만들어 놓은 평상 위에서 서로 몸을 부대끼며 햇살을 즐기고 있는 폼이 꼭 그랬다. 그러나 혹시라도 오해를 살까 싶어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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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손에 음료수 캔을 하나씩 들고 있었지만 아무도 맥주나 다른 알코올 종류를 들고 있는 젊은이는 없었다. 우리 같으면 삼삼오오 둘러앉아 거하게 술판을 벌어지는 것이 흔히 보는 풍경이 아닌가. 이곳 젊은이들은 그런 점에서 참 심심하겠다고 해야하나? 그건 생각의 차이일 뿐일 것이다.
계곡 건너편에서는 나무 위에 줄을 매달아 놓고 그 줄을 타잔처럼 타고 가다 물속으로 떨어지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그들이 멋지게 물속으로 떨어질 때마다 계곡 이쪽의 바위 위 젊은이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환호를 제외하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어도 이곳 모두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소리라고는 우렁차게 들리는 물소리가 전부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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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젊은이들은 계곡 양쪽을 줄로 연결하고 그 가운데 해먹 같은 쉼터를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누워있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튜브로 연신 급류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그런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곡 양쪽에 줄을 묶어놓고 계곡물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젊은이도 있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외줄을 타는 폼이 예사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참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외줄타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공원이나 잔디가 있는 광장을 가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한쪽에서 그런 줄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늘씬한 팔등신 미녀부터 개구쟁이 꼬마들까지 모두 나름대로 진지한 얼굴로 줄을 타고 놀았다. 우리 젊은이들의 놀이문화와는 사뭇 달랐다. 그들에게는 웬만해서는 왁자함이라는 것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었다. 젊은이들의 여가를 보내는 방식이 새삼 경이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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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디를 가든 떠들썩해야 하는데 그들은 아니었다. 우리는 남 시선을 애써 의식하는 데 그들은 아니었다. 우리는 뭔가 실컷 마시고 떠들고 한바탕 난리를 피워야 휴식을 한 것 같고,휴가를 보낸 것 같은데 그들은 아니었다. 그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조용히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독서를 하거나 명상에 잠겨 있는 젊은이들도 상당했다. 모두가 제 나름으로 여가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간 더 올라가다보니 마침내 시의 경계 지점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계곡을 따라 시 경계를 벗어나 계속 산 쪽 오솔길로 올라갔다. 그러니 그 길이 궁금할 수밖에.
얼마간 그들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산책로는 포장된 길이 아니라 가는 자갈이 섞인 흙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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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따라가면 어쩌면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마주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길을 따라 계속 앞으로 나아갔으나 아무리 가도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발견할 수 없었다. 사실 계곡 옆의 산은 경사가 매우 가팔랐으며, 온통 돌투성이 산이라 등산을 하기는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볼더는 트래킹 할 곳이 많다고 들었는데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산을 오른다는 건지 궁금했다. 한참을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마침내 산책로의 끝에 이르렀다. 하는 수 없이 그곳에서 땀을 식히며 잠시 쉬다가 이번에는 계곡을 따라 내려서 처음 출발했던 집 앞을 지나 계곡의 아래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올라오던 길이었으므로 내려갈 때는 별로 주변을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고 다소 내리막길이어서 걷기가 수월했다. 한참 내려가다 조금 전 올라올 때 잠시 쉬었던 너른 잔디 광장에 이르러서야 언덕 위로 모텔이 여러 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몬테레이에서 이틀을 묵은 여관은 동네 어귀에 마치 팬션처럼 늘어서 있었는데 이곳은 산자락에 호젓이 있어 괜한 호기심이 발동하기에 언덕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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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은 우리나라에서 보던 그런 외양이 아니었다. 한 가족이나 일행이 자동차를 가지고 와서 쉬게 되면 자동차를 자기들이 묵는 숙소의 아래층 자기들만의 전용 주차 공간에 주차를 하는 구조였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위층은 잠을 자는 공간이고 아래층은 자동차를 주차하는 공간으로 복층인 셈이었다. 생각해보니 모텔이란 자동차를 의미하는 모터와 호텔의 합성어 같기도 했다. 그야말로 자동차도 쉴 수 있는 호텔이라는 의미로 보였다. 별 게 다 다르구나 싶어 피식 웃었다.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인지라 낯선 이방인들의 자동차 보관과 사용의 편의를 위한 것일 테다.
시원한 그늘이 계곡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으므로 기온은 30도를 훨씬 넘는데도 별 더위를 느끼지 못했다. 계곡물을 따라 아래로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얼마나 왔는지 방향감각이 무뎌졌다. 며느리가 알려 준대로 스마트폰에서 지도를 켜고 위치를 확인해 보았더니 집을 한참 지나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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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본 모텔과 전혀 다른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모텔>
 
조금 더 내려갈까 하던 참에 마침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 있는지 위치를 알려주면 데리러 오겠단다. 아마도 내가 길을 못 찾아 헤매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계곡을 따라 걷다 보니 주변에 딱히 지점을 알릴만한 표시로 삼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자 괜히 호기가 생겼다. 내가 위치를 잘 알면 지도를 꺼내볼 필요가 있을까?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면 될 일이지. 오늘 하루 계곡을 따라 걸어본 볼더는 온통 숲으로 휘감겨진 참으로 멋진 곳이었다. 집들은 모두 그 숲속에 듬성듬성 박혀 있어 얼핏 보면 동네가 있는지도 잘 모를 지경이었다. 모두가 너른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마음조차 넉넉한 모양이었다. 모두가 웃는 얼굴이었다. 서로 마주치면 하이라는 인사를 입에 달고 살았다. 산책길에서 마주 마주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볍게 웃으며 하이하고 인사하는 그들이 참으로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나는 그들의 가벼운 인사에 한 번도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상대방을 보고 밝게 미소를 짓는 것도 습관이 안 된 탓에 어색했고, ’하이라는 가벼운 인사말도 내게는 느닷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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